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외치며 해외에 투자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모순" 영국 성공회(Church Commissioners for England)


"한전이 한국선 '탈석탄'하며, 해외 석탄발전에 참여하는 건 비양심적" 한전에 투자한 영국 성공회의 일침


"탈원전 독일, 석탄발전 의존도 높이는 바람에 탄소배출 감축 못해"


    "한국전력이 한국에선 탈(脫)석탄에 동참하면서 해외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는 비양심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톰 조이(Joy)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7일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심지어 한전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한전 이사회는 사업을 강행하기로 했다"며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톰 조이(Joy)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 최고투자책임자(CIO)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Church Commissioners for England)는 87억파운드(약 13조5500원) 규모의 기부금 펀드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한국전력(015760)을 비롯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둔 투자 활동을 지속해왔다. 지난 3월에는 한전에 "해외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지속할 경우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투자 기업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이 CIO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석탄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석탄발전의 단계적인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기업들이 석탄처럼 대기오염 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고, 수명이 제한된 구식 기술에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이 CIO와의 인터뷰.

一올해 초 네덜란드 연기금(APG)를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전력에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진전이 없다"며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이에 대한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의 입장은.



"한국전력은 한국에선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겠다"며 립 서비스를 하고 해외에 석탄을 수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이런 해외 투자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한전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전 이사회는 결국 사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문제다. 해외 석탄 프로젝트 투자는 개발도상국에 대기오염, 경제적으로 위험한 기반시설 등의 문제를 떠안게 한다는 점에서 파리기후협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특히 탈원전·탈석탄을 추진 중인 한국이 해외 석탄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

Indonesia Inaugurates Three Coal Plants/power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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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와 사업은 자카르타 인근에 총 2000MW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정부 프로젝트다.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파워 등과 합작사를 만들어 6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완공 후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로 예상되며, 설계·조달·시공을 맡은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14억달러(약 1조68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투자자와 환경단체들은 자와 사업이 "수익성은 없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오염을 악화한다"며 한전에 투자 철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전은 "한국이 빠지더라도 다른 국가가 사업을 대체할 것"이라며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대표 원전 주기기 업체인 두산중공업(034020)이 어려움에 빠지자 정부가 일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수익성이 없는 해외 석탄 사업 수주를 지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5년간 수주실적의 60~70% 가량을 해외 석탄 발전 사업으로 채웠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원전 산업이 침체되면서 해외 석탄 사업이 더 중요해졌다.

 


조이 CIO도 "(한전의) 이런 의사 결정 과정에 의문이 든다"며 "한전이 정부 관계자들에 이끌려 다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익성 없는 사업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주가가 최근 4년간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투자 전략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이번 투자 결정만 봐도 회사 차원의 일관된 투자 전략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一얼마 전 한전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는데 구체적으로 건의한 내용은 무엇인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기후변화 관련 성과가 좋지 않아 투자 철회 위험에 처했다고 전달했다."

一최근 블랙록을 포함한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 중에서도 기후대응을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성공회 재무위원회도 과거 BP, 쉘 등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했는데,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는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가.



"우리는 2015년 타르샌드(4~10%의 중질 타르의 원유가 섞인 암석)와 발전용 석탄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2023년까지 파리기후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에는 투자를 재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임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렸다. 올해 초에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포트폴리오 구축을 약속하는 ‘탄소 제로를 위한 투자자연합(Net Zero Asset Owner Alliance)’에 가입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파리협정을 충실히 따르는 경영 전략을 펼치도록 기업 정책에 참여하고 혁신을 장려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후변화 대응 청년운동의 상징으로 부상한 스웨덴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9월 열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에서 피켓을 들어올리는 모습. / EPA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도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결정을 할 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주요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7조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며,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핑크 CEO는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 경영진에는 반대 의결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움직임은 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글로벌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240여곳으로 구성된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기관투자자 그룹(Institutional Investors Group on Climate Change)'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 네덜란드 연기금 등 70개 투자자들이 이 작업에 동참했다.

 


一현재 기후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고 투자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전력과 체구가 비슷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미 성공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스페인 에너지회사 이베르드롤라, 프랑스 엔지, 영국 드랙스 등이 사업에서 석탄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석유 메이저 BP와 쉘 등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선언한 점도 칭찬할 만하다. 한전은 이런 비(非)전통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에서 뒤처지고 있는데,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나중에 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프랑스 에너지회사 엔지(Engie)가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 / 엔지 제공

一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이 커진 것을 기쁘게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린뉴딜’은 파리협정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탄소배출 제로를 향한 의지와 석탄발전의 단계적인 폐지 계획은 의미있으나, 법으로 제정된 사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

 


한국 정부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처럼 탄소저감 목표부터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길 권한다. 기업들이 파리협약 목표를 충실히 이행하려면 정부가 명확한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一한국 정부가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하는 한편 발전 단가가 높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단기간 한국전력의 수익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지난 몇 년간 하락했고, 현재 많은 국가에서 석탄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영국 금융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한국의 태양광 발전 단가는 이르면 2025년 석탄화력발전 단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시스템 통합을 지원하는 분산형 전력망과 저장장치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두드러질 것이다.



여기에 각국이 화석연료로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도입하는 추세다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기업의 수익성과 생존력이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一영국성공회를 포함해 큰 규모의 자금을 운영하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고,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은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기후변화는 수익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지만,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세기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자연재해로 인한 극심한 피해부터 생산성 저하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따른 위험 역시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우리처럼 다각화된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대한 수익률 추정치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 세계 모든 경제·산업 부문의 모든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익률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2040년까지 16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에너지전환에 기여하는 산업과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을 시사한다. 또 새로운 사업 모델과 기술의 등장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일 기회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놀라운 주가 상승률이 이를 입증한다."



一원자력 발전은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원전 비중은 확대해야 한다고 보는가.

"탄소배출 관점에서만 보면, 기존 원전 역량을 유지하는 게 석탄 비중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많은 국가들이 원전을 희생하면서 석탄 의존도를 높이는 바람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해 탈원전을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국내 1호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 전경 / 한수원

다만 코로나19 사태, 미래 에너지 소비 방식의 변화, 차세대(분산형) 전력망과 에너지저장 기술의 발전 등은 원전을 포함한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기 전에는 이런 요인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一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투자를 고려 중인 한국 기업이나 산업이 있다면 알려달라.

"한국은 IT와 제조 분야에서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보유하고 있으며, 성공회 재무위원회도 이런 한국 기업들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경제는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잃고 투자 매력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는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히 한국의 IT·제조 전문성과 고숙련 인력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아시아에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리더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재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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