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교체·도둑회의… 월성1호기 폐쇄를 둘러싼 한수원 이사회의 4대 의혹


    감사원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감사하게 된 단초는 2018년 6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수원 긴급 이사회다. 이날 한수원 이사진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10년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이사회가 박 정부의 결정을 3년 만에 뒤집었다. 국가의 중차대한 전력수급 계획이 뒤집힌 회의였던 만큼 감사원이 이날 회의를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수원이 국회 등에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이 위변조됐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도대체 이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탈원전 반대단체 "한수원, 회의록 조작"/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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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한수원 경영진과 노조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노조는 2017년 7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놓고 경영진이 이사회를 개최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한수원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이었는지 경영진은 장소를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가 아닌 서울에 있는 그랜드힐튼호텔로 바꾸고, 이사회 날짜도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이사들에게만 통보했다. 절차적 문제를 의식한 듯 이사회 개최 전 사무국장이 갑작스러운 이사회 개최가 합법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간조선이 이철규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 녹취록 전문에는 이날의 분위기가 잘 담겨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사회 사무국장을 맡은 이인식 당시 한수원 기획처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오늘은 안건의 중요성과 지역주민,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 방지를 위해 상법 제390조 4항에 의거, 별도의 소집절차 없이 이사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참고로 상법 제390조 4항에 따르면 이사 전원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언제든지 회의를 할 수 있다.”<이사회 녹취록 1쪽>


이날 이사회에는 재직이사 13명 중 12명이 참석했다. 당시 참석 이사 12명 중 6명은 상임이사였고, 나머지 6명은 비상임이사였다. 강래구 비상임이사는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사람은 이상직 이사였다. 한수원 비상임이사였던 그는 이날 갑자기 의장직을 맡게 됐다.


본래 이사회 의장은 비상임이사인 조성진 경성대 교수였지만 이날은 이상직 이사가 갑자기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조 이사는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때도 이사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인사다. 이런 전력 때문에 한수원 노조 등에서는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강행하려는 산업부 내지 한수원 사장 아니면 그 윗선에서 이날 조 이사가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감사원에서는 이날 이상직 이사가 갑작스럽게 의장이 된 과정과 관련해서도 조 교수를 한 차례 불러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직전 갑자기 의장 바뀌어

이날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운영계획(안)과 대진·천지원전 사업종결안 등 총 3건의 안건을 심의했다. 녹취록을 보면 회의는 일방적으로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사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이를 설명한 이사들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포함한 한수원 경영진이었다. 먼저 전휘수 당시 한수원 발전부사장이 월성 1호기의 운영환경과 경제성 평가 결과를 이사진들에게 설명했다. 전 부사장에 따르면 경제성 평가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수행됐고, 운영기간 만료일인 2022년 11월까지 계속 운전하는 경우와 2018년 6월 말 즉시 정지하는 경우의 현금흐름을 비교분석했다.


전 부사장은 “이용률이 54.4% 미만인 경우에는 계속운전을 해도 정지하는 경우에 비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수원 이사진에게 설명했다. 최근 3년 이용률이 60.4%, 57.5%, 40.6%로 매우 저조하며 최근의 규제환경에서 이 수준보다 높은 이용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전체적으로 계속운전이 정지에 비해 경제성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 법무실장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법률 검토에 대한 보고를 했다. 그런데 보고 내용은 주로 조기폐쇄에 대한 이사들의 법적책임 여부에 대한 내용이었다. 요약하면 조기폐쇄에 이사들이 찬성표를 던진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책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법무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원전을 조기폐쇄하기로 사전에 결론을 내어놓고 이에 대한 이사들의 법적책임 문제까지 이미 검토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모 이사가 “폐로가 되면 원자력 1호기가 죽게 되는데, 대체 전원을 돌렸을 때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그게 전기요금 상승의 요인이 될 수가 있다”며 “우리가 오늘 이런 결정을 내리고 나서 이후에 일반 국민들로부터 소송이라든지 그런 예상되는 문제가 없는지 법무실장이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실장은 “소송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냐가 문젠데, 법원이 손해를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각하 내지 기각이 나올 것”이라며 이사진을 안심시켰다. 법무실장은 이사회 결의 시 이사진의 책임발생 여부에 관해 “민·형사상 책임이 거의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원전 폐쇄에 반대해 온 조성진 이사의 발언을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왜곡해 국회에 제출했는지 여부다. 녹취록 전문을 보면 조 이사는 원전 폐쇄에 끝까지 반대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새로 의장을 맡은 이상직 의장과 조 이사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다음은 이 의장과 조 이사 간에 오간 발언의 일부다.


‘이상직 의장: 예. 방금 설명드린 내용(법무실장의 보고)에 대해 의견이나 질문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성진 이사: 의장님 제가 두세 가지만 여쭤보겠는데 첫 번째, 오늘 이렇게 긴급하게 우리가 해야 하는 무슨 이유라든지 어떤 근거가 있는지 하는 게 첫 번째 여쭤보고 싶은 것이고. (중략) 그 다음에 8차 전력계획에 월성 이걸 폐쇄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했는지(중략).


이상직 의장: 잠깐, 죄송한데 두 가지만 질문한다고 그랬는데.


조성진 이사: 몇 가지라고 내가 얘기를 했어요.’

녹취록에 따르면 참석한 12명의 이사 중 조성진 이사만이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의견과 질문을 제시했다. 조 이사는 첫째 이렇게 긴급하게 이사회를 여는 이유가 무엇인지, 둘째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또 변하면 다시 짓자고 할 것인지, 셋째 월성 1호기 용량이 600MW에 달하고 이 정도 용량의 원전을 다시 지으려면 3조원이 드는데 3조원짜리를 그냥 버릴 것인지, 폐로 이외의 방법은 없는지 등을 한수원 경영진에게 물었다. 이와 관련한 녹취록 원본에는 조 이사가 “600MW를 새로 짓는다면, 제가 대략 들은 바로는 3조원 정도가 든다고 들었다”고 적혀 있는데,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에는 이 부분이 “소요되는 예산이 상당할 것이다”라는 표현으로 바뀌어 있다. 조 이사의 발언이 이처럼 미묘하게 바뀌어 있거나, 삭제된 부분이 녹취록 곳곳에 존재한다.


에너지흥사단, 원전정책연대 등 6개의 원전업계 시민단체들도 녹취록이 2018년 가을 국정감사 때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과 달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당시 한수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사회 회의록과 주간조선이 입수한 전체 녹취록을 비교해 보면 다른 점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는 앞서 지적했듯이 조성진 이사가 반대한 내용이 많이 생략됐다. <11쪽 참조>





감사원으로 옮겨붙은 논쟁

특히 조성진 이사는 이사회에서 “3조원 손실”이라고 말했는데 한수원 회의록에서는 “상당한 손실”이라고 뭉뚱그려서 얘기돼 있고, 1210억원의 월성원전 인근 지역발전기금 관련 부분도 회의록에서는 대폭 삭제됐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회의록 내용이 의도적으로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공기업 전직 임원에 따르면 “이사회 회의록을 수정하려면 발언 당사자한테 찾아가서 수정된 내용이 본래 발언과 다르지 않은지, 왜곡된 것은 없는지 확인을 받고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이사와 의장, 다른 이사들 간 토론은 1시간20분가량 이어졌다.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이사 중 한 명이 결국 “통상 이사회 의결안건에 대해 의결방법을 의장이 이 안에 대해 동의하냐 제청하냐 이렇게 해서 들어왔는데, 이 방법을 해보고 이견이 많으면 거수를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아니, 확실히 의견을 밝혀놔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넘어갈 사항이 아니에요. 누구든지 반대도 할 수 있고 찬성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건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사진들은 다같이 거수로 투표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재적 12명 중 11명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찬성했고, 조성진 이사 혼자만 반대했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이사회 회의는 약 1시간20분 뒤인 오전 11시50분 무렵 끝났다.




현재 공은 감사원으로 넘어가 있다. 하지만 감사원 역시 반년이 넘도록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시점은 본래 지난 2월 말이었다. 하지만 감사 결과는 6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도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원자력업계 시민단체들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회법 위반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감사위원회를 소집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아직까지 재심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의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에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총 7명의 감사위원이 있는데, 현재는 한 명이 공석이라 6명의 감사위원이 있다. 감사원장을 제외하면 현재 대다수의 감사위원들은 친정부·여당 성향이라는 게 감사원 안팎의 시각이다. 감사위원 중 1명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김진국 전 민변 부회장이고, 강민아 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신이다.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1급)으로 감사원에 파견됐던 임찬우 위원도 지난 2월 감사위원이 됐다. 현재 공석인 한 자리에 얼마 전 청와대는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최 원장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아직까지 새 감사위원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최 원장은 여권으로부터 ‘맹폭’을 당하고 있다. 최 원장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견을 보여 왔는데, 이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탈원전 정책이)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있냐”는 논쟁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신동근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감사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빌미로 “사퇴하라”는 등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오랫동안 반핵 운동을 하다 이번에 국회에 입성한 양이원영 의원은 최 원장의 동서 중 한 명이 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이라는 점을 들어 “감사원이 원전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권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최 원장은 현재 두문불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출석 때를 제외하면 내부에서도 불필요한 만남을 삼간 채 몸을 낮추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공을 국회로 넘기든지, 아니면 최 원장을 청와대가 사퇴시키든지 둘 중 하나인데 윤석열 검찰총장 하나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청와대가 다시 정치적 부담을 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결국 감사원장이 총대를 메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배용진 기자 [주간조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7/20200807036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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