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 일단 질러놓고 땜질...실수요자 반발에 하루만 보완


일단 질러놓고 땜질 처방… 전문가도 헷갈리는 부동산 대책


실수요자 반발에 하루만에 보완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모아둔 돈에 전세자금 대출을 더해 4억~5억원 정도 하는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살 계획이다. 그런데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책 발표 당일엔 3억원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했는데, 다음 날엔 임차인이 있는 집을 사면 예외적으로 대출 회수를 유예한다는 정부 설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추가적인 예외 조항이 나올 것이란 말도 있어 집을 빨리 사야 할지, 더 기다릴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6·17 대책 발표 후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이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다양한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적용 범위나 시점 등이 모호한 내용도 많아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상황이나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대책을 발표한 탓에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난수표 대출 규제에 내 집 마련族 '멘붕'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세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그래서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gap) 투자가 활성화돼 있고, 전세대출을 활용해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이번에 규제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하면서 주택 매수자들이 고려해야 할 대출 규정은 전문가들도 고개를 저을 만큼 복잡해졌다. 




신용 건전성과 지불 능력 위주로 대출 심사를 하는 해외와 달리, 대출받는 사람이 집을 어디에 몇 채나 가졌는지, 집값은 얼마인지 등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다 달라지니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대출제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택 관련 대출 규제 현황표


정부는 6·17 대책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사람이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서 3억원 넘는 집을 사면 전세대출을 회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탓에 언제부터 제도가 바뀌는지, 집을 산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 등에 대한 문의가 폭주했다. '집 한 채 미리 사두려는 사람도 투기꾼이냐'는 반발 여론도 확산했다.


그러자 정부는 다음 날 상황별 규제 적용 여부를 'Q&A' 형태로 정리해 배포했다. 기존 세입자 퇴거 때까진 전세대출 회수를 미룬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대책 관련 부작용이 발견되면 대응 방안을 내놓겠단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와 협의해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실거주·거래허가제도 논란

정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이번 대책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규제를 비켜간 경기도 김포·파주 등에서 아파트 호가가 수천만원씩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19일 "과열 우려가 발생하면 즉시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땜질 처방' 비판을 자초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사람은 최장 8년간 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161가구,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327가구가 등록 임대주택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가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내놓을 때 등록했던 사람이다. 임대주택 등록을 취소하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고 공제받은 세금을 환불해야 한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불만이 나오자 정부는 "구체적인 현황 조사를 거쳐 임대사업자들의 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이 지역들에선 주택 매수 후 2년간 임대가 금지되고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한다. 집을 전세로 준 사람 입장에서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집을 팔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순우 기자 윤진호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0/2020062000087.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