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만 끝나면 "떠난다"


[단독] 稅폭탄 두려워 한국 떠난다…투자이민 상담 3배 급증

"30억 증여때 세금만 10억
정부, 부자에게 너무 가혹"
총선 후 이민설명회 후끈

한국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OECD국가 평균의 2배 달해
상속세 `0` 싱가포르 등 인기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사업가 A씨(56)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곧바로 이민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해 정부가 자산가·사업가에 대한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을 더 많이 걷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한국을 떠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독 부자에게 엄격한 세금 정책 때문"이라며 "미국, 유럽 등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 향후 세금 측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edited by kcontents

최근 정부의 세금 정책에 불만을 느끼는 자산가들의 해외 투자이민 문의가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는 자녀 교육, 해외 투자 등이 이민의 주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현 정부의 상속·증여세 등 세금 정책 기조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코로나19가 끝나면 곧바로 떠나겠다"며 이민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민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7일 해외 투자이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해외 투자이민 문의·상담이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 이민업체 대표는 "총선 직후부터 투자이민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평소 이민 문의는 하루 30명 정도지만 최근에는 90명 정도로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 고객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바로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이민을 고려하는 이들은 대부분 중년 이상 사업가·자산가로 최소 50억원 이상의 현금·금융·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규제를 강화하기 직전에도 투자이민 열풍이 한 차례 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내부 요인이 컸지만 올해는 국내 정치적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이민업체 임원도 "선거 다음날 이민 문의가 많았고 계속 꾸준히 문의가 오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 대부분 세금 문제로 이민을 문의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강남구 역삼동에서 열린 이민 설명회에는 중년의 참석자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행사를 주최한 이민업체 측은 코로나19로 참석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깨고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한 중년 남성은 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를 묻는 업체 관계자 질문에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당연히 세금 문제가 제일 크지요"라고 답했다. 이에 업체 관계자는 상속·증여세가 없는 포르투갈과 단기간에 투자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파나마를 추천했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세율(명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치인 26% 대비 약 2배인 50%에 이른다. 국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상속·증여세 명목세율이 높은 곳은 일본(55%)뿐이다. 직계비속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해 상속세 최고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사업가, 자산가 등의 해외 이탈을 막고자 캐나다(1972년) 호주(1979년) 포르투갈(2004년) 스웨덴(2005년)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다. 싱가포르 중국 러시아 등은 상속세 제도가 아예 없다. 미국은 공제율을 높여 세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미국인은 올해 기준으로 1인당 1158만달러까지 자녀에게 상속·증여해도 세금이 없다. 이중 과세 우려에 영국 독일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상속·증여세율을 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한다. A씨 사례만 봐도 투자이민이 절세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씨가 한국에서 성인 자녀 1명에게 30억원을 물려주려고 하면 자녀공제(5000만원), 누적공제(1억6000만원)를 감안할 때 10억2000만원의 증여세가 발생한다. 하지만 A씨가 미국으로 투자이민을 간 후 미국에서 성인 자녀 1명에게 300만달러를 증여하면 세금은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요즘 떠오르는 투자이민국인 포르투갈은 상속·증여세율이 제로다. 포르투갈은 약 50만유로만 부동산 투자를 하면 1년 이내에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35만유로의 재건축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엔 매입가의 6~8%에 달하는 취득세도 면제된다.

이민 세미나에서 만난 30대 초반 남성은 "훗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민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