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의 실패] "집값 잡겠다며 세금만 올렸다...고위 공직자 정작 안팔아"


살 때도, 팔 때도, 갖고 있어도… 집값 잡겠다며 세금만 올렸다


[21번의 실패] 부동산 대책 악순환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지금까지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잠깐 주춤하다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5일 본지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와 KB국민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달까지 3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한 기간은 월별 기준으로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단 4개월뿐이었다.


이를 두고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만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주택 관련 세금을 늘리고 수요를 옥죄는 규제만 남발하다 보니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키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오를 때마다 증세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투기 수요' 탓을 하며 증세(增稅)를 핵심으로 하는 규제 위주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린 결과 시장에서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 8월 '8·2 대책'을 내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을 10~20%포인트 높이기로 하자, 다주택자들이 지방 집을 처분하고 서울 강남 등지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면서 서울 집값이 오히려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추이/그래픽=양진경


2018년 9월 '9·13 대책'에서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며 주택 매각을 유도했지만, 양도세 완화 등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병행되지 않았던 탓에 시장에 충분한 매물이 나오지 않았고 집값 하락도 단기간에 그쳤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하며 주택 공급 감소 우려를 키우면서 집값은 다시 급등했다. 또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사람들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그나마 안정돼 있던 전세 시장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12·16 대책에서도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3.2%에서 4%로 대폭 올리기로 하고 9억원 초과 주택의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자 서울 내 9억원 미만 주택과 수도권 남부로 수요가 옮겨가며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종부세가 인상될 경우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6·17 대책'에서 정부는 법인 소유 주택의 종부세·양도세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사게 하려면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인 양도세나 취득세는 낮춰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보유세·거래세를 동시에 올리면서 대출까지 막고 있다"며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선심성 개발 호재 넘쳐

집값 상승의 피해는 결국 서민·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08만원이었지만 지난달 9억2509만원으로 52.4% 급등했다. 하위 20% 가격대 아파트의 평균 가격도 2억8436만원에서 4억329만원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글로벌 도시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 연간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4.01로 집값 상위 20국 중 중국·태국 등을 제외하곤 가장 높다. 연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24년간 모아야 서울 도심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만 해도 서울의 PIR은 16.6으로 런던(33.5), 도쿄(26), 싱가포르(23.3), 파리(18) 등 주요 도시보다 낮았지만, 3년 반 사이 집값이 급등하며 역전했다.




정부는 집값을 규제한다면서 부동산 과열의 단초가 될 만한 개발 호재(好材)를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는 '도시재생 뉴딜' 계획을 발표했고, 작년 초에는 24조원 규모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가 예정된 하남·과천 등지에선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자체도 한몫했다. 서울시는 2018년 7월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잠잠하던 서울 집값에 불을 붙였다. 올해 들어 현대차 신사옥 착공, 잠실 마이스(MICE) 단지 사업계획 확정 등의 호재를 쏟아내자 강남·잠실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겐 '집을 팔라'면서 정작 다주택자인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상당수는 집을 팔지 않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제 사람들은 부동산 규제를 집값 상승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5/2020070502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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