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그들은 왜 코로나19가 기적적으로 없어진다고 믿는걸까


   “신이 나를 지켜주시기 때문에 마스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 없다.” 


미국의 경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린 확진자 수가 5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실상 통제에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며 예방수칙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도록하는 규정에 반대해서 집회를 열거나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부수는 등의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Coronavirus: US sets record with more than 5 million cases/TechFinGuy


 

U.S. sets record as coronavirus cases top 5 million


Healthcare workers at Fountain Valley Regional Hospital hold a rally outside their hospital for safer working conditions during the outbreak of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in Fountain Valley, California, U.S., August 6, 2020. REUTERS/Mike Blake




(Reuters) - The United States set a record for coronavirus cases on Saturday, with more than 5 million people now infected, according to a Reuters tally, as the country’s top infectious diseases official offered hope earlier this week that an effective vaccine might be available by year-end.


With one out of every 66 residents infected, the United States leads the world in COVID-19 cases, according to a Reuters analysis. The country has recorded more than 160,000 deaths, nearly a quarter of the world’s 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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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usa-cases/u-s-sets-record-as-coronavirus-cases-top-5-million-idUSKCN2540X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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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lockdown·봉쇄)이 본격 시작되던 지난 4월 TV에서 뉴스를 보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예배를 하는 교회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을 봤다. 기자가 예배가 끝나고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 중 몇 명에게 마이크를 대고 왜 팬데믹 예방 조치에 따르지 않는지 물었다. 그 답변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약하면 하느님이 나를 특별히 사랑하시기 때문에 나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실 것이고 따라서 자신은 예방 수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답변을 들으면서 여러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병에 걸리는 등 살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불행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것일까? 분명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또 주로 노약자나 가난한 사람 등의 사회적 취약계층이 더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고 사망률 또한 높은데, 이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행동이라고 하는 성경 구절을 들어본 것 같다. 본인은 멀쩡할거라는 믿음이 있더라도 그렇지 못한 타인들을 위해서라도 예방 수칙을 따르는 게 기독교인 다운 행동이 아닌가 같은 생각 말이다.


The US is approaching 5 million coronavirus cases/Daily Hind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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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종교적 믿음을 선택적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변명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는 인간이 혼자의 힘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장에서 목숨걸고 일하는 의료진들(직업별로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군이다), 바이러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연구자들, 환자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혈청을 기부하거나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하는 사람들, 본인은 건강해서 걸려도 별탈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노약자들을 위해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 등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이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도 분명 기독교인들이 있으며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보다 타인을 더 먼저 생각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같은 종교가 서로 완전히 다른 행동을 낳는 이유에 대해 오클라호마대의 사회학자 사무엘페리는 기독교적 믿음 자체가 아니라 기독교를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이를 '크리스찬 내셔널리즘(Christian nationalism)'이라고 칭했고 이런 믿음을 강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우선 이들은 하느님이 다른 나라보다 '미국'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미국인들을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미국인들은 코로나 예방 수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감염자가 많이 나오더라도 그것은 하느님이 미국인을 시험하거나 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결책은 감염 예방이 아니라 더 신실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보수 기독교인들은 과학을 비교적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등 과학을 대척하는 입장에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과학이 절대자의 권위를 무너트린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과학자나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덜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주류 미디어에서 나오는 소식들도 비교적 덜 신뢰하는 편이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그 일환으로 미디어에서 전하는 메시지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 과학자나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면 더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페리는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보수 기독교인들을 결집시키는 것 또한 문제라고 보았다. 일례로 얼마 전 트럼프가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에서 평화적인 시위대를 진압하고서는 교회에 가서 성경책을 드는 퍼포먼스를 보인 일이 있다. 여기서도  “진짜 미국인(백인 진성 보수 기독교인)”과 진짜 미국인들을 위협하는 가짜들(유색인종, 타종교인, 성소수자 등), 즉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자신은 기존 가치와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법과 질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Coronavirus live updates: Global infections top 17 million/CN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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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는 이렇게 백인 진성 보수 기독교인들의 편에 선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바이러스가 어느날 갑자기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거나 부활절에는 교회를 사람들로 가득 채우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더 강화시켰다고 본다. 




실제로 설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 '기독교+국가주의+보수적 정치성향'을 함께 보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얼굴 만지지 않기, 손 세정제 자주 쓰기,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지 않기 같은 바이러스 예방 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본인의 종교적, 정치적 믿음과 상관 없이 평소 예배에 자주 참석하고 기도를 자주 하는 등 종교를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기독교인들은 그렇지 않은 기독교인들에 비해 더 예방수칙을 열심히 잘 지켰다는 것이다. 기독교적인 믿음과 '기독교+국가주의+보수적 정치관'을 합친 독특한 믿음 체계(크리스찬 내셔널리즘)는 서로 다르며 그 영향력 또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종교가 되었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가르침은 이기적으로 굴지 말고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인이라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가 해당 종교에 대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Perry, S. L., Whitehead, A. L., & Grubbs, J. B. Culture Wars and COVID‐19 Conduct: Christian Nationalism, Religiosity, and Americans’ Behavior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Journal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필자소개

박진영《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US nears 5 million virus c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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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gi, conpaper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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