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 30년 '이탈리아 집밥 '라쿠치나''의 비결


첫맛 그대로 아낌없이… 30년 '이탈리아 집밥'의 비결


'라쿠치나' 역사 함께한 名士가 사랑한 메뉴들


   "완벽한 식당이야. 음식도 맛있고."


영화 '대부'에서 주인공 마이클이 복수하러 가는 브롱크스의 식당 '루이스'에 대해 살 테시오는 말한다. '대부'의 완결편이 나오던 1990년, 서울 용산 이태원에 국내 이탈리안 식당의 대부(代父)인 '라쿠치나'가 문을 열었다. 


남산 하이얏트 호텔 정문 앞에 위치한 라쿠치나/네이버블로그 참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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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장세훈은 미국 유학 시절 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먹은 '샴페인 리소토'로 향수병을 치료하고 그 맛을 잊지 못해 귀국 후 문을 열었다. 장 대표는 "당시 한식당이 없던 미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은 푸근한 집밥 같았다"고 했다. 그 맛처럼 편안한 음식을 내고 싶어 이름도 '라 쿠치나(La Cucina·부엌)'라고 지었다. 국내외 명사들을 사로잡은 라쿠치나 30년 최고의 메뉴와 그 비법을 들었다.


박세리 '트러플크림 파스타' - 골프 여제가 사랑한 파스타. 직접 만든 생면 '딸리아 뗄레'에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 블랙 트러플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플라시도 도밍고의 '알리오 올리오'

2001년 내한한 플라시도 도밍고는 마늘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를 그라나 파다노라는 큰 치즈에 넣어 비벼 먹길 바랐다. 맛이 진하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도밍고의 말을 들은 장 대표는 수입상가를 샅샅이 뒤져 치즈를 찾았다. 도밍고는 이걸 탄산수 '산펠레그리노'와 먹었다. 라쿠치나 알리오 올리오의 비법은 '치킨스톡(육수)'. 젤라틴이 많은 날개 뼈를 한번 굽고 셀러리, 당근, 양파, 건표고버섯 등을 넣고 6시간 끓인다. 김병주 주방장은 "파스타가 식으면 진득할 정도로 육수가 진하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의 '스테이크'

미국식 스테이크를 좋아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라쿠치나 스테이크는 '솔 푸드'였다. 히딩크와 연인 엘리자베스는 샴페인을 식전주로, 스테이크를 중간 굽기(미디엄)로 먹었다. 라쿠치나는 2004년 '더 그릴'이라는 미국식 스테이크 하우스를 선보였다. 장 대표는 "미국 볼프강, 피터 루거 등 유명한 곳은 다 가보며 연구했다"고 말했다. 비법은 숙성. 한우는 3~4주 정도 웨트 에이징을 하고, 미국산은 2주 정도 드라이 에이징을 한다. 김 주방장은 "한우는 도축일로부터 한 달 이내 판매한다"며 "숯 그릴 등 불 조절이 생명"이라고 했다.



호세 카레라스의 '생선 카르파초'

2017년 방한한 호세 카레라스는 생선 카르파초와 시저 샐러드를 먹었다. 변권환 지배인은 "호세는 룸 온도는 26도로 맞추고 도착 즉시 히터를 꺼주길 바랐다"고 했다. 라쿠치나엔 난이 많다. 장 대표 어머니인 남기숙 빙갤러리 관장이 꽃을 좋아해서다. 벽에 걸린 그림도 빌 베클리의 양귀비, 김인승의 장미 등이다. 메뉴 중 가장 꽃과 닮은 음식이 생선 카르파초. 흰살 생선에 보라색·초록색·노란색 채소들이 꽃처럼 흐드러져 있다. 김 주방장은 "제철 생선을 활어 상태로 받아 손질한 다음 다시마에 싸 하루 숙성해 판매한다"고 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거스 히딩크 - '미국식 스테이크', 플라시도 도밍고 - '알리오 올리오'. 앤 해서웨이 - '라구 볼로네즈', 호세 카레라스 - '생선 카르파초'


앤 해서웨이의 '볼로네즈 파스타'

오래된 식당엔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라쿠치나는 '라구 볼로네즈'다. 고기와 토마토를 뭉근히 끓이는 이 단순한 음식에 중독된다. 30주년 메뉴에도 볼로네즈가 있다. 2018년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의 선택도 볼로네즈 파스타였다. 김 주방장은 "메인 요리에 쓰는 최고급 쇠고기를 소스로 만든다"고 했다.




박세리의 '트러플크림 파스타'

1827년 뉴욕에 문을 연 레스토랑 '델모니코스'는 링컨, 루스벨트, 케네디 등 역대 대통령의 단골 식당. 한국의 델모니코스는 단연 라쿠치나다. 김대중, 이명박, 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들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단골이다. 창 너머 보이는 남산 풍경은 사랑도 싹트게할 만큼 낭만적이다.


골프 여제 박세리도 단골이다. 가장 좋아하는 건 '트러플크림 파스타'. 직접 만든 넓적한 생면 '딸리아 뗄레'를 찰랑찰랑하게 삶아 블랙 트러플을 아낌없이 넣는다. 입에 넣기도 전 트러플 향이 훅 진하게 난다. 박세리는 여기에 레드와인을 곁들인다. 이곳 하우스와인은 토스카나 지방의 땅과 계약해 매년 1000~1500병 수입한다. 올해 30주년 기념 하우스와인은 2015년산으로 산지오베제 100%다. 무겁지 않고 과실미가 느껴진다. 거절하지 못할 한 잔이다.

이혜운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8/20200728003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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