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 단 1분만에?


1분이면 미지근한 물이 시원해진다?


급속 냉각기 등 열전 효과 응용 가전 속속 출시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마시려고 하는데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다면? 음료를 냉동실에 넣는다 하더라도 시원하게 마시려면 족히 30분 정도는 기다려야만 한다.

맥이 빠지는 상황이지만,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냉장고가 아닌 이 전자제품을 사용해서 1~3분 정도만 기다리면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냉온 정수기는 열전효과 현상을 이용한 대표적 가전제품이다 ⓒ flickr

최근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출시를 예고한 급속냉각기를 사용하면 1~3분 안에 미지근했던 음료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마치 마술처럼 짧은 시간에 시원한 음료를 제공해 주는 이 냉각기의 비밀은 바로 ‘열전(熱傳) 효과’ 덕분이다.

 

 

급속 냉각이 가능한 이유는 열전 현상 덕분

음료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면 냉장고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열전 효과를 통해 음료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원리와 냉장고의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 냉장고는 모터로 펌프를 가동하여 냉매를 압축한 뒤, 액체로 된 냉매가 기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열을 빼앗는 원리로 내용물을 차갑게 만든다.

반면에 급속냉각기의 경우는 서로 다른 두 물체를 붙였을 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을 물리학계에서는 열전효과 현상이라 부른다.

‘열전효과(thermoelectric effect)’란 열과 전기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효과의 총칭을 의미한다.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들거나, 반대로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열전 효과를 이용한 가전제품 중에 대표적 사례로는 냉·온 정수기를 꼽을 수 있다. 냉·온 정수기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찬물을 마시려면 냉장고에 물을 넣고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뜨거운 물도 일일이 데워야만 했다.

그런데 냉·온 정수기가 등장하고 난 후에는 그런 불편이 사라졌다. 열전 효과 덕분에 정수기 안에는 별도로 물을 차갑게 만들거나 데울 공간이 없음에도 냉수와 온수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열전효과 현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두 개의 물리적 효과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바로 ‘펠티어 효과(peltier effect)’와 ‘제벡 효과(seebeck effect)’다.

열전효과 현상은 펠티어 효과와 제벡 효과로 인해 발생한다 ⓒ LG전자

우선 펠티어 효과는 성질이 서로 다른 물체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한쪽은 열을 발생하여 뜨거워지고, 다른 한쪽은 열을 흡수하여 차가워지면서 온도 차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반면에 제벡 효과는 서로 다른 물체에 온도의 차이를 주는 것이다. 한 쪽은 뜨겁게 만들고 다른 쪽을 차갑게 만들면 전위차, 즉 전압이 생기면서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열전과 관련된 두 가지 현상인 펠티어 효과와 제벡 효과를 이용하여 개발한 반도체가 ‘열전 반도체’다. 열전 반도체는 이와 같이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반도체를 결합하여 만든 반도체인 만큼, 두 효과를 모두 구현할 수 있다.

가령 물을 냉각시키거나 가열하고 싶을 때, 열전 반도체에 전기만 공급하면 된다. 한쪽은 차갑게 되고, 다른 한쪽은 뜨겁게 되기 때문에 즉시 찬물과 더운물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전기가 필요할 때는 열전 반도체에 열을 가하면 된다. 한쪽에 열을 가하면 온도차가 생기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과거처럼 물을 끓인 뒤, 여기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작동시켜 전기를 만드는 등의 복잡한 과정은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냉장고 소음도 제거하여 침실용 개발

열전효과를 이용한 반도체의 상용화 사례로는 냉·온 정수기 외에도 ‘소음 없는 침실용 냉장고’를 들 수 있다. 소음 없는 침실용 냉장고란 국내의 대표적 가전업체가 열전 반도체를 사용하여 만든 신개념 냉장고다. 냉장고를 생각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웅’하는 특유의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 제품이다.

 


열전 반도체가 적용된 냉장고는 소음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기존 컴프레서 방식의 소형 냉장고 소음이 29데시벨(dB)이라면, 열전 반도체 냉장고의 경우 소음을 최대 19데시벨까지 낮출 수 있다.

열전 반도체의 구조와 원리 ⓒ SK하이닉스

소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열전 반도체를 사용하면 가전 크기도 기존 냉장고에 비해 최대 40%까지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한편, 열전효과를 이용한 반도체는 통신 분야에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통신 부품은 일정 온도가 유지되지 못하면 파장 변화나 출력 감소 등으로 인하여 데이터 전송 효율이 저하된다. 그러나 열전 반도체를 적용하면, 광통신 부품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데이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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