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녀상 14일까지 철거해야...시민단체 모금 횡령으로 인식 나빠져


"베를린 韓소녀상 14일 철거 지켜볼 것"…파상공세 속 韓 사실상 무대응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이 9일 독일 베를린 시내 공공장소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을 다시 철거하라는 지자체 명령에 대해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베를린시 공공장소 내 한국 시민단체에 의해 평화의 소녀상 설치가 이뤄지자 독일을 상대로 철거를 요구하는 전방위 외교적 압박을 취해 이를 관철시켰다. 설치를 주도했던 코리아협의회는 현지 지자체 입장이 번복된 데 대해 유감 입장과 함께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9일 일본 교도통신과 한국의 연합뉴스 보도를 종합하면 가토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를린 미테구(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 관련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철거 요구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긍정적 움직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제 철거가 이뤄질 때까지) 상황을 모니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문제 해결을 확인한 2015년 한일합의와 관련해 "착실한 시행을 요구해 나가겠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이날 브리핑 동영상을 보면 관방장관은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 복수 매체 기자들로부터 "독일을 상대로 일본의 외교적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 것인가" "한국 학생들이 해외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소녀상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무엇이나"라는 질문을 받고 담담하게 독일을 상대로 한 일본 외교당국의 '소통' 노력을 평가했다.



앞서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베를린 미테구와 협의를 통해 지난달 말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이 소녀상은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형상으로 오른편에 빈 의자가 놓여 있어 시민들이 이 의자에 앉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또 설치 장소가 지하철역 인근으로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높고 주독 일본대사관과는 직선으로 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설치 사실을 안 일본 정부는 모든 외교 경로를 동원해 독일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 철거를 요구했다. 가토 관광장관이 철거를 위해 일본 정부가 노력할 것임을 천명하고 주독 일본대사관이 베를린주(州) 상원에 접촉해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보도를 보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최근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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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설립 10여일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설치를 허가했던 미테구가 입장을 바꿔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철거를 명령한 공문을 발송했다.


미테구의 철거 명령 사유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허가한 이후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미테구가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주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거부한다는 취지다. 독일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전방위 외교압박을 취한 일본의 대응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 미테구는 오는 14일까지 코리아협의회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에 들어가고, 이에 대한 비용을 협회 측에 물릴 계획이다. 철거 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 결정에 대응해 철거명령 취소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조형물을 정부가 관여해 인위적으로 철거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하면서도 "민간의 자발적 움직임에 정부가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 역시 이문제와 관련해 공식적 입장이나 활동 내용이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14일 실제 철거 시점에서 현지 한국대사관의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현 독일대사는 제16·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의 정범구로, 2018년 1월 부임해 2년 9개월 간 활동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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