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 이런!...대법·헌재·방통위 다 잡았는데...."감사원 최재형만...눈에 가시?"


대법·헌재·방통위 다 바꿨는데…돌출 변수는 감사원 최재형


“4대 합의제 기구의 인적 구성 변화가 완성되면 사회 변혁의 동력이 생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4대 합의제 기구는 대법원ㆍ헌법재판소ㆍ감사원ㆍ방송통신위원회다. 각각 사법ㆍ행정ㆍ미디어 등 한국 사회의 기간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들이다.

 

다른 부처가 장관 중심의 독임제(獨任制)인 것과 달리 이들 4개 기관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임명되는 구성원들의 합의제(合議制)로 운영된다. 이들 기구가 가진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4대 합의기구 구성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대 합의제 기구의 인적 정비가 끝나는 시점이 “대한민국 주류(主流) 교체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대법원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노태악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8일 취임하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이 8명이 된다. 전체의 64.3%다. 이중 진보 성향의 ‘우국민’(우리법연구회ㆍ국제인권법연구회ㆍ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 6명에 달한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박정화ㆍ노정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김상환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을 지냈다. 취임을 앞둔 이 후보자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국가보안법 처벌 전력이 있다.



 

이번 정부 때 추천된 대법관이 절반을 넘어선 시점은 2018년이다.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그때부터 일제 강제징용 판결을 비롯해 양심적 병역거부ㆍ여순 반란 민간인 희생자 무죄 판결 등을 내놨다. 정치 생명이 위험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도 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3일에는 전교조가 7년 만에 법외노조 지위를 벗었다.

 

야권에선 대법원의 ‘코드화’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 힘 법사위원들은 전교조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연이은 대법관 코드인사가 자아낸 정치적 판결은 결국 사법부의 편향성을 드러내며 사법부의 제일 중요한 근간인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7일 “일각에서 현 대법원의 구성을 김경수 경남지사 무죄 판결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과잉 해석하는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은 삼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이미 손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헌재는 지난해 1월부터 5년 만에 국가보안법 7조의 위헌 여부를 다시 심리하기 시작했다. 1992년부터 시작해 2015년까지 헌재가 7차례에 걸쳐 합헌이라고 결정했던 사안이다.

 

5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위헌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찬양·고무죄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제7조가 "북한에 대한 긍정적 정보나 사실 확인의 과정을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반면, 북한에 대한 막연한 비난과 욕설 등 맹목적인 증오를 조장한다"며 "이는 비교육적이고 정보화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법"이라고 주장했다. 2020.5.21/뉴스1


국보법 7조는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민변 변호사 29명이 국보법 위반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공동 대리인단을 꾸려 공개변론을 신청했다.



 

현재 헌재는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9명의 구성원 중 6명이 문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추천 인사로 구성돼 있다. 야당은 헌재가 국보법 위헌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감사위원 7명의 합의 기구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장 수여식후 최재형(오른쪽) 감사원장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현재 감사원은 전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최재형 원장과 여권이 대립하고 있다. 최 원장은 청와대가 요청한 인사의 제청을 거부하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4대 합의제 기구 개조’ 시나리오에서 최 원장이 유일한 돌발 변수인 셈이다.

 

여권은 최 원장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정당성을 따지는 감사 도중 “대선에서 41%의 지지를 받은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해 알려지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고 재야로 나가서 비판하든지 하라”(신동근 의원)는 등의 발언까지 나왔다.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이 최재형 감사원장의 이석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장의 임기는 헌법으로 보장한다. 독립성을 위해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진보든 보수든 주요 기관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배치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현 여당이 스스로 임명한 감사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의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는 한상혁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3명은 대통령과 여당, 2명은 야당의 추천 몫으로 임명된다. 구조적으로 여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인적 구성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 위원장,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참석한 이날 정부 발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범죄로 간주하여 무관용원칙에 따라 엄중대응 한다“고 밝혔다. 뉴스1





특히 5기 방통위에는 3명의 정치인이 있다. 민주당은 김현 전 의원을 부위원장으로 추천했고,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김효재ㆍ안형환 전 의원 등 추천 몫 2명 모두를 정치인에 할애했다.

 

방통위에는 KBS 수신료와 중간광고, 가짜뉴스, 종편 재승인 등 언제든 정치현안으로 확대될 수 있는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 방통위는 특히 지난달 25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코로나 가짜뉴스 등 허위조작정보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방역 방해와 가짜뉴스 유포는 공동체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강력 대응을 강조한 직후다.

 

학계에선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다룰 법령이 미비하고, 이들을 제재하는 법률 또한 경우에 따라 검열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8년 이낙연 당시 총리 주도로 ‘범정부 가짜뉴스대책 TF’가 꾸려졌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짜뉴스 판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