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낮은 공동주택 비상 저수조 용량...."산출근거 전혀 없어”


공동주택 비상 저수조 용량 턱없이 낮다

 

1991년 세대당 3톤서 현재 0.5톤…버틸수 있는 물이 없다

현재 용량으로 지진 등 비상시 대응 어려워

관련업계 “현행 기준 산출근거 전혀 없어”


   현재 가구당 0.5톤인 공동주택의 비상급수 저수조 용량을 1.5톤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검토마저 후순위로 미루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저수조 용량은 1991년 세대당 3톤에서 1994년 1.5톤으로, 2014년에는 0.5톤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는 세대당 1일 물 사용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하 저수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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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1인 당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295리터다. 이를 3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885리터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상급수 저수조 용량을 2일분 기준으로 산정하면 최소 1.5톤은 돼야 비상시 대응할 수 있다.




저수조 용량 기준이 낮춰진 이유로는 저수조 수질 관리 어려움과 건설 비용 증가, 세대원 감소 등이 제기됐지만 업계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1인당 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 지진, 가뭄 등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저수조 용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탱크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호석)은 “지진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적어도 2~3일 가량 사용할 수 있는 비상 용량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현행 저수조 용량은 산출 근거가 전혀 없이 급격히 기준이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또 “오히려 저수조 용량 축소로 공동주택 건축업자의 공동주택 시공 비용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저수조 수질 관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저장 용량 문제는 후 순위로 미뤄졌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환경부와 관련 산하단체, 지자체 등과 수질 관리 문제를 검토한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우선적으로 수질과 관련한 환경부의 대안이 마련되면 이 사항에 대해 재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수조 수질관리·공간확보 어려움 들어 지속 감소세

관련업계 “비용증가 미미…수돗물 위생 문제도 없어”


축소되는 저수조시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에게 하루도 버틸 수 있는 ‘물’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세대당 3톤으로 유지되던 저수조 용량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2014년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세대당 0.5톤으로 줄어들었다”며 “재난 발생 시 수도가 끊기고 물이 공급되지 않을 때 국민들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저수조 용량은 확보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35조에 따르면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주택단지에는 먹는물관리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먹는 물의 수질 기준에 적합한 비상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하양수시설 또는 지하저수조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저수조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 뿐만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화재, 단수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비상급수시설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단지 내 저수조 시설은 관리와 위생 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점차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수조 용량 축소의 주된 이유로는 △저수조 수질 관리 어려움 △저수조 공간 확보로 인한 건설 비용 증가 △세대원 감소 등이 제시된다.


수질 사고 원인은 노후화된 관로

건설업계는 저수조 수질을 먹는 물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과 저수조 용량이 늘어날 경우 건설 비용이 증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호석 한국탱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2016년 실시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실시한 수도꼭지 잔류염소 결과에서 현행 잔류염소기준 이상(0.10mg/L)이 측정됐다”면서 “저수조를 통과한 수돗물의 위생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저수조 용량을 0.5톤에서 1.5톤으로 늘렸을 경우, 비용증가는 세대당 15만원 수준(평당 15만원이 아님)밖에 되지 않는다”며 “저수조 공간 확보는 기계실, 전기실 등을 칸막이로 나눠서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 확보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수돗물 이물질 사고의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관로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방재안전학회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로사고 50% 이상이 시설물 노후화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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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 침전시키고 정화 기능 가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의 원인도 저수조가 아닌 노후화된 상수도관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6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공동주택 저수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탱크협동조합은 “붉은 수돗물은 저수조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김진엽 한국급수설비협회장은 기고를 통해 “저수조는 6개월에 1회 이상 청소가 의무화 돼 있다”며 “오히려 저수조는 정화 작용을 통해 불순물이 옥내급수관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정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후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이 노후 상수도관에 있다고 정정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공동주택 저수조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화돼있기 때문에 저수조를 없애거나 하는 방안은 전혀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직결 급수’ 초고층 건물에 부적합

현재 서울시가 상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배수지 직결 급수 방식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배수지 직결 급수는 물탱크를 거치지 않고 배수지에서 수돗물을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기목 한국탱크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신축 아파트는 초고층으로 짓기 때문에 높은 수압과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높아진 송수압은 노후화된 배관 파열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각 아파트 마다 펌프로 밀어올린다해도 물줄기가 필요한 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붉은 수돗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계설비신문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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