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부동산정책으로 건설·부동산 관련 소송 봇물


달궈진 부동산, 소송도 급증…로펌 '건설분쟁 전담팀' 확대


건설사 시공권 취소 분쟁 증가

공사대금 둘러싼 법리싸움 치열

수익형 부동산 집단소송도 늘어


광장, 금융·건설 50여명 전문가

세종, 매달 건설·부동산 세미나

바른, 부동산 관련 3개팀 세분화

화우, 건설산업硏과 법리 연구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3일 건설 전담 재판부를 하나 더 구성해 모두 8개로 늘렸다. 서울중앙지법에도 건설 및 부동산 전담 재판부만 17개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몇 차례 바뀌고 관련 법도 개정되면서 건설·부동산 관련 소송이 로펌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대차 계약 분쟁, 입주권 문제 등 개인 간 소송이 늘고,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싼 분쟁도 다양해지고 있다. 로펌업계도 관련 변호사를 늘리고 전문팀을 구성해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광주 전남 종합법률사무소 해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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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취소’ 분쟁 등 증가

건설회사 간 시공권을 둘러싼 법적 문제는 대형 로펌의 전통적인 먹거리다. 과거에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법률적 검토 요청이 많았다. 최근엔 시공사 선정 ‘취소’와 관련된 분쟁이 많아지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했다가 해제하면 이미 공사 도급 계약을 맺은 경우 계약 해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다툰다.




지난 5월 대형 건설사 세 곳이 서울 방배 5구역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건설사들은 조합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그 책임 중 일부를 인정했다. 류용호 김앤장 변호사는 “조합장이 바뀐다거나 계약서상 여러 문제를 앞세워 시공사를 해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분쟁 형태도 다양화되는 만큼 전문적인 역량과 노하우를 갖춘 법률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사대금 분쟁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그동안 시공사와 발주자는 공기를 조금 못 맞추더라도 수주하는 프로젝트 자체가 이익이 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원활히 협의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계약 자체가 까다롭다 보니 공기가 지연될 경우 누구의 책임인지를 엄격히 따진다. 전문가들은 공사 계획표를 토대로 공기가 지연된 원인을 밝히고 법정에선 그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다투는 식이다.


부동산 분쟁, 특히 재건축·재개발 분야에서 신경 써야 하는 또 다른 사안은 바로 일정 기간 시행을 유보하는 ‘경과 규정’이다. 지난 4일 정부는 서울시 주거지역 내 35층 층고 제한을 사실상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정면 태평양 변호사는 “부동산법이 바뀔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경과 규정”이라며 “그 규정이 내게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 계약서엔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형 부동산을 두고 벌어질 수 있는 집단 소송도 대형 로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방의 상가나 분양형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서 분양이 저조해 법률적 분쟁이 잦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이런 현상이 서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주봉 율촌 변호사는 “상가 등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분양 보증이 거의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민사, 형사, 행정 등 다각도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며 “관련 법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필요한 분쟁”이라고 말했다. 정원 지평 변호사는 “최근에는 상가도 점포 하나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로 쪼개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임차인과 계약이 되면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펌들, 전문성 강화

부동산 소송은 다른 소송에 비해 소송가액 규모가 크고 각종 특별법과 개정법 등 얽힌 법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대형 로펌은 각 분야의 전문 위원, 고문들과 함께 인허가, 자금 조달, 부지 확보 등 다양한 부동산 이슈에 대해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장은 50여 명의 전문가가 금융, 건설 등 소그룹을 만들어 자문과 송무를 담당한다. 여러 그룹에 흩어져 있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건설부동산 그룹으로 집중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세종은 매월 건설·부동산 관련 자체 세미나를 열면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분쟁실무1, 공사대금 50문 50답》이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기 성남 판교 등에서 10년 공공임대아파트가 만기돼 분양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전환 비용을 놓고 생긴 분쟁에서 입주민들을 대리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 분양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성남시는 분양 전환 금액으로 시세감정평가 금액을 승인했다.


‘송무의 명가’ 바른은 지난해 부동산 관련 그룹을 한 차례 재개편해 재건축·재개발팀, 건설소송팀, 건축행정팀 등으로 세분화했다. 장기화되기 쉬운 건설 소송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화우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손잡고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연구하는 등 꾸준히 법리와 해석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건설 분야와 관련된 전형적인 분쟁 외에 각종 신탁에 의한 부동산 개발사업 업무, 부동산 펀드, 담합 소송 등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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