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 그린벨트 땅 거래액 역대 최대...내부 정보 새 나갔나? ㅣ 서울시, 그린벨트 지키겠다며...이제서야"재건축 규제 풀겠다?"


[단독] 작년 서울 그린벨트 땅 거래액 역대 최대… "묻지마 투자 주의보"


2020.02.14

    작년 9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산 17만7435㎡(5만3674평)이 250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헌인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높지 않은 산이다. 그린벨트로 묶인 이 산을 사들인 큰 손은 우람개발주식회사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땅에서 이렇게 큰 필지가 거래된 건 드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그린벨트 토지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는데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없어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자 그린벨트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 소형건설사 대표 250억 규모 그린벨트 땅 매입

(에스앤에스편집자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조선DB


꿈틀거리는 서울 그린벨트 땅… 작년 총 거래액 역대 최고

14일 본지가 토지건물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의뢰해 2006년~2019년 서울 토지 실거래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9년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토지 총거래액은 전년(1887억6935만원)보다 29.6% 늘어난 2446억5843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다.




과거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토지 총 거래액 변동 추이를 보면 2009년 크게 늘었고 이후 매년 감소하다 2013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인다. 2006년 978억원이었던 서울 그린벨트 거래액은 2007년 640억원으로 줄었지만 2009년 1849억원으로 크게 치솟았다. 이후 2012년 489억원까지 줄어든 그린벨트 거래액은 조금씩 느는 모습을 보이다 지난해 최고치를 찍었다.


작년 그린벨트 토지 거래 현황을 보면 일반거래 총거래액(2129억여원)이 전년(1489억여원)보다 41.9%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땅을 잘게 쪼개 매매하는 지분거래 총거래액은 317억여원으로, 전년(398억여원)보다 20.3% 감소했다. 지분거래가 아닌 일반거래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오랫동안 거래되지 않았던 땅들이 대거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봉구 도봉동엔 수상한 거래가 속출하기도 했다. 작년 한해에만 서울 도봉구 일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산 등이 무려 351건 거래됐다. 대부분 지분거래였다. 정부의 광역교통망(GTX) 확충과 같은 개발 사업과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지정 해제를 미끼로 한 기획부동산에 의한 ‘묻지마 투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도봉구 도봉동에 이어 그린벨트 지역 땅의 지분거래가 많이 일어난 곳은 송파구 마천동(103건), 구로구 항동(51건), 구로구 궁동(47건), 송파구 오금동(32건) 등이었다. 일반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 1·2위는 강서구 오곡동(30건)과 서초구 내곡동(19건)이었다. 그 뒤로 강서구 개화동(11건), 강동구 암사동(9건), 강동구 상일동(9건) 등이 있다.




올해도 서울 그린벨트 땅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도봉구 도봉동 산이 지번인 그린벨트 땅 6건이 면적에 따라 645만원에서 600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땅도 1월에만 면적에 따라 최저 244만원에서 최고 10억3400만원에 3건의 거래가 발생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 화두에 막연한 기대감 커져…기획부동산도 활개

개발이 제한되는 땅에까지 투자가 유입되는 것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까지 600억원대이던 거래액이 2009년 1849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이명박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 30만호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 땅 일부를 해제했고 이후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서울 그린벨트 땅이 화두로 재부상하고 있는 점이 당시와 비슷하다. 3기신도시 계획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주택 수요와 집값 상승에 따른 문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조선DB


이달 서울시가 ‘그린벨트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순전한 실태조사’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담론을 악용한 기획부동산도 활개 치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과거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한 사례를 거론하며 투자를 부추기고,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필지까지 잘게 쪼개 매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투자를 두고 경고음을 내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해제가 된다고 해도 큰 차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그린벨트 해제의 전제 조건은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 건축 행위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불가능하다"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돼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공시지가 수


준에서 시세를 일부 반영해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한 금액만큼을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막연한 기대심리로 그린벨트 해제를 노리고 투자가 몰리는 현상은 우려스럽다"면서 "특히 기획부동산에 의한 그린벨트 땅 지분거래의 경우 매수자가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거래한 뒤 뒤늦게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고 경고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그린벨트 지키겠다며…서울시 이제서야 "재건축 규제 풀겠다"


주택공급 놓고 연일 혼선


당정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서울시 재건축 활성화 카드


은마·잠실주공5·여의도시범

조합 설립 등 절차재개 시사


국토부 여전히 규제완화 반대

전문가 "환수·상한제 풀어야"


부동산 공급대책 엇박자 


    당정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그동안 고집스럽게 막아왔던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를 내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함께 규제해온 재건축·재개발을 풀자는 역제안 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라는 압박을 당정으로부터 받자 지난 15일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강남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재건축이 지체되고 있는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매경DB]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내민 것은 긍정적이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서울시의 의지만으로 실제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16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으로 민심 이반 위기를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공세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강남 집값 폭등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재건축 규제 완화보다 그린벨트 해제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린벨트 활용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도 "그린벨트 활용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서울시를 잘 설득하면서 해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김태년 원내대표도 "집값 안정을 위해 어떤 성역도, 한계도 두지 않고 쓸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궁지에 몰린 서울시는 갑자기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서울시청 본관 8층에서 개최된 `주택 공급 확대 실무기획단 1차 회의에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에 건의했다. 이번 정부 들어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각종 규제를 해왔는데, 그 기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재건축은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안전 진단 강화,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재개발의 경우도 임대주택 비율 상향 등 각종 규제가 더해졌다. 이에 더해 서울시가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에 한해선 정비구역 지정이나 조합 설립 인가 등 인허가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어서 사업이 올스톱된 상태다.




우선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7년 8월부터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재건축 정비계획)를 미루고 있어 추진위원회에서 조합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영향평가를 미룬 데다가 서울시 역시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지연시켰다. 여의도, 압구정 등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지구(1970년대에 만들어진 대규모 아파트촌) 재건축 역시 지구단위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어 추진위 이후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지구단위계획이 나와야 추진위·조합 설립, 각종 사업 인허가(사업 시행 인가, 관리 처분 인가) 등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서울시가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자`고 제안한 것은 그동안 미뤄왔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지정 등 행정 절차를 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특정 단지를 실무기획단 1차 회의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재건축을 풀어 주택 공급을 더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남 재건축을 확 틀어막고 있었는데, 그린벨트 사수를 위해서는 차라리 강남 재건축을 풀겠다는 쪽으로 서울시가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0일 7·10 부동산대책 브리핑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 7~8년간 규제해온 재건축에 대해 뒤늦게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석주 서울시 시의원은 "지난 7년 동안 시의회가 열릴 때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서울시장은 집값 때문에 어렵다면서 묵살해왔다"면서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35층 층수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주택 공급 촉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최재원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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