병원 덜 가면 보험료 깎아주고, 자주 가면 최대 4배 실손보험 나온다


   앞으로 병원에서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실손의료보험료가 최대 4배(비급여 기준) 뛸 것으로 보인다. 대신 1년에 한 차례도 병원에 안 가는 가입자 70% 정도는 보험료가 5%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과잉진료를 막아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오후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청회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하는 행사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의 상품 개편안을 예고한다는 의미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반영한 새 실손보험 상품을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손보험이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상품이 되면서, 실손보험 판매를 꺼리는 보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일러스트=김성규


실손보험 가입자 80~90%는 소액 청구, 소수 과잉진료가 문제

최양호 한양대 교수가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역할과 과제’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2018년 기준 가입자가 3421만명에 달하는 ‘국민보험’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보험사가 고객을 ‘덜’ 받으려 노력할 정도로 애물단지가 됐다. 실손보험이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3.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손해율이란 고객한테 받은 보험료 대비 내준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실손보험료를 1만원 받았는데, 보험금으로 1만3000원 넘게 나갔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로 ‘나일롱 환자’가 줄었다는 올해 상반기에도 손해율은 131.7%에 달한다. 최 교수는 “손해율 급증으로 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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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적자가 커지는 이유는 소수 환자의 ‘과잉진료’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95%는 입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소액만 청구했다. 그러나 전체 2~3% 가입자가 연간 100만원 이상 청구하고 있다. 또 외래 진료의 경우, 전체 가입자 80% 이상이 보험금을 안 타거나 연간 10만원 미만으로 탄다. 그러나 나머지 20% 정도가 보험금을 많이 타 실손보험이 ‘만성적자’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별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료 차등제가 도입되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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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많이 받으면 보험료 최대 4배

정성희 연구위원은 보험료 차등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기본 아이디어는 ‘급여’와 ‘비급여’ 진료행위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급여 항목은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말한다. 주로 필수 의료에 해당한다. 반면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필수 의료지만 가격이 비싸 ‘가성비’가 낮거나, 비필수 의료인 경우다.




현재는 실손보험 가입 시 전체 급여 항목과 대부분의 비급여 항목이 보장된다. 정 연구위원은 “급여와 비급여를 ‘기본형’과 ‘특약’으로 분리해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비필수 의료가 많은 비급여가 과잉 진료에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급여 보장까지 보장받을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비급여 특약의 보험료는 매년 의료 이용량에 따라 새로 정해진다. 구체적으로 전년도 비급여 청구 실적을 평가해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이다. 할인·할증 여부는 매년 초기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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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구위원은 할인·할증 구간을 9단계로 구분하는 방법, 5단계로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9단계로 구분할 경우, 병원에 안 가는 소비자(전체 71.5%)는 보험료를 5% 깎아준다. 가끔 가는 11.4%는 그대로이며, 나머지 17.1%는 보험료가 오른다. 가장 병원을 자주 가는 상위 1.4%는 비급여 보험료가 3배가 된다. 5단계로 구분하면 병원에 안 가는 71.5%에게는 보험료 5% 할인이 적용되고. 26.5%는 그대로다. 나머지 2%만 보험료가 오르는데, 상위 0.4%는 4배가 된다.




다만 아픈데도 병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보험료 차등제에서 적용을 제외할 대상자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4대 중증질환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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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담률 높여서 전체 보험료 10% ↓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비자 부담이 적을 경우 과잉진료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현재 급여 진료의 자기 부담률은 10~20%, 비급여는 20%다. 이를 20%와 30%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또 급여·비급여의 통원 최소 공제금액도 8000(처방)~2만원(외래·상급종합병원)에서 1만(급여)~3만원(비급여)로 높이자고 했다. 그 외 의료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재가입주기를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처럼 실손보험이 개편되면 전체 소비자의 실손보험료 부담이 약 10.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기훈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2020/10/27/EKOIGREHSFGIFIL6SO4DZIQ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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