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실증도시 현장 르포] ‘후발 주자’ 한국, 상업용 드론 시장 정조준


[르포] 제주·부산·고양, ‘구슬땀’ 드론 실증도시 현장

2026년 90조원 글로벌 드론 시장…

‘후발 주자’ 한국, 상업용 드론 시장 정조준


    6월 16일 오전 10시 10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논밭 한가운데. 네 사람이 침묵하며 허공으로 팔을 뻗었다. 셔츠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며 바람이 얼마나 센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2층 건물 하나 없는 드넓은 논밭 한가운데 공터에 놓여 있는 드론은 키 180㎝ 성인 남성이 두 팔을 활짝 벌려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높이도 성인 남성 허리까지 온다. 성인 여성 팔뚝만 한 드론의 다리 ‘암대’와 프로펠러 8개가 마치 거미 다리처럼 달려 있다.


6월 16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의 공터에서 수소 드론이 이륙하는 모습. 사진 이소연 기자


이날 드론 비행 애플리케이션(앱)인 ‘레디 투 플라이’에 뜬 제주도 서남단, 이곳의 풍속은 초당 7m. 이 드론을 날리기 위한 적정 풍속은 초당 3m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드론 운용을 담당한 제주도의 공간정보 기업 ‘제이시스’의 직원 조동근씨는 “이 상태에서 억지로 드론을 날렸다간 휘청거리며 수평을 잃고 떨어질 수 있다. 더 기다려보자”라고 했다. 오늘이 수소 드론 비행 첫날이라 혹여 실수하는 건 아닌지 두 번, 세 번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기존 드론의 비행시간은 20~30분 정도다. 하지만 드론에 수소 연료전지를 부착하면 최대 2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 기존 드론으로는 100㏊당 1500장의 사진을 촬영하지만, 수소 드론으로는 최대 50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비행시간이 늘고 출력이 높아져 드론 활용 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




이날 오전 10시 57분, 바람이 잦아들고 풍속계가 초속 4m를 가리켰다. “지금입니다.” 두 직원은 재빠르게 드론의 전원을 켰다. 8개의 프로펠러가 씽씽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상태표시등에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 “오케이. 날립니다!”


드론 바로 뒤로 쭉 뻗어 있는 밭에서는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동네 노인들이 허리를 굽히고 양파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 너머는 가파도와 마라도로 이어지는 드넓은 바다다. 겨울철 대정읍에서는 무·당근·양파 등 작물 농사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대정읍 겨울 작물의 양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제주시, 부산시, 고양시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 현장. 사진 임수정·이소연 기자왼쪽부터 제주시, 부산시, 고양시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 현장. 사진 임수정·이소연 기자


농업·치안·환경 다양한 드론 활용 사업

이날 이 드론은 150m 상공에서 10분간 비행하며 주변 지형을 점검했다. 8월 말부터 드론이 찍은 제주도 곳곳의 밭 사진 수천 장을 겹쳐 하나의 사진, 즉 정사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진에는 작물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해 있는지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작물의 종류와 양을 빅데이터화해, 이를 기반으로 양파나 무의 가격이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직접 농사량을 신고해 계산하면 오차가 많아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동북쪽 구좌읍에서 무를 대상으로 했던 이 사업을 올해는 서남쪽에서 실시하면서 작물 종류를 늘렸다.


농업용 드론 시장은 세계 최대 드론 전문 기업인 DJI가 최근 가장 주력하는 분야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의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25%를 농업용 드론이 차지한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육박하면서 식품 소비량이 늘고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드론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은 3D 매핑을 통한 토양 상태 측정에서부터 파종, 농약 등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5시, 행정 구역 동(洞) 기준으로는 강남보다도 유흥가 비율이 높다는 제주 최대 번화가 연동 누웨마루(바오젠) 거리 중심의 4층 공영주차장 옥상에는 다행히도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10~30층 높이의 호텔과 오피스텔이 사방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 한가운데, 아까 논밭에서 만난 것보다는 작은 검은색 ‘거미(드론)’가 한 마리 놓여 있다. 오늘 이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닐 드론은 오전에 날린 수소 드론의 절반 정도 크기에 프로펠러가 6개인 다목적 드론이다.


이날 도심을 비행할 드론을 살피러 나온 제주도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바오젠 거리는 술집과 관광객이 많아 음주 관련 사고가 빈번해 경찰이 이전부터 주시해왔다”라며 “경찰과 제주도청이 협력해 드론으로 시민에게 안전한 귀갓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바오젠 거리에서 시민이 전용 앱으로 안심 서비스를 호출하면, 방범용 드론이 자택까지 경로를 따라 비행하며 안전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올레길에서 시범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이어 가고 있다.


이날 주변 고도를 체크하기 위해 드론을 날린 울산의 드론 제조 기업 ‘유시스’의 직원 한수민씨는 울산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전 바오젠에 도착해 2시간 동안 도시를 걸어 다녔다. 드론이 충돌할 만한 높은 건물이나 복잡한 자재가 쌓인 건설 현장은 없는지, 옥상에선 보이지 않는 전깃줄은 없는지, 꼼꼼하게 직접 확인한 것이다. “도심에서의 비행은 안전이 제일인 만큼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라며 한씨가 웃으며 말했다.


철저했던 준비만큼, 드론은 지상 90m 높이로 5분간 흑백텔레비전에서 나는 찌직 소리를 내며 바오젠 근방 500m를 안정적으로 비행했다. 비행을 하며 한씨는 드론의 비행 높이보다 더 높은 건물은 어디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차후 안심 서비스 드론을 띄우기 전, 주변 환경을 점검한 것이다. 비행을 마친 한씨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흘렀다. 앞으로의 도심 비행도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씨는 내일도, 그 다음 달도 계속 바오젠 주변을 걸을 예정이다.



제주시를 비롯해 ‘이코노미조선’이 방문한 부산시와 고양시의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 관계자들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6월 12일 오전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부산시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 합동드론운용센터(J-DOC)에서 황산공원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무인비행장치 통합 서비스 기업 피앤유드론의 백창우 실장은 “부산항 앞바다에 저희 드론이 3개쯤 빠져 있다. 그런데 2년 전 이후 드론 추락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부산시 지형적 특성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됐고 전문성 있는 조종사가 드론이 비행을 마칠 때까지 한눈팔지 않고 조종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부산시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 참가 업체인 피앤유드론은 이날 황산공원에서 20여 명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수질 검사를 위한 채수용 드론 교육을 했다. 백 실장은 “기존에 고속도로 등 차도 갓길에 차를 대고 사람이 직접 채수하다 보니 채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며 “채수용 드론이 상용화하면 사람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1전시관 앞에서 만난 아쎄따 김형준 대표는 “드론과 3D 매핑 기술을 활용하면 사람이 직접 할 때 1~2일 걸리던 건축물 안전 점검 작업을 20분 내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양시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쎄따는 드론을 이용해 고양시 주요 도로의 이미지 제작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한동안 작업이 중단된 데다 곧 장마철이 되기 때문에 한동안은 매일 거리로 나와 드론을 띄워야 한다고 했다. 각 지자체가 무더운 여름날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드론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만큼 산업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2026년 90조로 성장…상업용 드론 비중↑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2016년 7조2000억원에서 2022년 43조2000억원에 이어 2026년 90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드론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3년 193대에 불과했던 정부에 신고된 드론 기체 수는 2019년 9342대로 40배 이상 증가했다. 드론 업체는 2013년에 131곳에 불과했으나 2019년 2500곳을 넘겼으며, 같은 기간에 50명대였던 드론 조종 자격 취득자 수는 지난해 2만 명을 넘겼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드론 산업은 17만 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고, 29조원에 달하는 부가 가치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 산업에 진출하는 대기업이 늘면서 국내 드론 산업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최근 제주도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에서 각각 1.3㎞와 0.8㎞ 떨어진 펜션과 초등학교에 드론으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시연 행사를 했다. 드론 배송 사업을 준비하는 대기업은 더 있다. CJ대한통운, 롯데로지스틱스 등 물류 운송 기업을 비롯해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기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설립해 수소 연료전지를 부착한 드론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드론 택시 등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설립하고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농·임업, 영상,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상업용 드론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상업용 드론 시장이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시 “현재는 드론 시장이 군용 드론 중심이지만, 미래에는 국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이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드론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하지만 아직 태동기에 있는 상업용 드론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드론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드론 ‘규제 샌드박스 사업(규제 혁신을 위해 신사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을 하며 기업이 드론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국정 과제로 한시적인 예외 조항으로, 개별 사업에만 적용될 뿐, 법령에 정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아 법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정부는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드론법)’을 제정해 드론 관련 규제 완화 및 면제 조항을 법제화했다. 선정된 도시의 특정 사업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드론 실증도시’와 선정된 지역 내 규제를 전체적으로 면제해주는 ‘드론 특별자유화구역’ 모두 5월 1일부터 드론법이 시행되면서 처음으로 드론 규제 완화가 법제화한 사업이 됐다.





후발 주자 한국의 묘수는?

정부는 드론 관련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데 발맞춰 드론의 법적인 정의 역시 확대하고 있다. 기존 항공안전법에서 드론은 ‘조종자가 탑승하지 않은 채 항행할 수 있는 비행체’로 규정돼 왔다. 그러나 드론법이 제정되면서, 드론 택시 등 신기술 개발 추이와 시장 변화에 따라 유인 드론도 법적으로 드론의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국토부는 6월 4일 ‘한국형 도시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해, 2025년까지 드론 교통수단 상용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청량리역, 코엑스를 잇는 실증노선을 지정해 운용하며 드론을 미래 산업 먹거리로 이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이코노미조선’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을 살폈다. 특화된 서비스와 기술력으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드론 기업 세 곳의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한국 드론 산업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드론 배송 사업이 활기를 띤 미국과 세계 최대 드론 전문 기업 DJI를 배출한 중국 등 드론 선진국도 살펴봤다. 한국 드론 정책 수립 과정에서 ‘키 플레이어’로 활약 중인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드론안전본부장을 만나 국내 드론 정책 및 산업에 대한 제언도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드론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대표적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한국보다 빨리 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드론 산업 육성에 힘썼다. 한국은 후발 주자지만 정부의 공격적인 산업 육성 정책과 기업의 독보적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드론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


 

군용 드론 시장 1위는 美, 바짝 뒤쫓는 中


미 군수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가 제작한 군용 드론‘MQ-9 리퍼’. 사진 위키피디아미 군수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가 제작한 군용 드론‘MQ-9 리퍼’. 사진 위키피디아




올해 초 미군이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무인 드론으로 사살하면서 군용 드론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드론은 미국 군수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의 ‘MQ-9 리퍼(Reaper)’. 장시간 고고도 체공이 가능하며,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어 ‘하늘의 암살자’로 불린다. 사건 현장인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약 1만2000㎞ 떨어진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미군 공군기지 내 조종실에서 조종했다는 점도 화제였다. 인공위성을 활용해 미국 현지에서 실시간 원격 조종이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은 군용 드론 시장에서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어 이스라엘,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가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군용 드론 개발·수출에서 박차를 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미국은 2017년 전 세계 군용 드론 시장의 60%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5대 군용 드론 기업으로 미국의 제너럴 아토믹스,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보잉과 함께 중국항천과기집단그룹(CASC)이 꼽힌다.


주요 군용 드론으로는 미국의 리퍼를 비롯해 글로벌호크·프레데터, 이스라엘의 헤론·헤르메스, 중국의 윙룽2호·차이훙-4 등이 있다. 프레데터는 원래 정찰용으로 개발됐지만,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공격용으로 발전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에서 알카에다·탈레반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 투입됐다. 리퍼는 프레데터보다 엔진 출력과 무장 탑재량을 늘린 개량형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가 리퍼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중국 군용 드론은 미국 드론의 20%에 불과한 싼 가격을 경쟁력으로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군용 드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ASC와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는 아예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용 드론 공장을 짓고 있다. 무기의 절반을 미국산으로 채운 이라크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미국의 프레데터 대신 중국의 차이훙-4를 도입했다.


제주·부산=임수정·이소연 기자 economy.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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