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전세 사라진다, 분양가상한제 주택도 의무거주


최대 5년 의무거주 법안 통과

준공 직후 집주인 입주해야

매물부족→가격상승 이어질듯


    앞으로 새 아파트 전세매물을 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도 최대 5년간 의무 거주를 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임대차 3법까지 맞물리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 시 싼 전세 물건이 대거 시장에 나오는 현상도 과거의 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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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원욱·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뒤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안을 반영한 안건이다.


개정안은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거주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은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의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만 1~5년의 거주의무가 주어졌다. 앞으로는 공공택지의 민간분양 아파트는 물론 재개발·재건축 같은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거주의무가 생긴다. 최대 5년의 범위다. 국토교통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가격의 시세 대비 수준에 따라 2~3년의 기간을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거주해 5년 이내의 기간을 채워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준공 직후부터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거주의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을 낸 뒤 잔금은 세입자를 받아 치르는 기존의 분양가 납부 방식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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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이렇게 되면 신축 아파트 전세는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법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일부 지역에서 내년 1월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오는 2023년 하반기께부터 준공되는 아파트에서는 입주와 동시에 전세를 놓을 수 없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전세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셋집이 더 줄면서 전세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서울경제 




"23년 산 집, 세금 내려 팔아야 합니까" 66세 1주택자의 편지


지난 4일 독자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증세 4법(종합부동산세법ㆍ소득세법ㆍ지방세법ㆍ법인세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그 날이다. “다주택자ㆍ투기꾼을 잡기 위한 정책일 뿐 1주택자 증세는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e메일에는 고통받는 소시민의 사연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2016년부터 납부한 재산세 고지서 내역과 함께다.

 

[현장에서]

54년생 이상진씨가 보낸 e메일

국민연금 70만원으로 사는 이씨

지난해부터 재산세 30%씩 올라

'투기꾼 잡겠다'에 소시민 피해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이른바 목동신시가지의 소형 아파트(전용 70㎡)에 사는 1주택자 이상진(66ㆍ가명)씨의 이야기다. 이 씨는 실명으로 e메일을 보냈지만, 그의 요청으로 가명을 사용한다.  

 

 

1주택 은퇴생활자인 독자 이씨가 너무 오른 재산세에 고통스럽다는 e메일을 보냈다. [사진 pixabay]



안녕하세요?  

 

저는 목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 은퇴자입니다. 1가구 1주택자입니다. 23년 전인 1997년에 산 복도식 아파트입니다. 최근 올해 재산세 고지서 1기분을 받아들고 막막한 마음에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됐습니다. 84만8000원이 청구돼 있더군요. 9월에 또 그만큼의 액수가 적힌 고지서가 날아오겠죠.   


      

 

2016년 7월과 9월 각각 42만4000원씩, 한 해 84만8000원의 재산세를 냈는데 4년만인 올해 재산세가 딱 배로 올랐습니다. 집값도 오른 데다가 정부가 공시가격을 계속 올려 지난해부터 세 부담 상한인 30%까지 오른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1주택자 이상진씨가 납부한 재산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저는 은퇴생활자입니다. 제 월수입은 70만원의 국민연금이 전부입니다. 은행원으로 20년을 살다 2000년, 47세에 일찍 퇴직하고 만 55세에 앞당겨 수령하는 탓에 연금액이 적습니다. 아내가 초등학교 등교 차량 도우미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조금 보태고,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를 대신해 22개월 된 손주를 돌보며 받는 용돈으로 근근이 삽니다.      

 재산세가 무섭습니다. 한 해 재산세가 제 두 달 치 연금보다 많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오르면 저와 아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한곳에 오래 산 죄밖에 없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이 집을 팔아야 하나요? 서울 집값이 다 올랐는데 저는 어디로 이사를 해야 할까요. 아들과 딸이 손주들을 맡기느라 제집 가까운 곳에 삽니다. 결국 삼대의 주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집은 경기도에 살다 서울에서 마련한 첫 집입니다.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가 여기서 쭉 자랐고, 결혼까지 해서 분가했습니다. 집을 장만했을 때 방이 3개라, 저희 부부 방을 빼고 아이들에게 각각 방을 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집은 제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습니다. 집을 전세로 주고 더 싼 전셋집으로 이사가서 그 차액을 종잣돈 삼아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비록 사업에 성공하지 못해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8년의 세월이 걸렸지만요. 우리 가족에게는 그런 역사가 담긴 집입니다.       

 

저는 베이비붐 세대로 치열하게, 잡초처럼 살아왔습니다. 은행을 나와서 대출연체 추심원으로, 전세계약사실 확인서 받는 일도 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영리하지 못해 돈을 잘 모으지 못했습니다. 연금은 그대로인데 너무 오른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서 화가 나서 이민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정부는 서민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거둬서 무엇을 하는 건가요? 정말로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이씨 같은 1주택자의 비명을 줄곧 외면해왔다. 심지어 피해가 없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이씨처럼 서울에서 재산세가 30% 오른 가구는 2017년 4만541가구에서 올해 57만6294가구로 14배 늘었다. 부과된 세금도 313억2450만원(2017년)에서 올해 8429억1858만원으로 27배가 됐다. 


 

 

정부가 정확한 진단보다, 신념을 앞세워 만든 정책이 시장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외면한다. 부동산 시장, 특히 전ㆍ월세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임대차 3법이 이틀 만에 국회를 통과하는 바람에 혼란스러워하는 시장의 이야기에도 여당은 “가짜 뉴스”라며 선 긋기 급급했다.  

 

그간의 공급 부족 논란에 정부는 늘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주택 수만 따진 통계를 들고서다. 하지만 새 아파트,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는 외면했다. 임대주택 위주의 공급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무주택자들은 “평생 세입자로 살란 말이냐”고 하소연한다. 

 

다른 생각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냉철한 분석과 판단 대신 정부의 일방적인 철학만 강요하는 사회에서 54년생 이상진 씨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화 경제정책팀 기자 onhwa@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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