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경제] GDP 대비 세계 최대 가계빚 한국 ㅣ 국민연금 2039년 적자 전환


가계빚에 짓눌린 한국… GDP 대비 세계 최대


1분기 기준 97.9%… 주요 39개국 1위

코로나 영향 오름폭도 세계 3위에


    한국의 가계 빚이 적신호를 보인다. 세계 39개 주요 국가(유로존은 단일 통계) 가운데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을 보였다. 부채 증가 속도 역시 상위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한국이 9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영국(84.4%), 홍콩(82.5%), 미국(75.6%), 태국(70.2%), 말레이시아(68.3%), 중국(58.8%), 유로존(58.3%), 일본(57.2%), 싱가포르(52.4%)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작년 1분기(92.1%)보다 5.8%포인트 높아졌다. 전년 동기 대비 오름폭은 홍콩 9%포인트, 중국 6.4%포인트에 이어 세번째로 컸다.




GDP 대비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104.6%로 홍콩(230.7%), 중국(159.1%), 싱가포르(125.2%), 칠레(110.9%), 유로존(109.8%), 일본(106.4%)에 이어 7위였다. 이는 1년 사이 97.2%에서 7.4%포인트 뛴 것으로, 한국 기업보다 상승폭이 큰 나라는 칠레(12.5%포인트), 싱가포르(11.8%포인트), 홍콩(8.1%포인트)뿐이었다.


1분기 한국 정부 부문의 GDP 대비 부채 비율(41.4%)은 전체 39개국 가운데 28위였다. 정부 부채 증가 속도도 23위로 중위권이었다.



IIF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후퇴로 1분기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작년 4분기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331%까지 치솟았다”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중국, 한국, 터키, 멕시코에서 금융을 제외한 부문(가계·비금융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부채 급증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928조9000억원으로 5월 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월 9조3000억원, 지난 3월 역대 최대 규모인 9조6000억원 늘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세계일보




국민연금 2039년 적자 전환...여론 부담에 개편 '폭탄돌리기'


[고갈시계 빨라지는 연금·사회보험]

<중> 개혁 의지 없는 국민연금


복지부 장관 "정부 차원 단일안 없다" 사실상 포기 선언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동시 인상 등 '땜질 처방' 되풀이

국회도 대선 일정에 차일피일...강력한 재정 목표 등 시급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안이 없습니다. (다음) 대선에서 주요 의제로 오르기를 바랍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정부 차원에서 국민연금 개편안 단일안 마련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민연금 개혁의 책임을 사실상 포기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에 앞서 정부가 단일안부터 마련해오라며 폭탄을 돌리던 국회도 2022년 대선을 앞둔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설 의지는 없어 보인다.


국민연금의 고갈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만큼 예산정책처를 포함한 다수의 공적연금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인상이나 수급 개시연령 조정 등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입법 작업을 맡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박 장관이 밝혔듯 정부 차원의 단일안 마련을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놓은 상태다. 지난해 말만 해도 박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시한 2개 안의 정신을 받들어 하나의 안으로 만들 수 있을지 내부 토론 중”이라며 “정리가 되면 최대한 안을 내놓고 국회와 같이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말을 바꾼 것이다.



주무부처가 빠지면서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세 가지 후보 안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당 방안들도 다가오는 연금 재원 고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다수 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2%로 높이는 방안인데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구조여서 그 효과가 미미하다.


두 번째 대안은 현행 유지 방안이어서 개혁안이라고 말하기조차 힘들고, 세 번째 대안은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로 즉시 인상하는 방안이지만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연장할 뿐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사회적 논의와 여론 형성, 입법 작업을 책임져야 할 국회도 국민연금 개혁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국회는 “정부가 단일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차일피일 논의를 미뤘다. 21대 국회에서도 지난 6월 두 차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출신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법안만을 제출했을 뿐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실상 1997년 1차 때나 2008년 2차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주체가 없어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수급 연령을 뒤로 늦추는 식의 땜질 처방에 그쳤다. 연금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현재로서 답이 여러 개 있는 게 아니고 연금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며 “재정 추계를 해보면 보험료율을 17%까지, 수급 개시 연령은 68세까지 점진적으로 높여야 2100년까지는 재정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구체적 재정 목표나 재정 방식을 명확히 규정해 이를 지키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위해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재정 목표가 설정되지 않아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방식 이해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정부에 ‘70년 동안 적립 배율 1배 유지’라는 명확한 재정 목표 설정을 주문한 바 있다. 국민연금 신규가입자가 사망하게 될 70년 후에 ‘적립 배율 1배’를 달성한다면 재정 안정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불과 넉 달 뒤 정부가 발표한 네 가지 개편안만 봐도 이 같은 재정목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70년 동안 경제·사회적 변화가 아주 극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도 설계에 재정 목표를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재정 목표 설정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와 인구 구조가 비슷한 일본만 해도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5년마다 하고 있고, ‘100년 동안 적립 배율 1배 유지’라는 재정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출처 : https://sedaily.com/NewsView/1Z5DM32Q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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