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며 [박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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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며

2020.10.21

휴일에 아이들에게 외식을 제안하자, “코로나 19로 나가서 먹기 불편하니 시켜 먹자.”는 대답을 합니다. 시켜 먹는 음식이야 짜장면, 피자, 치킨 정도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지난번에 갔던 그 햄버거 집 맛있지 않았니?” 하고 되묻자, “그 집 배달돼요.” 라고 합니다. ‘설마’ 하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아이들은 배달 앱을 휴대폰에 깔아주면서 직접 검색을 해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필자도 배달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거짓말 아주 조금 보태서 줄서서 먹는 맛집 거의 전부가 배달이 가능했습니다. 어느 틈에 아이들이 제 신용카드 정보까지 배달 앱에 입력을 해놔서, 검색 후 클릭 한 번으로 주문이 완료됐습니다.

전화로 동, 호수 알려 주고, 기다리다 늦으면 다시 전화해서 너무 늦는다고 얘기하면, “출발했습니다.”라는 의례적인 답변을 듣던 일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주문 접수 → 준비 중 → 배달원이 음식을 수령했습니다 → 거의 도착했습니다 → 배달 완료’의 모든 과정을 앱으로 받아보면서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배달료가 청구되기는 하나, 일정 금액 이상 주문하면 배달료가 할인되거나 무료인 곳도 있어서 서비스 대비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직접 찾아가서 먹을 경우 발생하는 주차비 등의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문득, 과거 필자의 칼럼 중, 한 구절에 대한 독자의 의견이 떠올랐습니다. 2019년 3월 19일 칼럼, <카풀을 반대하는 이유>에서, ‘배달 앱이 결과적으로 치킨 값을 올린 꼴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카풀 같은 IT 기반 서비스와 기존 택시 서비스의 공존 또는 융합이 또다른 비용을 발생시키고 결국은 국민들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라고 저는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한 독자께서 ‘글 중에 배달 앱이 치킨 값을 올렸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한 것 또한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씀입니다. 편리함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줄 모르는 공짜 좋아하는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중략. 디지털 생태계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하신 다음 이야기하시지요’라는 댓글을 다셨습니다.

필자의 원칙 중에 ‘댓글의 댓글, 즉 대댓글을 달지 않는다’가 있습니다. 저의 주장에 반대하는 댓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럴수록 대댓글을 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 주장이 반드시 옳다는 확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칼럼은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로 충분하며, 과정의 시작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그 자체로 결론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쓴 글 이상으로 부연해서 주장을 펴지 않습니다. 물론 예외가 둘 있는데, 팩트에 관련한 경우와 저를 잘 알고 있는 연로하신 선배님께서 올리신 안부를 물으시는 댓글에는 대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대댓글을 달지는 않지만, 비판적인 댓글에는 많은 고민을 합니다. 팩트가 정확한지, 주장에 논리적 오류는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의 글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봅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지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레임에 변화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옳고 그름의 기준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동성애나, 성소수자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20~30년 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나 홀로 ‘결사반대’를 외친다면, 앞뒤가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위의 칼럼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배달 앱이 치킨 값을 올렸다’입니다. 사실 당시 칼럼을 쓰면서 ‘치킨 값’에 대해서 이렇게 짧게 언급해도 될까?’라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치킨 값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주제로 칼럼 여러 편이 가능할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치킨 값은 병아리부터 시작해서 사료업체, 양계농가, 거대 가공업체와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까지 총망라해야 윤곽이 잡힙니다. 그래야,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사 먹는 치킨 값이 오르는 문제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배달 앱으로 인한 인상 요인만을 고려했던 것이고, 그 비교 대상은 과거에 전화로 주문했을 때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글을 쓸 때는 앱의 편리성을 체험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즉, 편리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을 내렸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배달 앱이 생긴 이후, 전화로 주문하는 고객에게도 배달료를 청구하기 시작했는데, 과거의 소비 플랫폼, 즉 전화 주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킨 값이 인상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하는 질문입니다. 배달 앱의 편리함을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배달료를 똑같이 지불해야 된다면, 당연히 불만이 생기지 않을까요? 배달 앱이 생기면서 업주가 자체 배달 직원을 고용하지 않게 되고 결국, 모든 배달 주문에 배달료를 받게 된 건데, 기존의 아날로그 세대들에겐 동일 서비스에 치킨 값만 오른 꼴이 된 겁니다. 물론 기존 치킨 값에 배달료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다음은 이번 국정 감사에도 나온 내용인데, 과도한 배송 앱 서비스의 수수료 문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배달 앱 수수료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치킨 한 마리 당 원가에서 배달 관련 비용이 20%를 차지하는 걸로 나옵니다. 하루에 40마리를 판매하는 치킨집 사장이 배달 앱에 가입하고 이전만큼 수익을 올리려면 하루에 100마리를 튀겨야 한다고 합니다. 노동의 강도는 높아지고 돈은 덜 버는 상황이 된 겁니다. 배달 앱은 소비자에게서도 배달료를 받고 자영업자들에게서도 광고비와 중개료, 결제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21세기형 봉이 김선달인 셈입니다. 그러니 배달의 민족이 세계 1위 배달 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 7,500억 원에 매각된 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가입자가 많은 배달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에는 치킨 값이 100원이면 그 돈을 치킨집 사장과 배달 직원이 나눠 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치킨 값 100원을 배달 앱 회사와 배달 직원 그리고 치킨집 사장이 나눠 갖습니다. 파이는 변함이 없는데 중간에 나눠 먹는 사람이 생긴 겁니다. 그러다 보니 100원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치킨 값이 110원으로 오릅니다. 하지만 치킨집 사장이나 배달 직원의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습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배달 앱을 통해 본 세상의 모습입니다.

필자는 배달 앱을 쓰면서 아직까지는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료가 합당하게 책정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재 배달 앱 서비스 업체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소비자들이 얻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출혈경쟁 시기가 지나고 한두 개 업체로 배달 앱 시장이 과점체계로 접어들면 분위기는 달라질 거라는 우려가 생깁니다. 소비생활의 패턴이 바뀌어 배달 앱이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배달 업체 간의 출혈경쟁이 끝나면, 자영업자나 소비자 모두 ‘을’의 위치에 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통신요금이 올라도 스마트폰을 계속 쓰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 별일이 없는 한,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사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배달료에 대해서는 당연히 지불해야 하지만, 너무 오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생활의 편의를 제공해서 얻는 기업의 이익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파괴할 정도로 탐욕스럽게 변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모든 우월적 지위의 경제 주체에겐 세금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정한 감시와 견제가 늘 가깝게 뒤따라주기를 바랍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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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12뉴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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