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폐쇄 '절차의 정당성' 무너졌음 분명히 한 감사원 감사...'탈원전' 논란에 기름 부을 듯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즉시 가동중단 방침 정하고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다른 방안 고려 못하게 해

감사원 "백 전 장관 비위행위, 국가공무원법 위배"

핵심은 비껴가…"조기폐쇄 결정 當否는 감사범위 아냐"


    감사원은 20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경제성'에 대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의 이유이자 목적인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고 평가에 사용토록 했고, 그 결정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또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4월 4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 또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했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했고,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했다. 또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또 지난해 12월 실제로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


산업부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착수됐다고 하자 대책을 논의하고 증거인멸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른 직원이 오지 않는 일요일 밤 11시 30분에 사무실에 들어가 몰래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용역 과정에서 즉시 가동 중단하는 방안과 계속 가동하는 방안 외 폐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않았다. 한수원 태스크포스(TF)는 영구정지 운영 변경 허가시까지 가동하는 방안 등 운영기간별 가동 중단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폐쇄시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와 관련해 즉시 가동 중단 외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못하고 심의·의결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해 "비위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위배된 것으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은 2018년 9월 퇴직하고 한양대 공대 교수로 돌아갔다. 감사원은 재취업과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 자료를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정 사장에 대해서는 산업부 장관에게 엄중 주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감사 대상자들에 대해서도 직접 고발 등의 징계 관련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 방해' 행위를 한 문책대상자들의 경우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송부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이번 감사의 범위는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 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다"며 "이사회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손덕호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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