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 공원 결정한 서울시···다른 공원 땅엔 청사 건립?


   1997년 국방부가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대한항공이 사들이면서 민간 소유가 됐지만 23년째 개발하지 못하는 땅.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공원화 사업에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달 27일 도시ㆍ건축 공동위원회에 관련 결정안의 자문을 요청했고, 위원회가 찬성했다. 

 

서울시 경복궁 옆 송현동 땅 문화공원으로

서울역 앞 문화공원에 11층 청사 건립 추진

"오락가락 도시계획, 행정 신뢰성 없다"


하지만 위원회와 서울시 등을 취재한 결과 추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공원 조성 이유, 공원 관련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 처리 방식, 도시공원 일몰제 관련 이슈 등 송현동 땅 공원화 프로젝트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요즘 서울시의 도시계획 입안 과정을 보면 목표만 있다. 무리수가 많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주요 발언은 익명으로 처리한다.  


한진그룹이 7성급 호텔을 지으려다 무산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에 나섰다. [연합뉴스]



 

①공원화, 공론화가 없다

경복궁 옆 송현동 땅의 역사성은 공원화 사업의 중요한 가치다. 한때 이 땅을 눈독 들이던 종로구는 소나무숲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서울시도 문화공원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접근 방법부터 잘못됐다. 제대로 된 고증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조선 시대 조성된 땅은 초기에만 소나무밭이었다. 중ㆍ후기에는 양반과 왕족들의 집터였다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사택 부지로, 광복 후에는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쓰였다. “다양한 역사적 가치와 켜를 가진 장소인데도 명분과 고증 없이 공원이 툭 튀어나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대한항공 송현동 땅 매각 일지


‘송현동 땅 공원화’ 관련 결정안은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에서 만들었다. 행정2부시장 직속으로 있는 부서지만 서울시 내부에서 박원순 시장의 특명을 받는 조직 즉 기동대로 불린다. 결정안은 이 땅을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문화 공원은 공원 중에서도 설치기준, 규모 등 제약사항이 없는 공원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다기보다 시의 수용권을 세게 발동할 수 있는 게 공원이다 보니 문화공원으로 한 것이다. 민간에서 다른 용도로 못 쓰게 하고 공공 땅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적 표명”이라는 게 내부 목소리다. 이처럼 박 시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송현동 땅 공원화는 추진되고 있다.  

 

송현동 땅은 1종 일반 주거지역은로 북촌지구 단위계획구역에 포함돼 건축물 높이가 12m 이하로 제한된다. 즉 4층 높이 건물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공원으로 지정되면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거지가 상업지가 되면 개발할 때 공공기여분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송현동 땅은 반대다. 손해를 보게 된 대한항공을 위해 공공에서는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고 한 전문가가 지적했다. 

 

②“관리 어렵다”며 서울역 앞 공원 땅에 청사 건립 추진


서울역 앞, 서울로7017과 연계해 조성할 계획이었던 문화공원 땅의 모습. SG타워가 기부채납으로 조성한 공원에 서울시가 11층 청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화 기자




송현동 땅과 더불어 ‘남대문로 공원부지 사건’이 도시ㆍ건축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멀쩡한 공원에 시청사를 짓겠다고 나선 사건이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제멋대로, 오락가락 행정 사례”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2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 의견 청취를 했다. 서울역 바로 앞, 남대문로5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에 지어진 SG타워가 문화공원으로 기부채납한 1576.2㎡(약 476평) 규모의 땅에 청사를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SG타워는 6월 준공 예정이고 공원 조성 역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조성 막바지인 공원에 세워진 안내판. 한은화 기자


공원에 들어설 건물은 지하 3층~지상 11층, 연면적 1만4000㎡ 규모다. 사업비가 약 600억원으로 내년 6월 착공 목표다. 돌봄시설 등 복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지원시설이 주목적이나, 구체적인 시설들은 향후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즉 뚜렷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시는 시의회에서 공원의 경우 노숙인들이 상주할 우려가 있는 등 관리상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도심에 땅 확보할 곳이 없고 새 청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건물이 분양 건물이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건물 앞에 공원이 조성되는 줄 알았다가 11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게 된 꼴 아닌가. 서울시에는 현재 의견 수렴 과정이 실종됐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론화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③20년간 방치한 공원ㆍ도로 정비에만 12조 든다는데

7월부터 도시공원 일몰제가 본격 시행된다. 도시 계획상 도로나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공공에서 방치한 땅을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0년 헌법재판소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20년 뒤 계획 시효 만료를 판결했다.  


서울시의 경우 일몰에 따라 풀리는 도로나 공원을 다 수용하려면 12조 예산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꺼내 들었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 57.3%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차차 매입하겠다는 목표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개발행위가 금지되고, 여가 활용시설 설치나 기존 건축물의 개축ㆍ증축만 된다. 하지만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 다른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다. 서울시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 움직임도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일몰되는 장기 미집행 시설에 대한 검토 및 계획을 겨우 끝낸 상황이다. 위원회 차원에서 이를 통과시키며 앞으로 예산집행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서울시의 무책임한 도로 선 긋기와 공원 지정을 하면 안 된다고 공론화했다. 그런데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송현동 땅에서 또 예산 계획 없는 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다.” 도시ㆍ건축 공동위원회에 참석한 또다른 전문가의 목소리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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