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체면이 밥 먹여 주나요"


"체면이 밥먹여주나요"… 400억짜리 공사에도 달려드는 대형 건설사들


    중소 건설사들이 독식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시장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도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재건축 규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당근을 연달아 꺼내들자 틈새시장의 틈새까지 발굴하려는 모양새다.


서울 중랑구 가로주택정비사업 조감도  © 매일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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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에 둘러싸인 오래된 주택지역을 정비하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미니 재건축이다.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街路)구역 중 크기가 1만㎡ 미만이고 노후·불량건축물이 전체 건축물 중 3분의 2 이상이 사업 대상지다. △단독주택만 있는 사업구역은 전체 주택이 10가구 이상 △공동주택만 있거나 단독·공동주택이 혼재된 사업구역은 가구수가 20가구 이상 등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인 대형 건설사들도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뛰어들었거나 서울 사업장의 수익성을 따져보고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개 100~200가구로 규모가 작고 사업비도 500억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전국 1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해 성호건설이 따낸 바 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중랑구 세광하니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라온건설이 수주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대구 태평리치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는 남광토건과 유림E&C가 경쟁하고 있다. 최근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S&D가 수주한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비가 약 480억원이었다.


주목할 것은 중소건설사 사이에 대형사 이름이 보이기 시작됐다는 점이다. 시평 10위 안에 드는 대형사 중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1-2구역에서 약 400억원짜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따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택 분양이 워낙 잘되다보니 사업 규모가 작은 편인 가로주택정비라도 일반 분양물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수주 참여 여부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호반건설도 올해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를 장위 15-1구역에 속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258-2일대에 지하 2~지상 15층, 3개동짜리 아파트 206가구로 신축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약 500억원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실 수익이 크게 나지 않지만,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고 정부 시책과도 맞물려 있다"면서 "가로주택정비조합 쪽에서도 상위권 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다보니 먼저 건설사로 연락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대림산업과 SK건설 등은 서울 지역의 사업장들을 놓고 시공사 입찰에 참여할지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설립 인가를 받거나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주택 물량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전국 1개 조합, 144가구에 불과했지만 가장 최신 집계인 2018년 기준으로는 25개 조합, 1226가구로 증가했다.


그래픽=박길우


대형건설사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정비사업 일감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1조원을 넘은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단 두 곳뿐이다. 정부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을 지양하고 소규모 재건축사업에는 유인책을 주는 분위기가 되자 틈새시장까지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과 최근 발표한 5·6 대책을 통해 지원책을 추가로 내놨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공공사업자와 공동시행할 경우 용적률 상향, 전체 가구의 1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조성시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사업이 무산된 지역 등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물량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정부가 각종 유인책을 내놓으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할 동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제약이 많아진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면서도 "용적률 상향 등을 위해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사업자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전례가 없다보니 실제로 사업이 얼마나 원활하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근린상가나 아파트 복리시설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최소 가구수(500가구)가 지어질 정도로 사업 규모를 갖출 수 있을 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유한빛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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