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불황] 돈 안되는 `리모델링` 사업에 덤벼드는 대형건설사들


일감 없는 대형건설사…`리모델링` 수주 전쟁


금호벽산 리모델링 추진하자

대형 건설사 5곳 홍보전 나서


재건축·재개발 먹거리 감소에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큰 관심


    대형 건설사들이 그간 외면하던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일감이 떨어지면서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마침 재건축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정부도 리모델링에 전향적인 입장이라 이 같은 추세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금호동 벽산아파트 전경. [사진 제공 = J&K도시정비]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벽산아파트(1707가구)는 올해 초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비업체 선정을 마치고 이달 말부터 건설사들과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사업 기간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재건축 사업보다는 리모델링 사업이 훨씬 유리하다고 보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입지가 뛰어나고 조건이 좋아 리모델링 진출 교두보로 삼기 위해 관심을 갖는 대형 건설사가 많다"고 밝혔다. 


금호동 벽산아파트는 2001년 준공돼 올해 20년 차를 맞았다.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도보권에 위치한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연식과 주차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주변 새 아파트 단지보다 집값이 낮은 편이다. 실거래가는 전용 59㎡가 7억원대 중반, 전용 84㎡가 8억원대 후반 수준으로 인근 새 아파트보다 4억~5억원가량 낮다.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 단지 내에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수의 1군 건설사가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기원한다는 플래카드를 경쟁적으로 붙이는 등 열띤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전담부서까지 둔 포스코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최근까지 리모델링 사업에 미온적이었다.




사실상 포스코건설 독무대였던 리모델링 사업 시장이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으로 변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26개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에서 13곳의 시공권을 따낼 정도로 리모델링 시장 강자다.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일감이 부족해지며 리모델링 사업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모델링은 허용 연한이 15년으로 재건축 연한(30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서울시내에서 추진이 가능한 단지가 많다.



특히 최근 강남 역세권, 한강변 등에서 용적률이 200% 이상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준공연차 20년 전후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움직임이 활발하다. 벽산아파트 인근 응봉 신동아(434가구·1996년 준공) 역시 용적률(282%)이 높은 점을 고려해 리모델링 추진을 선택한 사례다. 응봉 신동아는 추진 속도가 벽산보다 약간 빨라 7월 조합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진위 측은 이르면 올해 11월 시공사 선정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일반적으로 입지가 좋은 곳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많고 규제가 덜해 재건축보다 빠른 속도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 규제와 기부채납·임대주택 건설 등 의무조항이 없다.

또 사업이 순항하면 추진위 결성부터 입주까지 6년 정도면 가능하다.


정부도 리모델링 사업이 실거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재건축보다는 전향적 입장이다. 원래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소유자 100% 동의를 확보해야 했으나 소유자 75%의 동의만 얻으면 되도록 최근 기준이 완화됐다. 다만 리모델링이라 하더라도 기존보다 가구 수가 30가구 이상 늘어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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