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코로나와 종로 민노총 코로나는 왜 다를까


여권의 광화문집회 공격, 그날 종로엔 민노총도 있었다


   전염의 시대엔 우리가 집단의 일원이란 걸 깨닫는다. 한명 한명이 감염 가능자로서 자신을 보호해야 다른 사람도 보호한다. 이른바 연대감이다. 현재 “유일한 백신은 신중함뿐”(파올로 조르다노)이다.

 

김태년 “집회 단체 압수수색” 주장

문 대통령은 천주교 지도자와 오찬

전광훈·통합당 엮어 정쟁 소재로

2000명 진보집회는 거론도 안 해


    그런데 20일 여권발(發) 메시지는 이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를 두고 “광화문 집회가 전국적인 감염 확산의 뇌관이 됐다”며 “사법당국은 집회 참석 단체를 압수수색해서라도 참석자 명단을 확보하라”고 했다. 그러곤 “많은 당원이 참석한 미래통합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공격했다. 당 대표 후보로 뛰는 김부겸 전 의원은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신도를 위시한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은 사실상 테러 집단”이라며 “사회 불안을 키우고 민심 이반을 이끌어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고 마침내 정권 붕괴까지 노리는, 사실상 정치세력이 아닌가”라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광훈 목사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고 못 박았다.


방역 체계 이미 8.15 이전에 무너져

(에스앤에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천주교 지도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염수정 추기경(가운데) 등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 확산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왼쪽은 이용훈 주교.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했는데 “천주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고 말했다. 나흘 전엔 ‘일부 교회’란 표현을 쓰며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여권이 내는 메시지는 하나다. 전 목사를 비롯한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자란 얘기다. 정치적으로 효과적인 레토릭이라고 믿을 순 있다. ‘광화문 집회’에서 표출된 비판적 여론을 희석하고, 미래통합당까지 싸잡아 공격할 수 있으니 말이다. 피아(彼我)를 구별하고 특정 범주의 사람들을 적대시하며 이들에 대한 분노와 그에 따른 갈등을 통치의 연료로 삼아 왔던 여권으로선 통달한 정국 관리 수법이다.

 


종로 민노총 집회 모습/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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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진실은 복잡미묘하다. 전 목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5일 광화문 바로 옆 종로엔 2000명의 민주노총 ‘기자회견단’도 있었다. 여권이 이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현재 드러나는 양상을 보면 15일 이전에 이미 광범위하게 감염이 퍼져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와 달리 청와대와 정부가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방역에 느슨한 모습과 메시지를 보인 탓이 크다. 여권의 선택적 책임론은 이런 사실을 덮는다.

 

여권은 또 집회 참석자들은 범죄자, 더 나아가 테러리스트로까지 몰았다. 낙인찍기가 방역을 어렵게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외면한 처사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수수색을 한두 명도 아니고 포괄적으로 해도 된다는 건 정상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사고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여권의 통합·협치는 말뿐이란 게 이번에도 드러나고 있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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