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감사가 두려운가

[데스크에서] 월성 1호기 감사가 두려운가

 

안준호 산업1부 차장

지난 9일 친여 매체인 A신문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벌이는 감사원이 '조기 폐쇄 결정이 부당했다'는 결론으로 몰아가기 위해 폐쇄에 찬성한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들에게 강압적 조사를 벌였다고 썼다. 신문은 피감 대상인 한수원 이사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하며, 감사원이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도성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이를 인용해 "감사원 감사가 공정성을 상실했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월성 1호기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결정됐다. 한수원은 7000억원을 들여 월성 1호기를 전면 개·보수해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는데, 현 정부 들어 한수원 이사회는 이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이 같은 조치가 타당했는지,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는 없었는지에 대해 감사를 요구한 것이다. A신문에 강압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한 한수원 사외이사들은 배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이들은 배임죄 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면키 어렵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을 한 번만 들여다보면, 최소한 이것이 감사 대상이란 판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수원은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인 2018년 6월, 예정에 없던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판단의 핵심 기준인 경제성에 관한 외부 회계법인 용역 보고서는 이사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은 채 입맛대로 요약한 A4 용지 반쪽짜리 자료만 내놓았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사들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안전성을 따지기보다 자신들의 '법적 책임' 회피를 집중 논의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3707억원(한수원 자체 보고서)→1778억원(삼덕회계법인 중간보고서)→224억원(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삼덕회계법인 3자 회의 뒤 최종보고서)으로 믿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 무슨 위기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똑같은 원전에 대한 경제성 판단이 불과 3개월 새 이렇게 급전직하한 것은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수원은 원전 폐쇄 등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해 3억3600만원을 들여 500억원 보상 한도의 '임원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했고, 대형 법무법인 두 곳에 이사진의 민·형사상 책임 여부 등도 물었다.

국민 혈세 수천억원이 투입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오로지 자신들의 책임 회피에만 골몰했던 한수원 이사들은 이제야 겨우 제대로 된 감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진실 앞에 떳떳하다면, 친여 매체든 민주당이든 굳이 감사원을 흔들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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