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공장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라니…ㅣ 용돈벌이로 전락한 청년 고용정책


문닫은 공장 비정규직을 직고용하라니…


적자 3조 한국GM ‘흔들’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GM에 ‘노동 리스크’가 가중되며 ‘제2의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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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3조원대 적자를 낸 한국GM은 올해 판매 감소로 세금·공과금 납부까지 유예 받은 상황이지만 ‘불법 파견’ 등 노동 관련 소송 40여 건의 공탁금으로 현금 2000억원을 법원에 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출국 금지된 상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한계 기업에 다다른 한국GM에 “(지난 2018년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도급 직원 148명을 직고용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문을 닫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다시 뽑으라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고용부가 2018년부터 직고용 명령을 내린 도급 직원은 부평(797명)·창원(774명) 공장까지 총 1719명이다. 여기에다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2200만원(1인당 평균)을 요구하는 노조는 최근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판매 감소’ ‘노동 소송’ 그리고 ‘강성 노조’까지 3중고(苦)를 겪으며 만신창이가 된 한국GM은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GM이 총체적 난국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경직된 고용 제도와 관행’에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GM은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된 노동법 때문에 하도급법에서 인정한 ‘사내 하청(도급)’ 직원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근거로, 생산 공장의 사내 하청이 대부분 본사의 지시·감독을 받는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판결 흐름에 기대, 한계 기업에 “도급 직원을 직고용하라”는 비현실적인 명령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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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경직된 법 논리로 무조건 사내 하청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법원, 기업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시정 명령을 내리는 정부, 글로벌 경쟁력에 맞게 법을 고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국회 모두 무책임하다”며 “이런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 조선일보 




용돈벌이 전락한 청년 고용정책


“용돈 벌며 공부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복사만 하다 옵니다.”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 ‘청년 기술이전 전담인력(TLO)’을 검색하면 이 같은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공계 고급 인력을 위한 취업 지원 사업이 용돈벌이 수준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도입된 청년 TLO 사업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거나 청년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 산학협력단이 미취업 이공계 졸업생들을 계약직 직원으로 6개월 채용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정부가 월 150만∼180만 원을 지원해 학생들이 실력을 쌓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다. 올해까지 3년 동안 1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청년 기술이전 전담 인력 사업 안내문.


하지만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취업률 70%’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 TLO 사업에 참여한 청년의 취업률은 2018년 44.5%, 지난해 45.7%에 불과했다.




애초에 취업률 70%라는 목표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취지처럼 기술 이전이라는 전문성을 쌓기에 6개월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연구원으로 제대로 관리하기보다는 교내 아르바이트처럼 사무일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력을 쌓을 시간도, 쌓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으니 취업으로 연결되지도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당장 대학 계약직 채용을 늘려 눈앞의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AI와 숭실의 만남

실제 사업 초기부터 대학에서 근무일지를 작성하지 않거나 출근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감독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8년부터 네 차례 현장 점검을 하며 개선해 왔다지만 지난해까지 수행 업무를 재배정(9개 대학)해야 하고, 복무를 강화해야 한다(6개 대학)는 지적 사항이 이어졌다.


사후 관리에 아쉬움도 남는다. 2018년, 2020년 국회 과방위 결산심사에서 TLO를 거쳐 취업한 이들의 고용유지율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과기정통부는 “학생들의 반발과 비협조로 어렵다”고 밝혔다. 일자리의 질과는 상관없이 ‘취업률만을 끌어올리면 된다’는 식으로 비치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반기 공채문이 좁아진다는 흉흉한 소식에 청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술 이전’ ‘창업’과 같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단기 일자리 정책보단 당장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신무경 산업1부 기자 yes@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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