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장기전세 서민용 맞나?...현금 5억원 있어야 입주 가능

현금 5억원 있어야 들어가는 SH 장기전세… "서민용 맞나요?"


   서울 무주택자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되는 강남 아파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건축·재개발사업의 기부채납분을 늘려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공임대주택이 현금 동원 능력이 있는 일부 가구에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5월 모집한 제38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선정 결과가 최근 발표돼 계약을 앞두고 있다.


SH 장기전세래미안길음센터피스[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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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입주자를 모집한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래미안 도곡 카운티’, ‘역삼 자이’와 서초구 ‘반포 자이’ 등의 장기전세주택은 전용면적 59㎡형의 보증금이 5억4000만~5억9000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해당 아파트의 전용면적 59㎡형 전세는 시세가 8억~12억원대에 형성돼 있고, 소형 전세는 물건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SH 장기전세는 무주택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는 제도다. 공공택지에 SH공사가 지은 주택과 서울시가 매입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임대 대상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매입한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금은 은행권의 전세대출을 받기에는 비싼 편인데다, 지원자격도 크게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전세대출은 서울을 기준으로 전세보증금 5억원 이하일 때 보증금의 80%를 한도로 두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무주택자를 기준으로 전세대출의 보증한도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4억원, SGI서울보증은 5억원이다. 보증금이 5억원을 초과하는 전셋집을 계약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6억원에 육박하는 강남권 주택이 공급되는 장기전세지만, 입주자의 자격요건은 크게 까다롭지 않다. 청약저축 가입기간 2년 이상과 납입횟수 24회 이상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1순위로 지원할 수 있다. 토지 등 부동산 합산액이 공시가격과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2억1550만원 이하여야 하고, 가구원 수에 따른 소득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된다.




소득 기준도 민간 분양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과 큰 차이가 없다. 전용면적 59㎡형 이하인 장기전세주택에 지원하려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3인가구는 월 소득 약 562만원 이하, 4인가구는 약 622만원 이하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금 여력이 있는 중산층 사이에서 경쟁은 치열한 편이다. 강남권의 경우 모든 단지가 1순위에서 지원을 마감한 것은 물론, 경쟁률도 높은 편이었다. 각각 2가구를 모집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와 송파 래미안 파인탑의 경쟁률이 23.5대 1과 45.5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전세시장이 과열되면서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진 강남에서는 ‘로또 전세’인 셈이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9월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전세가격은 0.54~0.63% 상승해, 서울 전체 상승률(0.41%)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주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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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강남권 고급 아파트 단지에 장기전세를 공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을 공공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쓰겠다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 크다. 예를 들어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공공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가져가 이런 식의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면 과연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무주택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임대하지 말고 매각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장기전세제도가 도입된 초기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복지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서울의 주택 매수 수요를 전세로 흡수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차원에서 소득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면서 "다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나오는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서민보다는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이고, 절대적인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에도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 아파트는 반값 전세라도 보증금이 5억~6억원인데, 월평균 소득 100% 기준에 맞는 가구라면 5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낼 만한 현금 여력이 없어 강남권 임대주택은 소위 ‘금수저’ 차지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면서 "임대주택 지원자의 소득 기준을 완화해 입주 자격을 확대하거나 특혜 논란이 일지 않도록 보증금 


수준을 시세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조합에서 주택을 기부채납 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느니, 현금으로 받은 다음 집값이 더 저렴한 지역에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면서 "전세 보증금 6억원짜리 주택 1채보다 3억원짜리 주택 2채를 임대로 공급하면 더 많은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한빛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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