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 진행 전세 월세 전환 추세 진정될까 ㅣ 이사도, 매매도, 전세도 다 가로막는 실거주 의무


전월세전환율 하향시 월세 예시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 수준으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전월세전환율이 내려가면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월세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yoon2@yna.co.kr




이사도, 매매도, 전세도 다 가로막는 실거주 의무


[부동산시장 대혼란] 文정부 해마다 '의무거주' 강화


    서울 성동구 S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36)씨는 육아 때문에 집을 전세 주고 경기도 분당의 처가 근처로 이사하려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연말 양도소득세 관련 규정 강화로 이사를 가면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게 돼 계획을 포기했다. 기존에는 1주택자가 아파트를 10년간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80%까지 세금이 면제됐지만 내년부터는 10년간 보유하면 40%, 실거주까지 해야 80%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리 실거주 요건을 채워두지 않으면 나중에 급히 집을 처분해야 할 때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 소유자의 실거주 의무를 계속 강화해왔다. 1주택자라도 본인 소유 집에 살아야만 세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고 집값도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의무 거주 요건 때문에 제때 이사를 못 가거나,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등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나온 실거주 정책 중 일부는 새로 집을 살 때부터가 아니라 기존 주택에까지 적용돼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주거 이동의 자유나 재산권 등 헌법에 나온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공제 다 받으려면 10년 살아야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처음 건드린 것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관련 정책이다. 2017년 '8·2 대책'을 통해 '9억원 이하 양도세 면제' 요건부터 손봤다. 기존에는 주택 취득 후 2년 이상 보유하면 매각 가격 9억원까지는 양도세가 전액 면제됐지만 8·2 대책 이후로는 2년 이상 실거주까지 해야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박상훈


이후에도 계속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다. 이듬해 '9·13 대책'은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도 '2년 실거주'를 추가했고, 지난해 '12·16 대책'은 실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해 10년 이상 보유(40%)하고 10년 이상 실거주(40%)까지 해야 최대 공제율(80%)을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원래는 보유 기간(3~10년)만 따져 기간별로 24~80%의 공제율을 적용하던 것이었다.




정부는 올해 '6·17 대책'을 통해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실거주 요건도 새롭게 만들었다. 올 연말까지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하지 못한 단지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면 무조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아파트 당첨자에게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2월부터 실시된다.


급 적용·주거 이동 등 위헌 논란

정부가 단기간에 실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9억원 이하 양도세 공제 실거주 의무는 신규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되는 반면, 장기보유공제는 내년부터 '처분'하는 주택에 적용돼 소급 적용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자가는 전세 주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 살던 1주택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기보유공제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면 올해 중 자가 주택을 팔거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시 실거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재건축 아파트는 입지는 좋지만 주거 환경은 열악해 소유주는 투자자, 거주자는 서민·중산층인 경우가 많은데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 결국 전셋집만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소유한 사업가 한모씨는 "정부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나 같은 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방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1순위 청약 자격을 줄 때에도 해당 지역에 2년간 실거주하도록 하는 요건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 실거주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의무 거주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데, 생업상 이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집을 팔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와 시세, 주택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의무 거주 요건을 강화한 것이 오히려 주거 이전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8/20200818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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