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톨 안 들어갔는데,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김밥?

트렌드로 자리 잡는 키토김밥

    서울 강남역 '보슬보슬'은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인기 김밥집이다. 그런데 이 집 대표 메뉴인 '키토김밥'은 쌀밥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밥이 있어야 할 자리를 채운 건 노란 지단. 김밥 한 줄당 무려 달걀 다섯 알 분량의 지단으로 꽉 차 있다. 가늘게 채 썰어 넣은 덕분에 포슬포슬 보드랍게 씹히는 식감이 독특하다.

서울 강남역 ‘보슬보슬’의 키토김밥. 미나리와 당근을 밥 대신 달걀 지단이 감싸고 있다. /김성윤 기자

보슬보슬 사장 이용훈씨는 "이전 다른 이름의 분식집을 할 때 김밥 주문하는 손님들이 '밥양을 줄여달라'거나 '밥을 아예 빼고 말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지단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키토는 '키토제닉 식단(ketogenic diet)'을 줄인 말. "탄수화물 되도록 먹지 않는 게 키토제닉이라서 그렇게 이름 붙였지요." 이곳 말고도 서울 낙성대역 '소풍가는날', 신도림동 '앞산분식', 여러 지점을 둔 프리미엄 김밥집 '마녀김밥' 등이 밥을 아예 넣지 않거나 거의 없다시피 한 김밥을 선보이며 '키토김밥집'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다.



키토김밥은 키토제닉 식단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 확산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케토제닉이라 부르기도 하는 키토제닉 식단은 밥·빵·국수 등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삼도록 만들어주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키토시스(ketosis)라고 하는데, 여기서 키토제닉이라는 말이 나왔다.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수화물·당질제한 식단도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키토제닉과 뿌리가 같다. 키토시스 상태에서 섭취하는 지방은 모두 에너지로 쓰거나 배출하고, 모자라면 몸에 쌓인 체지방을 태워 보충하기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체지방이 줄어들게 된다는 게 이 식단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원리다.

키토제닉 식단이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2016년 MBC 다큐멘터리 '지방의 누명'이 방영되면서다. 기름 많은 고기와 버터 등 동물성 포화지방을 마음껏 먹어도 될 뿐 아니라 심지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는, 그동안의 상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은 많은 이에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1만7000여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진주의 해피 키토 키친'을 쓴 푸드 스타일리스트 겸 요리 연구가 진주씨는 "지방의 누명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나와 남편이 왜 계속 살이 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고 했다. 진주씨와 남편은 2016년 키토제닉 식단 실시 이후 각각 20㎏ 이상 감량해 유지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방영이 4년여 지난 현재 키토제닉 식단은 확실하게 뿌리 내린 듯하다. 보슬보슬 이용훈 대표는 "손님층이 20~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진주씨는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키토제닉 식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졌다"고 했다.

강남역 '보슬보슬/네이버블로그 제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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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씨는 "2~3년 전만 해도 키토제닉 제품은 외국산 외에는 없었는데, 최근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meal kit·손질한 음식 재료가 양념, 요리법과 함께 들어 있는 간편식의 일종)까지 나왔을 만큼 보편화됐다"고 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서양식 일색에서 고추장, 불고기, 파전 등 한국 사람 입에 맞는 한식 메뉴가 속속 등장했다. 최근에는 밥 없이 불고기·오이지·아보카도·치즈 등으로 속을 채운 김밥, 일반 식빵 대신 밀가루 없이 달걀, 아몬드 가루, 베이킹파우더로 만드는 대용 빵을 이용한 토스트 등 분식·길거리 음식까지 범위가 확산됐다.

키토제닉은 아직 논란거리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2003년 여러 다이어트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저탄수화물·고지방·고단백질('황제 다이어트'로 알려진 앳킨스 다이어트) 식단이 3개월과 6개월에서는 전통적 다이어트보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었으나, 1년이 지나자 차이가 없었다. 2009년 NEJM에 실린 보고서에는 과체중 성인 811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키토제닉·저지방·고탄수화물 다이어트를 2년에 걸쳐 장기 진행한 실험이 소개됐다. 실험 결과는 열량을 제한하면 어떤 식사든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 비결은 '비율'이 아니라 '총열량'이란 당연한 결론이었다. 풀무원기술원 남기선 박사(영양학)는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아 전체 열량의 50~55%로 낮출 필요는 있다"며 "동시에 전체 섭취 열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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