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市長) 공백이 너무 길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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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市長) 공백이 너무 길다

2020.08.10

     
내년 4월 7일에 실시될 서울과 부산의 시장(市長) 보궐선거 일정이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서울시와 부산시(광역단체)도 독립성을 가진 (지방)정부인데 단체장이 장기간(약 1년) 공석이어서 시의 행정 집행이 원활치 못한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또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독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공조를 이루지 못한 채 표류하거나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1, 2의 도시인 서울과 부산 시에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긴히 맞물려 집행되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중심에 있어야 할 시장이 부재중이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인 1980년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최근 불거진 부동산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에 주택 1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방안으로 서울 재개발 층수를 50층까지 올리고 태릉골프장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3시간 후 서울시가 “실효성이 없다”고 반기를 들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시행자인 서울시와 아무런 협조나 의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중앙정부는 재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권한을 침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깔아뭉갠 것이지요. 서울시에는 아픈 내용이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일입니다.

서울의 현장 상황을 서울시만큼 잘 아는 중앙부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고(故) 박원순 시장이 재직 중이라면 중앙정부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했겠습니까. 집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서민 주거 금융형태인 전세제도가 사라지는데도 그가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까요. 그는 그린벨트는 지켜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지켜왔습니다.

서울시가 얼마나 다급하고, 시의 정책과 배치되었으면 시장이 공석인 상태에서도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놨을까요. 서울시가 “정부와 이견이 없다”는 자료를 냈지만 갈등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다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부산의 경우 지난 장마 때 지하차도에서 시민 3명이 익사했습니다. 조직적으로 빨리 대처했더라면 귀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겁니다. 수장이 없어 빚어진 안타까운 일입니다.

독일 통일 전인 1986년 서독 브레멘 시의 지방선거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구 56만 명. 연방 상원의원 3명.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 노원구, 또는 경남 김해시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아주 작은 지역의 선거가 서독 정국을 긴장시켰습니다. 각 정당이 그 지방선거에 총력을 집중했습니다. 그 선거에서 지면 당시 집권당(기민당)이 연방상원(Bundesrat, 지방 의회의 집권당이 상원에 의원을 보냄)을 야당에 내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연방 상원은 지방정부(의회) 몫이기 때문에 독일 정치권은 늘 긴장하여 국민의 편에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일은 자치단체별로 다릅니다. 심지어 의원 임기조차도 전 지자체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앙, 지방 가릴 것 없이 어느 정당이 실정을 했다면 곧바로 있을 선거(총선이든 지방의회 선거든)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늘 최선을 다해 일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1천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의 인구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유엔 인구 통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알바니아 등 많은 국가의 인구가 서울보다 적습니다. 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구가 3백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나라가 수두룩합니다. 인구만으로 단순하게 비교하면 서울・부산 시장 선거는 그들 나라의 대통령 선거와 규모가 같습니다.

한 국가에 맞먹는 규모인 서울과 부산 시장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 없습니다. 유고 때 일정 기간 내에 선거하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가 많아져서 불가능하다는 것은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국회가 법을 제정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부동산 관련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전례가 바로 얼마 전에 있었습니다. 자치단체장 자리를 100일 이상 비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 민의를 그들의 삶에 곧장 반영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개념임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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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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