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여파] 원자력연, 1년만에 예산 전액 삭감 ㅣ 美증권거래소 지적 '한전', 이번엔 불확실성 큰 해상풍력에 수조원 투자 논란


[단독] “2억 예산 없어서”… 세계 4위 K-원자력 연구지표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판


IAEA 학술정보시스템, 韓 원자력 데이터 입력량 매년 4000건·세계 4위 유지

올해 상반기 0건, 연말까지 1000건 목표… 원자력연, 1년만에 예산 전액 삭감

"대체 가능해진 유명무실 시스템" VS "독·프·일·중국 여전히 적극 참여"

과기정통부 "IAEA가 문제삼지 않을 수준 관리 당부… 필요시 인력 추가 검토"


     세계 각국의 원자력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온 ‘국제원자력정보시스템(INIS·이니스) 데이터 입력량’ 부문에서 매년 세계 4위를 유지해오던 우리나라가 올해 10위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2억원 수준의 ‘데이터 입력 용역’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돼 데이터 입력량이 4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원전 기술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까지 최근 3년간 국가별 이니스 데이터 입력량. 원자력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KR)는 독일(DE)·프랑스(FR)·일본(JP)에 이어 4위를 차지해왔다. 중국(CN)이 바로 뒤를 잇고 있다./IAEA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우리나라가 이니스에 입력한 올해 데이터는 0건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연구원은 연말까지 1000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충족해도 작년 기준 13위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연구 데이터 입력량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2019년도 이니스 진행 및 활동 보고서(INIS Progress and Activity Report 2019)’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우리나라는 매년 4000건 이상 데이터를 입력해 독일·프랑스·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연간 입력량이 많은 나라였다. 중국이 5위로 우리나라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니스는 IAEA가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원자력 관련 연구데이터를 수집해 연구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1970년 만든 정보공유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32개 회원국이 매년 원자력 분야 논문·회의자료·보고서·도서 등의 데이터를 이니스에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연이 국내 데이터를 취합해서 이니스에 보내는 ‘이니스 국가 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4년 원자력연은 우리나라가 세계 4위를 기록한 사실을 전하며 "원자력 원천 기술 분야의 세계적 수준을 입증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원자력연의 이같은 평가는 올해부터 정반대로 바뀌었다. 원자력연은 이날 "이니스는 미국도 참여가 소극적이고 구글 학술검색서비스 등으로 대체 가능한 구식 시스템이 됐다"며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관련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니스 데이터 가공 입력비’는 올해부터 예산 편성에서 전액 제외됐다. 작년 기준으로 한해 2억 5000만원 규모다.


작년까지 이 예산은 전문가 용역 비용으로 쓰였다. 여러 학술지에서 원자력 물리·원자력 화학·원자력 의학 등 각 세부분야의 국내 생산 논문들을 찾아서 서지사항·초록·주제분류·디스크립터(통제된 키워드) 등을 정리해야 하는데,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이니스 홈페이지 캡처.




올해부터는 원자력연 직원 2명이 전담하고 5명이 이를 돕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정리하면 이를 취합하고 교열을 거쳐 이니스에 최종 입력하는 일을 맡아왔다. 올들어 전문가 역할까지 떠맡게 된 것이다. 원자력연 측은 "총 7명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1000건 입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원자력연 관계자는 "담당자 수도 부족하고 모두 이공계를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들이라서 작업 수행이 더딘 상태"라고 말했다. 이니스는 독일·프랑스·일본·중국 등이 여전히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요한 시스템이고, 원전 때문이 아니더라도 향후 핵융합 등 응용 연구를 위해서는 


이니스를 통한 국제 참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AEA·이니스 한국 연락관을 맡고 있는 전승윤 과기정통부 사무관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독립적인 예산 운용에 간섭할 수 없다"면서도 "(IAEA측에서)문제삼지 않을 정도의 데이터 건수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고, 중간 점검을 통해 필요할 경우 내부·용역 인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조선비즈 


美증권거래소 지적받았던 한전, 이번엔 불확실성 큰 해상풍력에 수조원 투자


정부 ‘그린 뉴딜’의 핵심은 해상풍력

불확실성 큰데 ‘상장사’ 한전이 시범사업 맡기로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조(兆) 단위 적자를 낸 한국전력 (19,900원▲ 100 0.51%)가 올해 1분기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또다시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상장사인 한국전력의 곳간을 정부가 너무 빼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2017년 5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2018년 20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손실 규모가 1조2765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부 정책위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전에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전은 뉴욕 증시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상장사이기도 하다.


두산중공업에 일감 주기 의혹


국내 최대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모습./두산중공업 제공


한전은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의 핵심인 해상풍력 사업에 수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의 발전용량을 3배 이상 늘리고,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는 해상풍력으로, 그린 뉴딜이 발표된 다음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북 지자체와 전북 서남권(전북 고창군~부안군 해상)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9년까지 고창과 부안해역에 2.4GW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2022년 400MW의 시범단지를 세우고, 이듬해 2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14조원인데, 시행사는 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세운 SPC(특수목적법인)인 한국해상풍력이다. 한전과 한국해상풍력은 시범단지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약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한전은 전남 신안군에 조성되는 해상풍력단지 사업에도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울산·동남권에도 6GW의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어서 한전의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전이 불확실성이 큰 해상풍력 사업에 투자해 인프라와 시범단지를 구축해 놓으면 민간 기업의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위험 부담이 큰 이 시장에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할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공기업으로, 발전 초기 단계인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가 한전의 중요한 역할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정부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는 배경에는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영향이 큰데, 이 부담을 모두 한전이 짊어지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조선일보 DB


한전은 올해 국제유가 폭락으로 연료비가 감소하면서 1분기 430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겨우 흑자 전환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동원되면서 경영난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전이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결국 전기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전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부담을 떠안는 것은 한전공대 설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전은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전남 나주에 대학과 연구소를 지을 방침인데, 이는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이던 시절 전남 유세에서 공약하면서 실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한전공대 설립에 따른 한전의 부담이 2025년까지 56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안팎의 비난을 받으면서 추진하는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 역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두산중공업 (8,870원▲ 1,720 24.06%)에 일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선옥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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