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파트에서 땅으로..."서울사람 외지 땅투자 10년만에 최대치"


주택 죄니 땅으로…"서울사람 외지 땅투자 10년만에 최대치"


    직장인 김세원(36)씨는 지난 6월부터 주말마다 서울 근교로 나가 토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땅 투자에 대한 서적도 틈틈이 읽는다. 김씨는 "대출이 끊기면서 살고 싶은 집을 사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수도권 인근 토지를 조금이라도 매입해서 돈을 불리는 것이 낫겠단 생각에 예산에 맞춰 자투리 땅이라도 보고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였다가 1주택자가 된 한형민(52)씨도 서울 외곽 토지에 투자할 생각이다. 한씨는 "토지는 공시가격도 낮은 편이고 세금 부담도 적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묻어두려고 한다"면서 "주택은 규제가 너무 세고 상가도 관리 부담이 있어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지난 달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토지./지지옥션 제공


주택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토지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수도권 택지보상으로 땅 투자 수익률이 좋았다는 소식이 들리는 데다 세금 규제도 주택 보다는 덜하기 때문이다. 통상 토지는 공시가격도 낮은 편이라 세금도 낮게 매겨진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당수 투자자가 주택 재건축·재개발에서 토지 등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유료 강의를 하는 A씨는 "올해 초에는 재개발·재건축 강의에 수강 인원이 몰렸는데, 최근엔 주택 보다는 상가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고 이미 상가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땅 투자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주요 백화점 문화센터 등지에서 수년간 토지 가치 분석 강의를 해왔던 B씨도 "토지가치 분석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이 조금 더 늘어난 것 같다"면서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투자가 여의치 않지만, 현금을 갖고 있긴 싫은 사람들이 토지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시중은행에서 봄·가을마다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함께하는 임장(투자를 위해 현장을 둘러보는 것) 서비스’의 예약도 벌써 모두 찼다. 국민·신한·하나은행 등은 비정기적으로 투자 가치를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는 토지임장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가을에 할 임장 서비스 예약은 공지가 나가자마자 모두 예약이 끝났다"고 했다.


실제로 땅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거주자는 서울 이외 지역의 ‘순수 토지’를 1만1596필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2월(1만3265필지)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토지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 9억원까지인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율도 축소됐다. 게다가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는 앞으로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토지는 주택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동주택보다 낮고 결국 시세에 비해 세금이 덜 부과되는 편이다. 다주택자인 경우 취득세율도 주택보다는 토지가 낮다. 7·10 대책에 따라 1주택자가 조정지역에 주택을 추가 구매할 경우 취득세율은 8%, 3주택자가 될 경우 12%로 오르지만 농지에 투자하면 취득세율이 3.4%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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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하고 여윳돈을 합해 더 나은 입지의 주택을 매수해왔지만, 이제는 주택을 모두 매도하고 똘똘한 1주택으로 가거나 주택을 처분한 돈으로 꼬마빌딩이나 토지 등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투자에 대한 비난이 큰 반면, 토지 투자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따가운 눈초리가 없다는 점도 분위기가 바뀐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땅 투자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자산이라 아직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도, 도로상황, 개발계획 등을 종합적


으로 봐야하고, 용도변경 가능성을 따지고 개발계획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 투자는 주택보다는 고려할 것이 더 많고 불확실한 요소도 더 많아 쉽게 보고 투자해선 안 된다"면서 "기획부동산이 주로 토지 투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 만큼 토지 투자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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