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붙이는 '컬러 박막 태양전지' - ETRI ㅣ 태양전지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가 뜬다


창문에 붙이는 '컬러 태양전지', 친환경 소재로 또 한번 진화


높은 발전단가·폐기물 발생 등

'실리콘 계열 전지' 단점 많아


ETRI 개발한 '박막 태양전지'

유해물질 대신 무해 완충제 사용 

광전변환효율도 18%로 우수


     대체에너지로 종종 거론되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사실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 발전단가가 높고, 광전(빛→전기) 변환효율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폐기물도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해진 이유다. 유기 태양전지, 박막 태양전지 등이 대표적이다.


태양전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외부 충격’인 태양광이 전지에 들어오면 전자와 정공(양전하 운반 입자)이 각 전극으로 이동하고 이때 전위차에 따라 전류가 흐르게 된다.


ETRI 연구팀이 개발한 컬러 태양전지가 도심 건물에 적용된 조감도. /ETRI 제공 인더스트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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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태양전지는 태양광이 유입되는 외부 투명기판 아래로 투명전극, 광활성층, 금속전극이 차례로 쌓여 있다. 핵심은 광활성층이다. 여기엔 p형 반도체에 상응하는 전자주개(doner)와 n형 반도체에 상응하는 전자받개(acceptor)가 섞여 있다. 전자주개는 전자를 공여하는 이온, 원자, 분자 등으로 구성된 유기물 소재, 받개는 그 반대다.


신원석 송창은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과 임은희 경기대 화학과 교수는 광전변환효율을 높일 수 있는 유기 태양전지용 전자받개 신소재 T2-ORH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20여 년간 유기 태양전지 전자받개는 탄소 원자가 축구공 모양으로 뭉친 소재 풀러렌이 주로 쓰였다. 풀러렌은 전자 이동 속도를 높여주지만 빛 흡수량이 적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비풀러렌 계열 전자받개 소재인 ITIC다. ITIC는 합성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T2-ORH는 ITIC보다 저렴하고 합성 방법도 간단한 신소재다. 연구팀 관계자는 “T2-ORH는 g당 합성 비용이 40달러로 ITIC보다 20분의 1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광전변환효율도 높아졌다. 주로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흡수하는 전자주개와 다른 파장대(자외선) 흡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빛 흡수를 두고 전자주개와 받개 간 충돌(경쟁)이 덜 일어난다는 뜻이다. T2-ORH를 사용해 제조한 유기 태양전지는 광전변환효율이 0.1㎠당 9.33%로 ITIC 기반 태양전지(7.46%)보다 높다.




건물 바깥 유리창에 붙여 알록달록한 색상을 내는 박막 태양전지를 친환경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신소재연구실 정용덕 책임연구원과 조대형 이우정 선임연구원은 기존 태양전지에 별다른 공정 없이 붙여 사용할 수 있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참고자료] 유연성이 확보된 태양전지는 곡면이 많은 대상이라도 그 형태에 맞게 변형이 가능해 건물용 BAPV(BIPV), 차량용 VIPV 또는 군사용, 노트북, 휴대폰 등 활용성이 높다. 

[사진=dreamstime] 인더스트리뉴스(http://www.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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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GS 태양전지는 비실리콘 계열 태양전지 가운데 광전변환효율이 높은 편이고 공정 및 재료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해 중금속인 황화카드뮴을 완충제로 써야 한다는 결정적 단점이 있었다.


ETRI 연구팀은 황화카드뮴을 대체할 수 있는 인체 무해 완충제를 개발해 CIGS 태양전지에 적용했다. 그 결과 18%에 달하는 광전변환효율을 달성했다. 또 연두 노랑 보라 주황 등 일곱 가지 색상을 구현해냈다. 이 박막 태양전지의 두께는 3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물에 떠있는 기름띠가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빛의 간섭 원리에 착안해 박막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여러 색깔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도심 분산전원용 고성능 플렉시블 무기 박막 태양전지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한국경제




태양전지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가 뜬다


빛→전기 바꾸는 광활성층 대표 소재 실리콘 단점 보완

빛 흡수·전자 전달 효율 우수… 국내 연구진, 상용화 도전

첫 가능성 보인 박남규 교수·세계 최고효율 달성 서장원 박사


     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전지의 차세대 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는 광물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내부 반도체로 실리콘을 쓰고 있지만 제조공정이 복잡해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어 지난 10여년간 집중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왔다. 특히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인 ‘광전효율’ 측면에서 실리콘을 거의 따라잡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심에 우리나라 연구진이 있다.


양이온 A와 B, 음이온 X가 1:1:3 비율로 결합한 격자 구조 광물인 ‘페로브스카이트’./한국화학공학회(NICE)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1일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 실리콘 태양전지 수준의 광전효율에 도달했다고 보고 대면적화 등의 상용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박사팀은 지난해 8월 미국 매사추세츠대(MIT)와 함께 전세계에서 역대 가장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광전효율인 25.2%를 달성한 바 있다. 2017년 22%대에서 가파른 성능 개선을 이룬 것이다.




현재까지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 광전효율은 26.7%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이보다는 낮은 20%대 수준이다. 서 박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도 연구실 수준에서는 이에 도달, 상용화를 위해 일반적인 실리콘 기판처럼 가로·세로 15㎝의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기판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19세기 러시아산 광물, 국내 연구로 21세기 첨단소재 거듭나

페로브스카이트는 19세기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i)의 이름에서 따왔다. 페로브스키는 우랄산맥에서 ‘산화칼슘타이타늄(CaTiO3)’이라는 광물을 처음 발견해 이렇게 명명했다. 이 광물은 ‘ABX3’의 결정구조를 가진다. 서로 다른 양이온 A와 B, 그리고 음이온 X가 1:1:3 비율로 결합돼있다는 뜻이다. A는 12개의 X와, B는 6개의 X와 연결돼 전체적으로 육면체나 팔면체 모양 격자가 반복된다. 이후 산화칼슘타이타늄 말고도 ABX3 구조를 갖는 광물들이 발견되면서, 페로브스카이트는 이러한 광물종(種)을 부르는 말이 됐다.


광활성층을 포함한 태양전지 단면 구조.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할 경우 광활성층은 위 그림보다 얇아진다./한국화학연구원


외신과 학계의 설명에 따르면 태양전지가 빛을 받으면 광활성층이 자극을 받아 전자와 정공(正孔·전자의 빈자리)을 발생시킨다. 음전기를 갖는 전자와 양전기를 갖는 정공을 각각 위, 아래 방향으로 분리하는 일도 광활성층의 역할이다. 음전기와 양전기가 분리되면 전기가 흐르게 하는 힘인 전압이 생긴다.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광활성층을 500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의 얇은 두께로 구현할 수 있다.


광활성층에 들어갈 소재는 빛을 잘 흡수하고 전자와 정공을 분리해 전극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반도체여야 한다. 현재까지 이 조건을 가장 잘 부합하는 소재는 실리콘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반도체인 만큼 생산이 쉽고 전기적 성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재 광전효율이 가장 높은 광활성층 소재도 실리콘이다.




하지만 얇은 광활성층으로 만들려면 섭씨 영상 1400도의 고온 공정과 이를 위한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하다. 이것은 태양광 발전의 단가를 올리는 원인이 된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이같은 고온 공정과 비싼 장비가 필요없으면서 실리콘처럼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광활성층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받았다. 2009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광전효율이 3%에 그쳤으나 2012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9%까지 올리면서 처음으로 실리콘 수준의 성능 개선 가능성을 보였다. 박 교수는 이 공로로 지난 2017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고효율 달성 핵심은 중금속 ‘납’… 관련 문제 해결에도 韓 과학자들 나서

성능 개선은 페로브스카이트(ABX3)의 구성 원소 A·B·X를 적절히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A·B·X 자리에 어떤 원소를 쓰는지에 따라 얼마나 쉽게 전자와 정공을 만드는지(밴드갭), 서로 재결합하려는 전자와 정공을 두 전극까지 분리할 수 있는지 등의 성능이 달라진다. 현재는 B 자리에 납(Pb)을 넣은 형태가 가장 성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오딘염화메틸암모늄납(CH3NH3PbI2Cl)이 대표적이다. 서 박사팀이 채택한 종류도 납계 페로브스카이트다.


납계 페로브스카이트는 효율이 높은 대신 다른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 우선 납은 인체에 해롭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금속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안전성의 우려를 낳는다. 김성지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이날 "유럽연합(EU)에서는 전자소자에 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이와 유사한 규제를 점차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납을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지난 30일 납 대신 나트륨(Na)과 비스무트(Bi)를 사용해 비교적 안전한 페로브스카이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존 비(非)납계의 광전효율이 3%로 납계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김 교수팀은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왼쪽)와 서장원 화학연 박사(오른쪽)./ 조선DB·화학연 제공




납계 페로브스카이트는 만드는 과정에서 열을 받으면 아이오딘화납(PbI2)이라는 침전물을 만들어 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다. 김봉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학계에 보고했다.


페로브스카이트(ABX3)의 X 원소(할로겐 원소)가 태양전지 전극을 부식시키는 문제도 있다. 태양전지의 내구성을 크게 단축시켜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박혜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연구팀은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방패삼아 내구성을 높이는 


방법을 지난 5월 발표했다. 그래핀은 촘촘한 그물과 비슷해서, 광활성층과 전극 사이에 깔면 작은 전자는 통과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X 입자는 통과할 수 없는 원리를 이용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아직 기초연구 단계인 만큼 상용화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한화솔루션 등 국내 기업도 관련 연구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실리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윤수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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