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근무 패러다임의 대변혁] "벽이 깨졌다"

[코로나 대변혁] 사무실 컴 Off, 집 컴 On…근무시스템 벽이 깨졌다


코로나 여파, 재택·원격근무 늘어

기업들, 장단점 분석 해법 찾기

출퇴근 시간 절약, 효율성 향상

4차 산업과 결합…일상 속으로

홈코노미, 언택트 산업도 약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에서 새로운 미래를 예측했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가정이 경제ㆍ의료ㆍ교육ㆍ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미래 사회에서 중심 단위가 되고 놀랄 만큼 새로운 중요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40년 지난 2020년, 토플러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언택트(비대면)를 위해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도입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재택근무는 이제 상시 근무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재택근무가 바꿔 놓을 세상은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기업문화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경험한 것은 분명하다.


The Ve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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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장인 A씨는 지난달 말 재택근무 100일째를 맞았다. 그동안 A씨의 일상은 이전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졌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즐기고, 근무 시간인 8시30분이 되면 노트북을 연다. 회의는 웹캠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한다. 팀장으로부터 주요 업무 지시를 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혼자 서재방에서 일을 하다보니 업무 집중도도 좋아졌다. 다시 100일 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A씨는 "100일간의 재택근무는 좋은 경험이었다.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워라밸을 개선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업무 축소로 효율성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측 역시 이번 경험을 토대로 재택근무를 상시 근무시스템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재택ㆍ원격근무 등 근무시스템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시작한 재택근무가 상시 근무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채용ㆍ인사평가시스템부터 클라우드 역량 등 전체 기업문화와 시스템에서 대변혁을 시도한다. 아울러 기업들은 사회의 언택트 문화 정착으로 인해 '홈코노미(집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소비활동)' 등의 산업구조 변화도 추진한다.




재택근무, 일상화된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재택근무 확산'이다. '확진자 발생=직장 폐쇄'라는 초강경 대응이 나오자 기업들은 서둘러 재택근무ㆍ원격근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다만 비자발적 상황이었기에 대부분 기업은 별다른 준비 없이 업무방식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화상회의와 협업툴 사용이 크게 늘고, 가상사설망(VPN), 데스크톱 가상화(VDI) 등 관련 기술 적용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기업들은 100일간 비자발적인 재택근무에서 얻은 장단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상시적 재택근무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해 세부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순환재택방식 등 업무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당장 기업들은 원격회의나 화상회의, 이동 모바일 오피스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기업들이 생산성과 비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재택근무를 선택할 것이라는 데 동감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획일적인 근무시스템의 벽을 깼다. 예전엔 재택근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했다. 이번에 실험을 해보니까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든 것 같다"며"옛날로 돌아갈 순 없는 만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코노미, 언택트 산업 뜬다

기업들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수요 급증 상품과 서비스에 주목하고 발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모든 생활의 중심이 '집'이 됐기 때문이다. '집에 콕 박혀' 일, 공부, 놀이, 소비 등 모든 것을 한다. 실제 집안에서 경제생활이 이뤄지는 이른바 '홈코노미'가 뜨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벤처캐피탈리스트 36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산업을 조사한 결과, 바이오ㆍ헬스케어(원격진료 등) 분야 등 이른바 재택산업을 가장 유망(31.9%) 분야로 전망했다.



이어 교육ㆍ사무(원격교육, 비대면 오피스 등) 19.4% 등이 유망하다고 보았다. 전경련은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TECHNOLOGY(테크놀로지)' 부상에 주목했다. 키워드 '테크놀로지'는 Transport & Mobility (교통 및 모빌리티), Edu-tech (에듀테크), Cloud (클라우드), Healthcare (헬스케어), Network (네트워크), O2O (온ㆍ오프라인 결합), Logistics (물류ㆍ유통), Operational Tech (제조기술), Green Industry (녹색산업), YOLO Biz (콘텐츠) 를 말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이후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전반과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산업의 체질도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아시아경제] 




[코로나 대변혁] "재택근무, 해보니 되더라… '원(遠)의 시대' 도래할 것"


현실이 된 재택근무

인터뷰 -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코로나 사태가 전략적 변곡점

대면업무 선호 탓 활성화 지연됐던 재택근무가 이제는 메인으로

효율성 등 의문점 대부분 해소


업무 · 휴식 명확히 구분 필요

기업 조직 슬림화 가능성 커져… 수평적 문화가 생존 조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콘택트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기업 생존을 위해서는 재택근무에 걸맞은 기민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갖춰야 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우리 사회에 찾아온 재택 근무에 대한 '전략적 변곡점'으로 정의했다. 전략적 변곡점은 이전과 이후가 같기 힘들 정도의 획기적 변화가 도래하는 시기를 뜻하는 말이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이전까지는 부(副)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主)가 되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그는 앞으로 언택트가 대세가 되면서 '홈코노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등이 활성화되고 원격회의,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는 '원(遠)의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언택트 기술 등 인프라가 이미 형성됐음에도 관성적인 면과 한국 사회의 대면 업무 선호가 맞물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 원격강의 등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해보니 되더라"를 체감했다고 짚었다.


서 원장은 "원격강의만 해도 3월 첫 달에는 힘들었지만 4월부터는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도 높은 등 효과가 크다"며 "콘택트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기존에 재택근무가 효율성 등이 의문시되면서 크게 확산되지 못했지만 우려 대부분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는 "60일 정도 지속되면 보통 습관이 형성됐다고 보는데 이제 대부분 재택근무에 대한 습관이 생겼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적응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초기에는 당장 현행 수준의 재택근무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강제된 것인 만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이미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경험한 만큼 쉽사리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본인이 원장을 맡고 있는 숙명여대 MBA도 앞으로 원격강의를 수업의 기본 형태로 삼기로 결정했다며 전략적으로 언택트를 선택하는 곳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원장은 재택근무가 급격히 퍼지면서 생기는 혼란이나 부작용에 대한 제언도 내놨다. 그는 재택근무자에 대해서는 '자기 완결성'을 강조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일과 휴식의 경계가 무너지거나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관련해 기업은 혼자서도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이러한 혼란을 겪는 근무자에 대해서는 가택연금 와중에도 아침 9시면 양복을 입고 거실로 출근했다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며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했다.


기업의 성과 지표 역시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 Card)' 평가처럼 학습 및 성장이 중요 지표로 작동하게 될 것으로 봤다. "상사의 눈앞에서 보이기 때문에 그동안 측정에서 제외되던 부분이 이제는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택근무가 결과적으로는 일자리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다. 그는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은 결국 이동이라는 비효율성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교통·물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또 재택근무 확산이 집중된 사무 노동자 역시 기업이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재택근무 시대에 맞는 조직 슬림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 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 확산이 침체된 지방 활성화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서 '멀티 플레이스 라이프'가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일자리와 문화ㆍ사회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니 사람들과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라며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된 만큼 "3개월은 제주, 6개월은 서울, 3개월은 강원에서 지내는 식의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회를 살려서 지방자치단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지역 멤버십을 갖도록 하고 장기 숙박시설과 업무시설을 다양하게 완비하는 등 전략을 잘 짠다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와서 살게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택근무 제도 성공의 선결 조건이자 결과로 '조직 문화'를 꼽았다. 기존 한국 사회의 수직적 대면 업무 위주 체계에서 수평적인 원격 업무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 재택근무에 따른 언택트 업무가 점차 보편화되는 데 성공 조건인 동시에 파급효과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카카오의 사례처럼 수평적 문화가 어울리는 사회로 점차 변모하고 있는 만큼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기업 문화를 좀 더 '애자일'하고 수평적으로 만들어야만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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