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필요없는 사람들...마피아 재판 같은 ‘월성 원전 1호’ 감사원 감사


마피아 재판 드라마 같은 ‘월성 원전 1호’ 감사원 감사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한삼희의 환경칼럼] 

월성1호 폐로 타당성 놓고 감사위원회 막판 진통


7번째 심의 거듭 초유 사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을 따지는 감사원 감사위원회의 7번에 걸친 심의 경과는 마피아 조직 범죄를 다루는 재판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건의 증거는 다 확보됐다. 증거의 왜곡, 인멸 정황도 드러났다. 피고인 여럿이 자백까지 했다. 그런데도 마피아 조직은 매수하거나 약점을 잡아놓은 배심원들을 통해 유죄를 무죄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다. 재판장 혼자 고군분투 중이다. 배심원들에게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되지 말라”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독려했다. 그렇지만 다수 배심원이 마피아 수중에 있다.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피고인, 증인들은 핵심 진술을 뒤집고 있다. 마피아 측 변호인단에선 재판장이 친인척 영향으로 재판을 편향되게 끌고 가고 있다는 인신공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1년 넘게 손에 땀을 쥐고 드라마를 봐왔다. 이제 막바지 스토리 전개를 지켜보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직권심리 과정에서 “탈원전이 대선 공약이었다고 해서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걸 트집 잡아 여당 의원들은 ‘대선 불복(不服) 발상’이라면서 사퇴하라고 다그쳤다. 최 원장 말은 문제 될 게 없다. 선거 때 나온 수많은 공약들은 국민들이 기억도 하지 못하는데 그걸 다 관철하겠다고 나서면 나라는 결딴날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7월 2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국정(國政)은 절차와 제도의 규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에너지 관련 국정 중요 방향은 5년 주기로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게 돼 있다. ‘에너지 헌법’으로 불리는 최상위 국가 에너지계획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의 틀 내에서 2년마다 작성되는데, 에너지 원별(源別) 발전 비율을 정한다. 발전소 건설, 폐쇄 등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 탈원전이 대통령 공약이었다 해도 국가 중대 사안인 만큼 이런 절차를 통해 전문가 토론과 국민 설득의 숙려(熟慮)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탈원전은 아마추어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작성돼 공약으로 채택됐고, 대통령이 취임 40일 만에 대뜸 선언부터 하면서 발동이 걸렸다. 인수위원회라는 신 정부 정책 검토 단계도 거치지 못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수명 연장 불허, 월성 1호 폐쇄의 세부 정책은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으로 공식 채택됐다. 그다음 2017년 12월 14일 탈원전을 담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고, 2019년 6월 4일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정부 로드맵→전력수급기본계획→에너지기본계획의 순서로 뒤집혀 진행됐다. 시행령부터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법률, 헌법을 제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원전 공약 작성에는 김익중 동국대 교수와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가 깊이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생물학 전공의 김익중 교수는 강연에서 “캠프에서 계속 제안했더니 (공약으로) 싹 받아줬고 정부 정책이 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4년간 일본인 사망자가 60만명 는 것은 고령화 때문인데도 “방사능 때문이라는 걸 입증하고 싶다”는 등의 황당한 말을 했다. 김좌관 교수는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았던 사람으로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수질 관리·생태공학을 가르치는 하천학자인데 현재 한국전력 이사회 의장 명함을 갖고 있다. 하천학자에게 맞는 자리인지 아리송하다. 전임 이사회 의장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였다.


김좌관 교수와 함께 ‘4대강 반대 삼총사’로 불리는 하천 학자가 두 명 더 있다. 그중 한 사람은 최근까지 2년간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을 했다. 전공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는 2012년 총선 때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신청을 한 일이 있다. 또 한 사람은 환경단체의 지지 시위에 힘입어 올 2월 막판 뒤집기로 수자원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그 역시 대선 때 문재인 지지 선언, 지방선거 때 김경수 지지 선언에 참여하는 등 정치에 관심이 많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리 욕심이 있는 사람 중에 4대강 반대와 탈원전 밀어붙이기에 앞장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환경 단체 인사들이 줄줄이 원자력 관련 기관의 이사장, 이사, 감사 자리를 꿰차는 것도 보기 불편하다.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등이 이 정권에서 어용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감사원만은 최재형 원장의 기개로 버티고 있다며 응원해온 국민이 적지 않다. 그 감사원도 민변 출신 등 권력이 임명한 감사위원들로 인해 정권 하수인처럼 움직이려 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인다. 그나저나 마피아 재판 드라마의 결말(結末)이 궁금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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