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담보로 부실 백신 공급업체 선정한 정부...꼭 일 터져야 조치해!


상온노출 백신 48만명분 수거… 554명은 이미 그 백신 맞았다


정부 “백신 안전성 문제 없어… 이르면 12일 접종 재개할 것”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상온(常溫)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조사 결과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효력이 떨어질 수 있는 약 48만명분(도즈)은 수거 처분할 것”이라고 6일 발표했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의약품 유통업체 ‘신성약품’이 유통을 맡은 정부 조달 백신 578만명분 중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사업을 전면 중단한 뒤 식약처와 함께 품질 검사에 착수했다. 질병청은 백신 수거가 끝나면 중단됐던 독감 국가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이르면 12일부터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일정보다 3주가량 늦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질병관리청의 부실한 백신 유통 관리로 인한 불신은 쉽게 잦아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1명도 없다던 접종자 3000명 넘어서



신현종 기자


온도 추적 안 된 백신 등 48만명분 수거

이날 발표에 따르면 상온 노출 의심 백신 578만명분 중 실제로 의료기관에 유통된 물량은 539만명분이었다. 이 중 호남 일부 지역에서 상·하차 작업 중 땅바닥에 놓였던 17만명분, 적정 온도(2~8도) 기준을 800분(약 13시간) 이상 벗어났던 2000명분이 수거된다. 또 백신에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0도 미만 영하 상태로 운송됐던 27만명분, 운송 과정에서 온도 추적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3만명분도 수거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백신 수거로 인해 부족한 물량은 34만명분 정도의 예비 물량으로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유통 문제 생긴 백신을 접종할 근거 없다”

질병청은 “백신 운반 규정 등을 어긴 것은 맞지만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신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식약처가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8개 제품에 대해 품질 유지 시험을 실시한 결과, 제품 모두 25도에서 24시간 이상 보관해도 안전성이 유지됐다. 단, 일부 백신을 수거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효력이 떨어진 백신이 접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질병청에 따르면, 세 차례 이뤄진 전문가 회의 결과 백신이 영하 온도에서 동결된 경우는 불순물이 발생해 주사기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땅바닥에 백신이 닿은 호남 지역 물량을 비롯해 운송 과정에서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물량도 안전을 위해 수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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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한번 부적절하게 유통된 백신의 접종을 재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제 지침 어디에도 백신의 콜드 체인(저온 유통)이 깨졌을 때 이를 검사해 다시 접종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이상 반응 환자가 계속 보고되는 상황에서 접종 재개가 적절한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1명도 없다던 접종자 3000명 넘어서

정부의 부실한 사후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상온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3045명이었다. 이 중 7개 지역 554명은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했다. 질병청은 당초 “문제 백신을 맞은 사람은 1명도 없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5일 105명이 처음 보고된 이후 매일 수십~수백명의 접종자가 추가로 보고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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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오후 1시 30분 “백신 운송 도중 일부가 종이 상자에 쌓인 채 일정 시간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를 접수하고도 9시간 30분 뒤인 오후 11시에야 전국 의료기관에 접종 사업 중단을 공지했다. 공지가 밤늦게 이뤄지면서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하루에만 458명이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그대로 맞았다.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유통 과정과 접종 기관 관리 문제로 국민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승주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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