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COVID-19’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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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COVID-19’

2020.06.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을 잘 막아내어 국제사회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는 방역 당국과 정부에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명칭에 관한 것입니다.

내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COVID-19'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이름을 쓰는 모양인데 한국은 왜 코로나19를 쓰고 있는 것입니까?”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작명한 COVID-19는 Corona Virus Disease(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약자COVID와 발생연도를 표시하는 2019에서 19를 뽑아 조합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 방역당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이름을 지은 후 따로 ‘코로나19’를 공식 명칭으로 정했습니다. 영문 표기 ‘Corona19’를 분해하면 Corona는 Coronavirus의 약칭이고 19는 발견된 2019년을 의미하는 것이니 COVID-19와 문자만 다를 뿐 같은 뜻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질환의 이름을 지으면서 발생 국가나 지역, 걸린 사람 또는 집단, 그리고 동물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병원체와 발생연도를 표시하는 이름으로 짓는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공식 명칭인 ‘코로나19’나 ‘COVID-19’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이름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이제 국민의 일상용어로 불편함이 없이 쓰이게 되었고, 이제 ‘19’도 생략하고 ‘코로나’ 라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빈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말의 진화란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병은 하나인데 이름이 두 개로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와 'COVID-19'가 뉴스나 정보를 전하는 신문 방송 등 미디어에서 같이 나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해외 뉴스를 들을 때 한국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코로나19’라고 말하는데 외국의 뉴스화면을 따낸 방송 화면엔 COVID-19가 뜹니다. 국제사회에서는 COVID-19로 쓰이는데 한국에서만 ‘코로나19’(Corona19)’로 쓰입니다. 또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도 모두 세계보건기구가 공식 명칭으로 정한 ‘COVID-19’를 사용합니다.

참고 못 살 바는 아니지만 하나의 사물을 놓고 이렇게 이름이 두 개로 나오면 사람들은 헷갈리고 짜증스럽습니다. 특히 신문 방송 등 뉴스 매체들이 가장 많이 매달리는 이슈가 코로나19일 것입니다. 일반인을 상대로 할 때는 코로나19를 쓰다가 외국사람과 소통할 때는 COVID-19를 써야 합니다. 해외 뉴스 소스에서는 계속 COVID-19가 쏟아지는데 코로나19로 작업을 해야 하니 언어 사용에 이중 부담을 안아야 합니다.

이 바이러스 사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사람들을 괴롭힐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오면 다른 이름을 지어야 하고 기존 코로나-19도 색인 자료로서 사용될 것입니다. 이때 Corona19와 COVID-19는 충돌할 것입니다.

하나의 명칭으로 통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방역당국도 국제협력이 중요할 텐데 혼란스럽지 않은가요? 우리가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명칭을 쓰든가, 아니면 세계보건기구로 하여금 우리 식인 Corona19를 쓰도록 설득하든가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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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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