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개업소서 사라진 전세…세입자 "비싸도 구해만 달라"


서울·경기 최악의 전세난


집주인들 양도세 비과세 위해

실거주 택하며 전세물량 급감

과천·광명 한달새 30% `뚝`


"이런 고통주려고 대책 내놨나"

전셋집 못구한 세입자들 울분


임대차 3법 소급가능성 소식에

"4년치 미리 받자" 호가 올리기도


부동산대책 역풍


    "9월이 전세 만기인데 매물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아이 학교를 옮길 수도 없고 답답합니다."(경기 수원 권선구 거주 박 모씨)


"집주인이 재계약하기로 해놓고 어제(가격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얼마나 더 올릴지 걱정돼서 잠이 안 옵니다.

"(서울 송파구 거주 이 모씨) 6·17 부동산대책이 서울·수도권 전세금을 무섭게 밀어올리고 있다. 전세 만기를 앞둔 실수요자들이 급등하는 전세금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천만 원씩 오르는 전세금도 무섭지만 아예 `매물`이 씨가 마르는 전세난에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회가 전·월세 가격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3법을 강행하는 움직임에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호가를 올리고 있어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전세난을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정부의 `규제 만능주의`가 중산층과 서민의 전세난을 초래해 점점 더 절벽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기과열지역 전세대출 규제를 이틀 앞둔 8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업소 광고판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 이 지역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 매도물건이 급감한 가운데 전세매물 역시 시세가 하루에도 급등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판이 의미가 없어 비워둔 상태라고 중개업자들은 설명했다. [한주형 기자]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전세 가뭄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실거주 수요가 높은 경기 과천, 경기 광명, 경기 하남 등에서 매물 급감이 시작되면서 전세난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아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전세 매물이 가장 줄어든 곳은 경기 과천시로 6월 1929건에서 7월 1139건으로 41%나 줄었다. 경기 광명은 34%, 하남은 23%, 남양주는 20% 급감했다. 서울은 총 25개 자치구 중 서초·용산 등 7곳을 빼고 은평 26%, 광진 25%, 금천 21% 등 18곳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부동산업계는 전통적 이사철인 3~4월을 지나 비수기인 6~7월에는 전세 물량이 줄어들지만 이번에는 그 감소폭이 이례적으로 크다고 입을 모은다. 요인은 여러 가지다. 양도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들이 자기 집에 입주하면서 전세 물량이 줄고 있고, `로또 청약`으로 무주택자를 우대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살며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6·17 부동산대책이 기름을 붓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집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이 대거 전세 수요로 돌아서고,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로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었다.


경기 수원 권선구에 사는 박 모씨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집 구매를 포기하고 전세를 알아보다가 매물이 없어 충격을 받았다. 수원은 6·17 대책에 따라 조정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규제가 강화됐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에서 40%로 줄었다. 박씨는 "올해 집을 사려다가 대출 한도가 줄어서 전세를 구하게 됐는데 학교 근처엔 전세가 없다. 아이를 전학시킬 수도 없고 울고 싶다"고 말했다. 하남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전세 세입자는 웬만하면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고 하는데, 청약 때문에 전입 수요가 많아져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하남 망월동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달 20일 5억원에 최고가 계약이 이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직장인 김 모씨는 "부동산에서 전세가 나오면 연락을 준다고 해 전화번호를 남겨놨는데 만기가 9월 중순이어서 마음이 급하다"며 "서민을 위한다는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고통을 주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최근 국회가 전·월세 인상을 막는 `임대차3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법을 소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집주인들은 "4년치 못받을 것을 지금 받자"며 수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임대차보호 3법을 신규 전·월세 계약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하면 집주인들은 "앞으로 전세금을 영원히 못 올릴 것"이라며 부랴부랴 전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용인 죽현동원로얄듀크(전용 84㎡)는 지난달 전세가 4억5000만원대였지만 이달 나온 매물은 1억원 이상 오른 5억5000만원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4년, 혹은 그 이상 (전세금을) 올리지 못한다면서 집주인들이 5000만원씩 더 붙이자고 한다"고 말했다.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들도 다시 전세금을 올릴 기세다. 서울 송파에서 전세로 사는 이 모씨는 "지난주에 1억원 인상을 통보받고 재계약하겠다고 했는데 어제 집주인이 금액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해 대기하고 있다"며 "(임대차) 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이 더 올릴 것 같은데, 돈을 더 내더라도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는 여기서 살고 싶어 마음이 타들어간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 위례에서 전세를 알아보던 주부 이 모씨도 하루 만에 5000만원 오른 전세금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그가 알아보던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전용면적 101㎡) 전세 매물 전세금이 전날만 해도 7억5000만원이었는데 8억원으로 오른 것이다. 네이버에 올라온 다른 매물도 상승을 뜻하는 `빨간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이달 초만 해도 7억3000만원 하던 또 다른 매물도 이날 8억원으로 상승했다. 공인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임대차 3법 뉴스를 보고 집주인들이 4년치 받을 것을 미리 다 올려받자"면서 호가를 일제히 높였다고 했다.전날 언론에서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인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집주인들이 수천만 원씩 호가를 높였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억지로 가격을 누르니 단기간에는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을 틀어막아 전세금이 폭발할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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