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가 한 말은 거짓말”이라는 탈원전 막장 드라마


     한수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최종 단계에서 현 정권 탈원전 핵심 주체들이 감사원에서 털어놓은 자기 진술을 스스로 부정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다. 감사원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핵심 감사 대상자들을 여럿 불러 직권 심리를 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감사원의 월성 1호 폐쇄 타당성 감사에서 스스로 진술하고 도장까지 찍은 진술서에 대해 뒤늦게 "진술 효력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진은 2017년 국회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긴급 당정 협의에 참석했던 백 전 장관(왼쪽에서 둘째).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백 전 장관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내가 진술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집단으로 과거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피감사자들을 상대로 자기가 한 진술에 틀린 내용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확인서를 받는다. 이들도 확인서에 자필 서명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한 진술은 효력이 없다”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며 180도 부인한다. 갑자기, 그리고 일제히 진술을 뒤집는 것은 뒤에서 조종하는 손이 있다는 의미다.

월성 1호 조기 폐쇄가 경제성 분석 왜곡으로 결정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밝혀진 상태다. 처음엔 안전성이 문제돼 폐쇄한다고 하더니 가동해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경제성이 문제라고 했다. 경제성이 없도록 만들기 위해 원전 가동률과 원전 전기 판매 단가를 터무니없게 떨어뜨렸는데도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자 또 “조기 폐쇄는 경제성만 아니라 안전성, 주민 수용성까지 따져 종합 결정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꼬리를 물며 거짓말을 이어가는 식이다. 그러면서 한수원 이사회에는 법적 책임에 대비해 이사들에게 보험을 들어주고, 국회에는 중요한 숫자를 모두 검게 칠해 숨긴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다 이 모든 사실이 감사원에서 낱낱이 드러날 상황이 됐다.

 


정권은 늘 하던 방식으로 대응했다. 감사 결과 발표를 막으면서 감사원장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시작했다.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진술을 뒤집는 것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국정의 너무 많은 곳에서 조작과 은폐가 벌어지고 있다. 무조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정권의 막무가내 행태가 끝이 없다.
조선일보

감사원, 추석 후 원전 감사결과 발표 검토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를 결정할 감사위원회를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8일 무렵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피감사자들이 최근 조사 마지막 단계인 직권 심리에서 그간 진술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지만, 기존 계획대로 원전 사건을 10월 초에 위원회에 부의(附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압박 강도 또한 거세지고 있다.



복수의 여권·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30일 청구된 월성 원전 감사가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1년이 되는 만큼 이 연휴 직후 회의를 열어 감사 결과를 낼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은 지난 4월 총선 전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부실하다는 이유로 ‘보류’돼 재조사를 한 지 6개월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최 원장 등 감사위는 이번 연휴 기간 그간의 조사 내용과 직권심리 결과를 최종적으로 종합 검토해 감사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올릴지 결정할 전망이다. 백 전 장관 등 주요 피감사자들이 최근 직권심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감사팀이 고압적으로 조사했다”며 진술 효력을 부정했더라도, 규정상 감사위원회 회의를 여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감사관은 “기존 조사에서 피감사자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인정한다고 날인했기 때문에 설사 막판에 당사자들이 이를 다 부인하더라도 이전 진술서의 효력이 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들이 피감사자들의 막판 진술 번복도 하나의 참고사항으로 검토해 부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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