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결정하는 국토부 차관.... 과천에 380평 땅 보유


과천 신도시에 380평 땅 가진 국토부 차관, 진실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보유한 경기도 과천 소재 토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이 토지가 과천 신도시 부지 내에 있다며 국토부의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죠. 박 차관의 경력을 감안하면 해당 지역이 신도시로 지정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박 차관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신도시 지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설명하고 나섰는데요.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곳은 참여연대입니다. 이 단체가 지목한 곳은 박 차관이 보유한 과천시 과천동 소재 2519㎡ 중 1259.5㎡(약 380평)입니다. 이 땅은 2018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의 주택공급대상지역에 들어가 있습니다. 즉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해 발표할 때 7000가구 규모의 과천 과천지구도 함께 발표됐는데요. 여기에 박 차관의 토지도 포함됐습니다. 과천시 대상지는 과천동·주암동·막계동 일대 155만㎡(약 47만평)입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이 국토부 주택토지실장과 국토도시실장을 거쳐 2018년 12월 1차관에 임명된 것이 주목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은 주택도시실장이던 2018년 3월 재산공개에서도 본인 명의로 과천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 땅은 같은 해 9월 주택공급 계획에 포함됐고, 재산 규모는 약 6억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 차관의 경력을 살펴볼 때 그가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관련 정책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주택토지실장(2016년 2월∼2018년 7월) 시절에는 공공주택본부장을 겸임해 공공주택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주택본부은 공공택지 지정 업무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부서입니다.




박 차관의 과천 토지와 관련된 논란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 과천지구가 신규택지로 지정된 직후에도 이런 얘기가 나왔죠. 이 때부터 최근까지도 박 차관은 꾸준히 해당 업무와 관여한 바가 없고, 투기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실은 땅의 매입 시점입니다. 박 차관은 이 땅을 직접 사지 않았습니다. 부친으로부터 증여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30년 전에 말이죠. 또한 박 차관은 ‘차관 취임 전 신도시 지정이 끝나 업무에 관여한 바 없다’, ‘발표 시점이 돼서야 과천 땅이 계획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등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직무상 이해충돌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은 단시간에 결정되기 어렵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입니다. 참여연대는 “수도권 주택공급은 박 차관이 주택토지실장직을 수행한 시기에 입안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참여연대는 “해당 주택공급 계획은 2018년 12월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지구 지정이 끝난 시점은 박 차관의 해명과 달리 올해 5월”이라며 차관으로서 해당 업무를 계속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참여연대는 국토부에 “현재 추진하는 수도권 주택공급에서 박 차관이 수행하는 업무와 과거 업무가 과천 땅과 이해충돌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국토부의 판단과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국토부가 박 차관의 이해충돌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회피를 위해 조치한 사항이 무엇인지에 관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토부 고위 간부가 과천 그린벨트에 작지 않은 토지를 갖고 있고, 해당 지역이 추후 신도시 부지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한 번쯤 의심할 만 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런 논란이 2018년 12월부터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 박 차관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참여연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낸 것이죠.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과천 토지 보유 경위입니다. 박 차관은 1990년 4월 부친으로부터 이 땅을 증여받았습니다. 누나와 함께 절반씩 증여를 받았죠. 부친이 1977년 인근 지역 보유 토지가 공공사업으로 수용됨에 따라 이 땅을 대토 차원에서 취득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실제 취득시점은 1990년보다 훨씬 전입니다. 박 차관은 “당시 부친께서 그린벨트에 대한 상식이 없어 노후 주택건축 계획을 염두에 보고 구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친이 소유한 기간까지 합치면 해당 토지를 40~50년 보유한 셈입니다.


과천 신도시 선정과정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했습니다. 박 차관은 “신도시 업무는 주택토지실 공공주택건설추진단의 극소수 직원이 절처한 보안 속에 진행하는 업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과천 신도시는 2018년 12월19일에 공식 발표됐지만, 박 차관은 2018년 7월25일~12월14일까지 국토도시실장으로 근무했고, 12월15일에 차관으로 부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계획을 보고 받았고,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도시실장은 신도시계획 수립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어떤 내용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차관으로서 과천 신도시 사업 추진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반박했습니다. 신도시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등은 LH 등 사업시행자와 국토부가 추진하지만, 신도시 지구계획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인 토지의 위치별로 보상금액이 달라지지 않으며, 보상수준(감정평가기준)은 개발 이전의 현 상태 지목, 도로접면상태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차관은 또 “담당부서와 공공기관의 관련 업무의 자율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있으며 세부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보고 받지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신도시 지정으로 개발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신도시 등 공공사업 대상지역의 토지에 대해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가격 수준으로 보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지 보상가격이 개발사업 발표 이전의 토지이용상황을 기준으로 이뤄지므로 신도시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은 배제된다는 것이죠. 참고로 박 차관이 소유한 토지는 그린벨트 농지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신도시 편입 주민들, 즉 토지주들이 보상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기도 합니다.


요약해보자면 박 차관은 △이 토지를 30년 전에 증여받았으며 △신도시 지정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신도시 지정에 따른 개발이익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31년간 개인적 재산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박 차관이 이렇게 입장문을 내면서까지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건, 한 번쯤 공개적으로 이 부분을 짚어보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주택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보유에 대해 여론이 민감해진 것도 적극적 해명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에 앞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정부와 과천시가 도시철도인 위례-과천선을 연장하면서 김 전 실장 아파트 단지 앞으로 역을 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청와대와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왔습니다.


참여연대가 박 차관의 입장문을 보고 얼마나 납득했을까요. 여전히 “충분치 않다”며 국토부에 추가 해명을 요구할까요. 아니면 “이 정도면 해명이 됐다”고 판단할까요. 예상치 못한 시점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박 차관의 과천 토지. 앞으로 상황이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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