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대급 증세' 온다...탄소세 로봇세 국토보유세 등등등


'부자증세'로는 부족하다…역대급 증세가 온다


[MT리포트] 文정부 증세 시즌 3


[편집자주] 파티가 끝나면 청구서가 날아든다. 4인 가구에 100만원씩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99.5%가 한 달 만에 받아가자 올해 나랏빚이 112조원 늘어날 것(관리재정수지 기준)이라는 예측이 뒤따랐다. 여론은 1회성 지원금을 넘어 매달 지급하는 기본소득으로 옮겨갔다. 대권 잠룡들이 동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증세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구멍난 나라 곳간을 메워줘야 균형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증세가 온다

'보편적 증세' 유력


    증세를 수면으로 띄워 올린 것은 국책연구기관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현재와 같은 재난 시기에는 증세를 미루지 말고 적절한 규모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난소득과 관련,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히는 등 정치권에서도 복지 재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심리 악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정부가 당장 다음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는 액상담배 소비자나 동학개미운동 수익자들에 대한 과세율 상향 카드 정도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정 악화 속도와 2022년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 중에는 대규모 증세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9년 이후 최대치인 7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관리재정수지도 역대 최악인 112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복지 규모는 갈수록 확대될 예정이어서 증세 규모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지출의 항구성을 감안하면 차기 증세는 보편적 증세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에 실시한 ‘부자증세’나 2018년 ‘부동산 증세’ 수준으로는 악화한 재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에서 25%로 올랐지만 올해 관련 세수는 예측치 64조3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보편적 증세 방안으로는 41%에 달하는 근로자 면세 대상을 미국 수준(30.7%)으로 줄이거나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히 부가세의 경우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간한 ‘OECD 주요국의 소비세제 논의 현황’에 따르면 2008~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개국이 세율을 인상했다. 한국은 1977년 도입 이래 세율 10%를 유지하고 있다. OECD 평균 부가세율은 19.3%로 한국의 2배 수준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증세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율공제 폐지 등을 근간으로 기본소득 등 복지지출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며 ”사회 취약계층에 현실적인 지원이 되는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이 그동안 시행한 누진세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하는 개세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와 로봇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 등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코로나19 위기, 복지확대 등으로 재정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수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발달 등 시대변화를 반영한 조세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수년간 경험축적으로 (기본소득의) 경제활성화 효과가 증명되면 탄소세, 데이터세, 국토보유세, 로봇세, 일반 직간접세 증세 등 기본소득목적세를 만들어 전액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면 국민이 반대할 리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선 이미 시작된 탄소세


[태안=뉴시스]김선웅 기자 = 충남과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등 올 겨울 들어 첫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0일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 2019.12.10. mangusta@newsis.com


이 지사가 제시한 새 세금 중 현재 도입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탄소세다.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 일부국가에서는 이미 탄소세를 도입했다.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산업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탄소세 도입을 4.15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탄소세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수력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세수확보와 환경보호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세제지만 단점 또한 크다. 우선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원가부담이 커서다. 역진적 조세란 점도 문제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저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경유값이 올라가게 된다. 프랑스에서 연이어 도입에 실패한 이유다.


산업구조 변화 반영, 로봇세·데이터세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서초구청 입구에서 인공지능(AI)로봇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예방을 위해 청사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높이가 약 1.2m 정도인 AI로봇은 적외선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 일정한 온도 이상 시에는 발열감지 알람이 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적합하게 착용하지 않았을 때에는 음성으로 착용이 안내된다. 2020.6.4/뉴스1


로봇세와 데이터세는 인공지능(AI) 발달 등 산업구조 개편에 대비한 세제다.




로봇세란 AI로봇을 생산에 활용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인공지능 로봇을 '인간'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개념이다. 앞서 유럽의회는 로봇에 '전자인간'이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과세를 위한 수순이다. AI연구가 활발한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도 도입논의가 진행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한다면 인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큰 수익을 올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을 겨냥한 세금이다. 데이터 사용료를 세금으로 걷어 분배하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구글 등이 남의 데이터를 이용해 세금 한푼 안 내고 엄청난 돈을 벌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기술발달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비하자는 차원이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새로운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 또 다른 '붉은깃발법'(자동차 속도가 마차보다 빨라선 안 된다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CT기업을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부세 확장판 국토보유세, "불로소득에 세금부과"


주변 재개발구역의 사업성이 높아지자 뉴스테이 방식에서 일반 재개발 방식으로 전환 중인 인천 부평구 '청천2' 주택재개발구역.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총 5190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 사진=김희정




국토보유세는 이 지사가 지난 대선때부터 주창해온 세금으로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 강화와 보유세 세율 인상, 임대료 수입 과세 등을 포괄한다. 종합부동산세 강화판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8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토지에 대한 세금은을 2배만 올려도 16조~18조원 규모 세수를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도입에는 상당한 저항이 예상된다. 종부세 부과기준 확대와 세율인상 등에도 거부반응이 컸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박준식 기자안재용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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