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천억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또 ‘삐걱’...내년 완공도 불투명


1조5000억원짜리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또 ‘삐걱’...일정 연장 불가피


연말 시운전 불가능 내년 완공도 불투명

이미 두 차례 연기, 사업관리능력 도마에


   우주 생성의 근원을 입자 수준에서 탐색하고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희귀 동위원소를 찾아내는 등 기초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는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 사업이 또다시 삐걱대고 있다. 


중이온가속기(RAON) 시설 조감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제공


2018년 12월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에 선임된 권면 단장은 지난해 4월 간담회에서 2020년 말 저에너지 가속기 시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실상 시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목표로 제시한 2021년 구축 완료도 사실상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축 일정이 또다시 연기된다면 구축 사업은 세차례나 미뤄지는 셈이어서 사업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2021년 구축 완료 일정 연기 여부를 두고 전문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이 직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문가 검증을 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저에너지 가속기 시운전은 장비 설치 일정상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시운전이 늦어지는 만큼 전체 중이온가속기 구축도 내년까지 완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중이온가속기는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원자핵을 가진 우라늄 입자를 무거운 이온 상태로 가속시켜 다른 표적에 충돌시킨다. 이때 2차로 생성되는 입자를 이용해 주기율표 상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를 찾아내 우주 탄생의 근원을 연구한다. 희귀 동위원소를 발굴해 암 치료 등 의료 분야에도 활용할 수도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과 중국, 캐나다가 운영중이며 한국과 미국, 유럽이 구축중이다. 


중이온가속기는 가속장치와 가속장치를 뒷받침하는 기반장치, 가속된 빔을 이용하는 실험장치,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장치 등 크게 4종류의 장치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핵심은 가속장치다. 


가속장치는 총 5종류의 초전도가속모듈(QWR, HWR-A, HWR-B, SSR1, SSR2)로 구성된다. 이들은 우라늄 중이온 빔을 만드는 에너지를 생성한다. 모든 초전도가속모듈은 실제 운전상황과 동일한 저온 가속 성능 시험을 통과한 뒤 설치된다. 이 가운데 QWR·HWR 초전도가속모듈은 저에너지 가속구간(SCL3)에, SSR 초전도가속모듈은 고에너지 가속구간(SCL2)에 활용된다. 




각 가속모듈은 설계, 설계에 대한 검증을 거친 뒤 시제품을 제작하고 시제품의 성능이 검증되면 본제품이 양산돼 설치되는 과정을 거친다.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SCL3의 QWR과 HWR은 시제품 성능 검증이 완료됐다. QWR은 양산이 끝났고 HWR은 현재 양산 중이다. SSR1은 일부 시제품의 성능 검증이 완료됐고 SSR2는 현재 시제품이 제작중이다. 


저에너지 가속구간인 SCL3에 필요한 가속모듈 HWR이 현재 양산 중인 상태에서 올해 말 시운전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중이온가속기는 저에너지 가속구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다양한 동위원소를 활용한 실험을 하고 난 뒤 일부 동위원소를 모아 고에너지 가속구간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저에너지 가속구간 시운전이 늦춰지면 전체 중이온 가속기 구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2021년 구축 완료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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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권영관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 부단장은 “설계부터 시제품 검증 등 중이온가속기 구축은 연구개발(R&D)이 건설구축 사업에 포함돼 있다”며 “R&D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소요기간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부품을 수급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권 부단장은 또 “R&D가 사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며 “대형연구시설사업의 경우 이같은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도영 IBS 원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TF에서 구축 일정 연기가 결정된다면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은 총 3번 일정이 미뤄지게 된다. 2011년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사업 일환으로 총 1조5000여억원의 예산으로 추진된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의 당초 완료 목표는 2017년이었다. 그러나 연구개발이 늦어지면서 구축 완료시점이 2019년으로 한차례 미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말 ‘관행적으로 추진되던 대형연구시설사업의 사업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진행해 사업 전반에 대한 정밀 점검을 실시했고 점검 결과 2021년까지 구축을 완료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2019년에서 2021년으로 또다시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최근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크고 작은 지적을 받으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정규직원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와 친분 관계에 있는 면접위원을 참여시킨 불공정 채용이 지적받기도 했다. 2018년 국감에서는 사업단의 보직수당 지급과 건물 임대료 지급 등 과정에서 연구비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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