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북한 비판하는 좌파도 있다

이동훈 논설위원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양대 산맥 NL(민족 해방)과 PD(민중 민주) 간 갈등은 지금의 좌우, 여야 갈등을 뺨쳤다. 과장을 좀 보태면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 연인 사이일지라도 어느 한쪽이 다른 사상에 물들면 가차 없이 헤어졌다. 같은 운동권이지만 북한에 대한 견해 차이가 넘을 수 없는 간극이었다.


PD그룹 학생들은 북한이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라면서 권력 세습에다 우상화,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북한을 추종하는 NL 주사파를 용납할 수 없었다. PD그룹은 주사파를 향해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

"인간의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주사파가 되느냐?"

▶좌파의 원조 격 유럽 좌파가 북한 보는 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당은 전당대회에 북한 노동당을 초청하지 않는다. 그들은 북한이 좌파를 모욕한다고 생각한다.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공산주의 쥐라기 공원'이란 북한 르포 기사에서 "모든 공산주의 독재국 결함의 집대성"이라 했다.

 

 

"지구상 어떤 나라도 비열함과 범죄, 우매함에서 북한의 맞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유명한 영국 좌파 영화 대부 켄 로치 감독은 "북한은 끔찍한 기형 국가, 두려움에 떠는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도 북한을 변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창당 100년이 다 돼가는 일본 공산당도 북한을 거의 혐오한다.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가 이어지자 '저건 공산주의가 아니다'라며 관계를 정리했다. 지금도 북핵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세계 좌파 중에 북한을 옹호하는 곳은 중국, 러시아, 쿠바 정도를 빼면 한국 NL계 주사파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NL 주사파가 한국의 운동권에 이어 정권까지 장악했다. 노동계와 시민 단체 진보 정당도 장악했다. 그래서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북한 옹호가 한국에서 판을 친다.

▶PD 계열에 뿌리를 둔 좌파 단체 사회진보연대가 그제 "연락사무소 폭파 같은 비상식적 처사는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북한 정권을 규탄했다. 국내 운동 단체들에 대해서도 "환상을 버리라"고 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핵 개발은 동기도 반민중적이고, 그 결과도 파멸적"이라며 "한반도 민중 전부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 진보 진영에서 나온 거의 유일한 북한 비판이다.

▶북한은 봉건 노예제 국가다.
이런 북한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할 사람은 좌파 지식인들이어야 한다. 좌파에도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엔 가짜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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