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신도시보상금...집·땅값 또 끌어올리나


45조 신도시보상금, 부동산 시장 새로운 뇌관되나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하반기 이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규모 택지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연말과 내년에 걸쳐 전국에 풀릴 예상 보상금은 4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수도권이 90%를 차지한다. 정부는 대토보상과 대토리츠 등의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현금보상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3기 신도시 보상 시작

25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3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와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가 토지 보상 공고를 했다.


토지 보상·부동산 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와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에서 풀릴 토지 보상금 규모는 각각 1조1500억원, 6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남에서 풀릴 토지 보상금은 3기 신도시 중 가장 많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남양주 왕숙 공공택지지구(1134만㎡)도 두 차례에 걸쳐 보상 공고를 했다. 2지구는 이달 31일지, 1지구는 다음달 4일까지 각각 열람 및 이의신청을 받는다.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은 내년 상반기에 보상 계획을 공고한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부천 대장·고양 창릉 등 총 다섯 곳이다.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주택보급을 위해 2018년 12월과 지난해 5월에 나눠 지정했다. 전체 3기 신도시 보상금은 21조2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상금과 집값의 상관관계

신도시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택지 사업은 수도권 주택 가격을 0.19%, 서울 주택 가격을 0.25% 각각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땅값인 지가는 수도권이 0.44%, 서울은 0.37% 올린다. 3기 신도시 사업비를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부적으로 연구한 결과다.


노무현 정부 때는 토지 보상금으로 103조원가량이 풀렸다. 정부는 2006년 토지 보상금 29조9000억원의 37.8%인 11조3000억원 정도가 부동산 거래에 다시 쓰인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도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들었다. 수용 토지의 반경 80㎞ 이내 허가 구역 안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되사거나(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녀들의 내 집 마련, 혹은 임대용 부동산 자산 매입 등에 쓴 것으로 관측된다.




2006년 전국 지가는 5.61% 올라 2002년 8.9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같은 해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20.34%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2002년 21.8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토보상 활성화...현금유입 줄일 것”

토지 보상 가격은 선정된 3인의 감정평가사법인 등이 산정한 감정평가액을 산술 평균해 결정된다. 현지인에게는 토지 보상금을 전액 현금으로 보상하지만, 토지 소유자나 관계인이 원하면 채권이나 대토 보상도 가능하다. 대토 보상은 토지를 수용당하는 원주민에게 현금 대신 신도시 내 땅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토지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토보상을 받을 경우 공동주택용지도 공급받을 수 있고, 안전한 자산 관리를 위해 LH가 자산관리사로 참여하여 대토리츠를 선택할 수도 있다. 대토 리츠는 대토 보상에 리츠를 결합한 형태다. 토지 소유자가 보상금으로 받을 토지를 리츠에 현물 출자한다. 이후 리츠가 개발 사업을 진행해 발생한 수익을 출자자에게 나눠준다.


정부는 대토리츠 대토보상 등을 활성화해 토지보상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우선 대토 보상으로 제공되는 땅에 기존 상업용지와 단독주택 용지 외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 용지가 추가된다. LH가 대토리츠의 자산관리사로 참여해 미분양 공동주택 매입확약 등 자산관리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토지를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넘기는 협의양도인은 지금까지 단독주택 용지 추첨 자격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그 지구에 지어지는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해선 신도시 건설 기간 동안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공사 이후 사업지구나 인근 지역의 국민임대 특공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지원책이 마련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토보상율이 수서역세권 66%, 성남복정1 44% 등 최근 높아지는 추세로 교통 등 입지여건이 우수한 곳은 대토보상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 주택특별공급 등과 함께 외지인 채권보상 비율 등을 고려하면 현금보상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집·땅값 또 끌어올리나

반면 업계에서는 대체보상제도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공동주택 용지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원한다고 해도 제공할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 채권은 금융기관에서 할인매도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토지 전문가는 “수서 복정 등은 자금의 여유가 있는 자산가가 많았지만 신도시는 상당수가 현지 영농인이라”며 “기본적으로 대출이 없는 자산가가 아니면 리츠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수도권 땅값이 오른 것도 토지보상금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보상금이 나오기 전에 이른바 입도선매에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곳은 하남시(6.90%)였다. 중규모택지개발이 발표된 과천시(6.32%)도 세번째로 많이 올랐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땅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다시 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도권 토지가격 변동성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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