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기부한 돈이 엉뚱한 곳에..."...불신의 사회 만드는 사람들


"내 기부금 어디로 갔나" 불신 커지자 지갑닫는 사람들

[MT리포트-기부자는 알 권리가 있다]

편집자주 | 우리 사회의 성역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역할을 해왔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정의연 문제는 한일 관계, 역사 인식 등과 맞물리는 진영간 이슈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기도 하다.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운영 실태, 심각성, 개선점 등을 살펴봤다.

"힘들게 기부한 돈이 엉뚱한 곳에..." 기부문화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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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부금 및 국가 보조금의 사용처를 두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정의연의 활동이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한일 관계 설정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진보, 보수 진영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안이 더 폭발력을 지니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시민단체들의 불투명한 자금 운영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의 선의를 믿고 선뜻 내민 기부금이 엉뚱한데 쓰이고 설립 취지와는 달리 운영자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활용된다면 국민적인 배신감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일반 시민들의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져 기부문화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의연이 운영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번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다른 시민단체들도 전반적인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18일 관련 정부부처,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의 기부금 사용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4억원을 기부받고 호화 생활을 누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영학은 딸 치료비 명목으로 기부금을 모았는데, 실제 치료비로 사용된 것은 1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불우 청소년이나 결손 아동 후원금 명목으로 기부금을 모은 '새희망씨앗'에서 기부금 127억 원 중 2억원만 기부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125억원이 넘는 돈은 단체 대표와 직원의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됐다.

시민단체가 권력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사건도 많았다. 론스타를 비판하던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 전 대표는 2011년 론스타를 더이상 비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8억원을 수수해 실형을 확정받기도 했다.

 


기부금이나 국가보조금이 핵심 재원이 되는 NPO(비영리단체)의 이같은 문제는 해당 단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선의로 기부했던 기부자들은 등을 돌리고, 과거 모든 활동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더 큰 문제는 개별 단체를 넘어 국내 NPO 저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모금가협회가 성인 남녀 105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60% 이상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로 단체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시민들이 불신하고 기부를 하지 않는다면 NPO는 존립하기 힘들다. 민주화와 시민 사회의 성장에 기여해왔던 시민단체들이 건전한 사회 발전을 막는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NPO 중에는 여전히 회계처리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정의연측은 이 할머니의 폭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어느 NGO(비정부기구)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반대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계좌 내역을 공개하거나 자발적으로 외부에서 감사를 받는 단체도 있다. 정의연보다 단체 규모가 작은 곳은 물론이고 훨씬 큰 시민단체도 1원 단위로 활동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우리 사회 전반의 기부 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기부금을 모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진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보수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정의연에 대한 검찰 수사도 시작됐다. 이와 별개로 이번 일을 시민단체들의 운영 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나친 규제 형태로 가서는 안 되겠지만 NPO의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는 있다"며 "투명한 회계 절차를 통해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찬영 기자, 김남이 기자, 이태성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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