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재배사·축사, 편법 ‘태양광발전’ ㅣ 지자체 95%가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 왜?


버섯재배사·축사?…실제로는 편법 ‘태양광발전’


전용 허가 필요 없는 농지이용시설 악용 ‘속출’

기존 구조물 활용할 경우 판매값 가중치도 줘 횡행


주변 작물 피해·경관 훼손

농식품부, 제한 방안 검토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청용2리 주민들은 올 1월 시청 앞에서 태양광발전시설 반대집회를 했다. 마을 농업진흥구역 논 한가운데 1300㎡(약 400평) 규모로 들어선 태양광시설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 시설은 버섯재배사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위에 설치됐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들녘엔 축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너른 농지 사이에 지은 축사 지붕 위엔 어김없이 태양광시설이 보인다. 주민들은 “앙상하게 뼈대만 세운 축사에서 소를 키울 수 있겠냐”며 “농지에 태양광발전을 하기 위한 편법 축사일 것”이라고 했다.



가축 사육이나 농작물 재배를 하겠다며 농지에 축사·버섯재배사를 지어놓고선 실제로 농업 생산이 아닌 전기 생산에 열을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산지 태양광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자들이 농지이용시설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을 노리고 논밭에 형식적으로 설치한 농지이용시설이 주민과의 마찰은 물론 농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정돈된 농지 위에 축사 등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 경관을 저해하는 건 물론 주변 작물 생육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최영학 충북 청주시 청용2리 이장(69)은 “외지인이 마을 농지를 사들여 버섯재배사를 짓고 태양광시설까지 설치했는데 법으론 제지할 방도가 없다고 한다”며 “주변 농사에 영향이 있을까 신경 쓰이고, 태양광 모듈은 시간이 지나면 화학약품으로 세척해 관리한다는데 농지 오염도 우려된다”고 했다.


농지에서 태양광발전을 하려면 까다로운 전용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축사·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농지에 있는 건물을 활용하면 태양광시설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기존 구조물을 활용한 태양광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신·재생 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가격에 1.5배의 가중치까지 적용해줘 사업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면서 2018년 5월부터 건축물 준공시기와 관계없이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자 태양광발전을 위해 축사 등을 건축하는 ‘주객전도’ 현상마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선 이런 목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가 처분이 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충남 당진시는 2018년 대호간척지 일대 1만6566㎡(약 5000평)에 버섯재배사 48동을 짓겠다는 한 농업회사법인의 건축 신청을 태양광 설치 목적으로 판단해 ▲우량농지 연쇄 잠식 ▲주민들의 환경상 이익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가 법인으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당진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태양광 사업자들이 법적 권리를 내세워 농지이용시설의 건축 허가를 요구하면 무작정 이를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농지이용시설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농지에 태양광시설이 설치된 건축물 2284개 가운데 91개(3.5%)가 부적합, 247개(9.4%)가 부적합 의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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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를 고려해 경기·강원 전 지역과 전국 돈사를 제외하고 수행한 것이어서 실제 부적합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당시 현장에선 축사 4동에 고작 염소 20마리를 키우고 있거나, 버섯 재배를 위장해 폐목만 덩그러니 설치한 경우 등 형식적인 운영 사례가 속출했다.


농지이용시설에 태양광 설비 장착이 활발히 이뤄진 시기는 2014년(1038개), 2015년(678개), 2018년(345개) 순이었다. 2013년 12월 농업진흥구역 내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시설 설치 허용, 2018년 5월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시설 설치 가능 건축물의 준공시기 규정 폐지 등 관련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농지이용시설을 해당 용도로 3년 이상 이용해야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 동·식물 관련 부적합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REC 공급을 보류하는 등 기준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농민신문




장애인시설 10m 뒤에 태양광발전…산사태 공포에도 3년째 방치


지자체 95%가 태양광 이격거리 제한 왜?


    충남 부여에서 태양광발전 시설은 폐기물처리장, 축사와 같은 급의 혐오시설이다. 부여군은 2018년부터 이들 3개 시설의 신규 설립을 막겠다는 ‘3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마을에서 300m 거리까지 신규 태양광 설비 설치를 막았던 이격거리 규제를 2018년 10월 1㎞까지 확대한 이유다. 부여군 관계자는 “사실상 새로운 태양광 설비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그래도 어떻게 규정을 피해 신청하는 업체가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탈원전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보급을 크게 늘렸지만 농촌지역 주민들은 소음과 산사태, 지하수 오염 등 피해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의 한 마을 이장이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공주=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태양광발전 설비는 주민들에게 큰 골칫거리다. 산비탈에 세워지는 설비는 산사태를 낼 수 있고, 마을에 가까우면 소음을 내며, 세척 때는 강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태양광발전 설비를 향후 14년간 다섯 배 늘리기로 했다.


중증 장애인 시설 위협하는 태양광

중증 장애인 120여 명이 생활하는 충남 공주시의 A복지시설은 태양광 설비업체와 2년간 벌여온 소송에서 지난해 이겼다. 복지시설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산비탈에 3만3000㎡에 가까운 태양광발전 시설이 2016년 설치된 것이 발단이었다. 나무를 벤 자리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이후 매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토사가 복지시설로 쓸려 내려왔다. 이 지역은 경사가 가팔라 산사태 1·2등급 지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태양광 설비 공사로 취약해진 뒷산이 복지시설을 언제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복지시설 관계자는 “이격거리 제한 자체가 없던 2015년엔 직접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그러지 않아도 재정이 취약한데 소송비로만 5000여만원을 들여야 했다”고 했다. 법원은 전문 기술사까지 고용해 조사한 끝에 산사태 위험을 인정하고 태양광 업체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옹벽을 쌓도록 판결했다. 하지만 옹벽 시공 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체 측은 태양광 패널 공사까지 모두 마친 뒤 3년째 현장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소음에 시달리고 지하수 오염 우려도”

부여군 세도면 해촌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동산에 태양광 설비가 2017년 들어섰다. 태양광 설비와 20~50m 거리에 9가구가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는 얘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공사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있는 김영찬 씨(85)의 집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앞마당에 붙어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김씨는 “저녁 무렵만 되면 ‘윙’ 하는 소음이 나서 알아보니 낮 동안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소리였다”며 “지금 나이에 이사 갈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공주시 사곡면 화월리마을은 마을 뒷산 3만3000㎡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다. 이 마을 이장인 박승범 씨(60)는 “매일 뒷산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감도 문제지만 태양광 패널을 닦는 세제가 걱정”이라며 “그대로 마을로 내려와 식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에 스며들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와 2년여에 걸친 소송전을 벌였지만 지난해 10월 주민들의 패소로 끝났다. 2017년 200m이던 이격거리 안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들어섰지만, 설치 허가 당시 마을 이장에게 동의를 얻었다는 것이 이유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태양광 업체가 패널 시공을 위해 길을 낼 때도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며 억울해했다.


공주시는 2018년 200m이던 이격거리 기준을 500m로 강화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각종 문제와 갈등 사례가 알려지면서 농촌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마을 주변에 들어오는 것을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중앙정부로서는 태양광을 더 보급하고 싶겠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기에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격거리(離隔距離)

위험물이나 혐오시설이 주거시설 및 도로 등에서 얼마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정한 것을 가리킨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제정한다. 원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와 관련해서는 이격거리 제한이 없었지만 각종 피해 사례가 알려지며 2015년부터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설비와 관련해 이격거리 제한을 더 강화하고 있다.

공주·부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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