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중공업外 모든 자산 팔겠다"...알짜 '밥캣'도 나오나
[단독] 두산 "상황 악화되면 중공업外 모든 자산 팔겠다" 확약…밥캣 매물 나올수도
두산그룹이 지난 27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경영권을 가져갈 의사가 없으며 상황이 악화되면 중공업 외 모든 자산을 팔겠다"는 확약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2차전지 소재업체 두산솔루스와 수소 연료전지업체 두산퓨얼셀 등 미래 신성장기업은 물론, 현재 두산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22,900원▲ 150 0.66%)과 두산인프라코어 (4,310원▲ 60 1.41%)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특히 두산밥캣은 매해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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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두산그룹 채권단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구안에 매각 예정인 계열사 이름이 적힌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 두산중공업 외의 모든 계열사 경영권을 욕심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두산그룹은 이달 초 처음 자구안을 논의할 당시에는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은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7월 미국 잉거솔랜드로부터 밥캣 등을 포함한 3개 사업 부문을 49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했다. 두산그룹에 있어 밥캣은 많은 이익을 내는 효자이면서도 유동성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두산 입장에서 매각 결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을 살리려면 두산밥캣을 팔아야 한다고 재촉했고, 결국에는 두산그룹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며 "두산그룹 자구안은 최근 정부의 산업경제장관회의에서도 수용하기로 결정이 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는 두산중공업 (3,985원▲ 50 1.27%)이다. 화력과 원자력 유지 및 보수를 90%가량 담당하는 두산중공업이 무너지면 산업 생태계 자체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에 두산중공업 외의 자산을 포기하더라도 두산중공업만큼은 회생시키자고 끊임없이 두산그룹을 설득해왔다.
다만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제 매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두산그룹은 지난 28일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도록 자구 노력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 매각이 확정된 계열사가 비싼 가격에 팔리면 밥캣은 지분 일부만 매각하는 식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두산 측은 두산솔루스 몸값이 1조원가량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조원 이상 가격에 팔리면 밥캣 지분은 일부만 처분해도 3조원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을 51.05%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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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한 관계자는 "증자, 자산매각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두산그룹이 계열사 포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채권단은 다음달 4일 조기상환이 청구되는 4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대금을 포함해 8000억원을 29일 중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지원한 1조원과 합쳐 새로 지원되는 자금만 1조8000억원가량이다.
안재만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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