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 보호 '구글세'와 전쟁 중인 나라들..."한국은 국민 세수에만 몰두"


세계는 지금 구글세 전쟁중…세수 생각만 하는 政府, 애타는 企業


디지털세 국제논의 각축전 치열, 뒤늦게 TF 꾸린 韓 목소리도 못내

선진국 큰소리에 침묵만…페이스북 세금 찔끔 걷고 삼성·LG 세금 다 뺐길판

"세수늘것" 안이한 생각에 빠진 정부…전문가들 "세수펑크, 기업손실 커"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논의를 두고 전세계가 외교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국기업이 외국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도록 막고 반대로 외국기업은 자국정부에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려는 치열한 각축전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휩쓰는 외교통상 무대에 한국정부가 설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디지털세 대상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에 대항해 유럽(EU)국가들은 매서운 압박에 나서지만 한국정부는 소극적 자세로 사태만 관망하고 있다.


The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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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정부의 입김은 적지만 한국기업의 피해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세금은 더 걷으려는 EU국가들과 뺐기지 않으려는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한국기업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휴대폰, 가전,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글로벌 소비자 기업을 다수 보유한 한국정부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너도나도 백가쟁명, 디지털세 어디까지 왔나

디지털세는 특정국가에 사업장을 두지 않고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IT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됐다. 자국에 공장하나 짓지 않고 디지털콘텐츠를 팔아 엄청난 돈을 벌어가는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제일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곳은 유럽국가들이다.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세금을 내지 않자 이들 기업에게 새롭게 과세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글로벌 디지털기업을 다수 보유한 미국이 제지하고 나섰다. 디지털세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OECD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는데 2015년 첫 논의를 시작하고 5년이 흐른 지난 1월에야 1차 합의점이 도출됐다. 해외에 진출해 광범위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기업에도 디지털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파는 한국기업들이 졸지에 과세 대상이 됐다.


글로벌 디지털제품 생산기업이 다수 포진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불편한 일이었지만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OECD에서 5년간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한국정부는 파리본부에 디지털세 전담 직원 한명 두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소속 사무관 1명이 프랑스를 오가며 영문 보고서를 전달하는게 고작이었다. 삼성, 현대차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부랴부랴 전담 대응팀을 꾸렸다. 그나마 서기관급 팀장 1명과 실무인력 1명을 포함해 2명이 전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동안 좁혀왔던 각국 정부의 이견도 다시 벌어지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EU국가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동안에는 디지털세 협상을 보류하자"고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천문학적 재정투입으로 세수위기에 직면한 미국이 다시 어깃장을 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세수절벽에 맞닥뜨린 유럽정부도 최후 통첩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자체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난해 자국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거둔 글로벌기업들에 연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한다는 법안을 의결했고 영국은 자국내 연매출 2500만 파운드이상 기업에 2% 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IT기업 즐비한 한국, 디지털세 得일까 失일까

디지털세 도입 움직임에 각국 정부는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득실을 따지고 있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디지털세는 정부가 다른 외국기업의 과세권을 가져오는 것도 있지만 우리 기업이 다른 나라에 과세권을 줘야 하는 문제도 없지 않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디지털세 부과가 새로운 형태로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방지대책' 보고서에서 "디지털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세수입이 증대되는 요인도 있고 감소요인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OECD 모의분석에서는 국제투자 허브 국가에서는 세수입이 감소하고 그외 국가들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두 세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는 국제투자 허브국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국은 법인세율이 25%로 낮지 않은 편이므로 국내 세수입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모두 디지털세가 세수증대에 역할을 할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외국에 내는 세금보다 페이스북에게 걷을 세금이 더 많다는 셈법이다.


하지만 기업들 생각은 다르다.

한국경제연구원은(한경연)은 '디지털세의 해외도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기업이 내는 디지털세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기업이 해외에서 부담하는 디지털세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세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법인세법은 국내와 해외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해외에서 부담한 세금이 있을 경우 일정한도내에서 국내 법인세 납부액에서 차감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 법인세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조세체계가 디지털세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4차산업혁명에 따른 조세환경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는 "법인세수에 대한 상대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를 감안할 때 디지털세 과세와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세목이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법인세 비중이 큰 한국이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법인세수가 크게 줄어 재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총세수중 법인소득 비중은 15.7%이며 이는 OECD 평균 8.8%(2018년 기준)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페이스북에 세금 걷을 생각에 국내 기업이 내는 세금을 얼마나 뺐길지는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들의 디지털세 논의 방향에 따라 일부기업은 해외사업 존폐를 고민할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로 소비자대상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디지털세 과세대상에서 소비자대상사업이 제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대상사업이 디지털세에 포함된다면 상대적으로 소비자대상사업이 많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베트남 등을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미국과 EU에게 과세주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며 "과세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면 디지털서비스사업과 소비자대상사업을 구분하여 소비자대상사업을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안이라도 도입하도록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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