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기라 약을 드시면 잡힐 겁니다.”....암 정복 현실로


암 정복 시대, 현실로 다가온다


암세포 공격에 사용하는 ‘3세대 면역치료제’ 기술 급성장


   “다행히 일반 암이네요. 아직 3기라 약을 드시면 잡힐 겁니다.”


가까운 미래, 20년 이내에 병원에 찾아가면 이런 대화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될지도 모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암은 불치의 병으로 불리며 ‘사형선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생명과학계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십수 년 이내에 ‘암의 정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항암제가 빠른 속도로 실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암 걱정 없는 세상’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암 투병환자의 모습. 머리카락이 빠진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기 때문이다. ⓒunsplash


3세대 면역항암제 ‘완전 실용화’ 기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구 10만 명당 154.3명) 자리를 36년째 지키고 있다. 의학의 역사는 ‘암과의 전쟁’이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암세포는 급속도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완전 사멸이 어렵다. 더구나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온몸으로 ‘전이’ 하는 특징도 있어 치료가 대단히 까다롭다. 대부분의 질병은 먼저 약물로 치료한 후 차도가 없으면 외과적 처치를 고려하는데, 암 치료는 이와 반대다. 가장 먼저 ‘수술’을 고려하고, 그 이후에 약물이나 방사선치료 등의 방법을 동원해 혹시 몸속에 남아있을지 모를 작은 암세포를 공격한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낮기 때문이다. 암이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혹은 수술할 수 없는 부위에 생긴 경우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상식이었다.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암 치료율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결국 암을 치료하는 약물, 즉 효과좋은 ‘항암제’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항암제는 왜 효과가 좋지 않았을까.

흔히 ‘1세대 항암제’는 ‘화학항암제’라고도 불린다. 정상 세포도 같이 손상을 주기 때문에 부작용이 극심하다.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점에 착안해, 분열이 빠른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모근, 생식세포, 소화기 등은 적잖은 공격을 받기 때문에 탈모, 구토, 식욕저하, 피로감, 극심한 체력저하 등의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2세대 항암제는 흔히 ‘표적항암제’라고 불린다. 암세포에만 많이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화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약물이다. 암의 성장과 발생에 관여하는 신호를 차단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골라서 죽일 수 있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효과도 높은 편이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종류가 많지 않고, 암세포의 단백질 구조나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더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내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최근 기대되는 것은 3세대 ‘면역항암제’다. 인간이 가진 면역기능을 이용해 암을 공격하도록 만든 것으로, 항암제의 고질적 문제인 독성(1세대)과 내성(2세대)을 고루 해결할 방법으로 기대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D-1 억제제다. PD-1은 ‘T세포’란 이름의 인간 면역세포의 표면 단백질을 억제한다. 암세포의 일부 단백질(PD-L1, PD-L2 등)이 PD-1에 반응하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2015년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이 원리를 채용한 신형 항암제 ‘키트루다’로 치료받아 전이성 뇌종양 완치 판정을 받아 유명해졌다.




이 밖에 암세포에 있는 PD-L1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인 ‘임핀지’ 등도 개발됐다. 최근엔 인간이 가진 CART-T란 면역세포를 암세포 공격에 이용하는 방법이 인기다. ‘킴리아’, ‘예스카타’ 등의 약품이 소개됐다. 지금까지 국내에 승인된 면역항암제는 ▲이필리무맙 ▲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아테졸리주맙 ▲아벨루맙 ▲더발루맙 등 총 6가지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을 치료한 약으로 유명하다. ⓒ MSD


면역항암제가 만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안전한 사용방법’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세대 항암제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면역항암제 역시 독성과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인간의 면역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세포 이외의 세포를 공격할 경우 다양한 이상 반응이 생길 수 있다. 피부 및 위장관계, 내분비계, 간 등에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2세대 항암제보다는 적지만 내성도 나타나고 있어 이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019년 11월 열린 대한종양내과학회(KSMO2019)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윤규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PD-1 및 PD-L1 계열약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이상 반응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생명과학 ‘기본지식’ 키우는 게 열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역세포 자체에 관한 생명과학계의 선행연구가 중요시되고 있다. 면역반응을 부작용 없이 통제하려면 인체의 면역기능 자체를 더 많이 이해하고, 거기 걸맞게 약품을 맞춤 생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중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조직별 면역세포 세포체 지도’ 기술이다. 인체 조직이 가진 특이적 면역세포의 종류, 세포와 DNA 등 다양한 조건이 얽혀 일어나는 현상 등을 두루 이해하기 위해, 세포의 전체 기능을 파악하고 시각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조직별 면역세포의 기능과 발병기전을 연계해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완성된다면 항암제는 물론 면역세포의 기능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인체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해 다양한 유전자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인간 면역세포의 기능과 특징을 완전히 분석한 ‘세포지도’ 완성이 필요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이 기술을 ‘2019년 생명공학 10대 기술’로 선정하고, 미래의료 및 생명과학 혁신의 중요 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발표에 따르면 향후 5년 이내(2024년경)엔 인간 세포지도의 부분적 작성이 완성되며, 인체 조직 속에서 면역세포 분포를 이해할 수 있는 세포체 지도 역시 부분적으로 작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0년이면 관련 지도가 완성돼 다양한 질병의 원인 규명, 부작용 없는 면역항암제 등의 개발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인간 세포지도 작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착수해 향후 5년 내 35조 개의 상세 세포지도를 작성할 계획을 2018년 발표했다.


2013년 ‘사이언스’지는 종양 면역치료, 즉 면역항암제의 개발을 ‘올해의 혁신적 과학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으며, 이 분야 석학인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는 201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꼽히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는 추가적인 연구개발 여부에 따라 기존의 어떤 항암치료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과정에 필요한 조그마한 과학적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보태기 위해 세계 각국의 생명과학자들은 지금도 실험에 매진하고 있다.

전승민 과학기술전문저술가 enhanced75@gmail.com

사이언스타임스




[Science] 영양공급 차단해 암세포 굶겨 죽이는 `대사 항암제`


인류의 오랜 꿈 암 정복…항암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2차 세계대전때 영국군이 사용한

화학무기, 1세대 화학항암제 시초


90년대말 나온 2세대 표적항암제

암세포 전이 심각하면 효과 낮아


독성·내성 적은 3세대 면역항암제


4세대 대사항암제는 암세포 내부

에너지대사 기능 파괴해 소멸유도


5세대는 암유발유전자 제거 방식


    인류의 생존에 가장 위협이 되는 질병 중 하나는 여전히 암이다. 의료·제약 업계는 복잡한 전이(轉移) 과정을 통해 확산되는 암세포를 근원적으로 제거해 궁극적으로 암을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항암치료 기술이 개발되는 한편 항암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항암제의 시초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화학무기로 사용했던 일명 `겨자 가스`다.


겨자 냄새가 나는 가스에 노출돼 죽은 사람들의 백혈구가 감소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겨자 가스를 혈액암 치료에 사용했다. 이를 기점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1세대 항암제는 `화학 항암제`가 주류를 이뤘다.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독성 물질을 주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인데,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문제였다. 주변의 멀쩡한 세포까지 공격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장기에 부담을 주고 환자들은 심한 구토와 위장 장애, 탈모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같은 화학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한 것이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표적 항암제`다. 말 그대로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아 정밀 타격하듯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해 정상 세포까지 공격했던 화학 항암제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하지만 표적 항암제도 약점이 있었다. 암세포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이된 상태에서는 항암치료제로서 효과가 떨어졌다. 표적 항암제를 쓸 수 있는 환자가 제한되는 데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약 효과가 잘 듣지 않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3세대 항암제가 바로 2010년대 들어 본격 개발된 `면역 항암제`다. 환자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울 수 있는 힘을 높여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와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의 연구 분야가 면역 항암제다. 혼조 교수가 면역세포(일명 T세포)에서 발견한 핵심 물질 `PD-1`은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는 단초가 됐다. 암세포에서는 `PD-L1`이라는 단백질이 발현되고, 그 반대편 면역세포에서는 `PD-1`이나 `CTLA-4`가 생성되는데 이들 세포의 물질이 결합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PD-L1과 PD-1 및 CRLA-4 간 결합을 차단하는 방식인 `면역관문억제`를 통해 T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도록 해 암세포를 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두 세포 간 결합에 있다고 보고 이를 막아 면역 체계 활동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된 면역 항암제는 모두 4종인데 면역관문억제를 하는 부위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궁극적인 치료 결과는 같다. MSD의 키트루다(Keytruda)와 옵디보(Opdivo, BMS·오노약품 공동 생산)는 T세포의 PD-1에 작용해 암세포에 붙어 있는 PD-L1과의 결합을 차단한다. 반면 BMS의 여보이(Yervoy)는 T세포의 CTLA-4에, 로슈의 티센트릭(Tecentriq)은 PD-L1에 작용해 면역세포와 암세포의 결합을 막도록 했다. 앨리슨 교수는 "암세포는 체내 면역 체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이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면역 항암제 원리(면역관문억제)를 설명했다. 이 밖에 암세포가 보유한 종양 특이적 항원을 암환자에게 투여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면역 기능을 높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암 백신`이나 체내 면역세포를 변형해 주입하는 면역세포 치료제도 면역 항암제에 포함된다.


면역 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내성 문제가 적고 부작용도 크지 않다. 최근 뇌종양 완치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처방받은 면역 항암제는 면역 항암제로는 전 세계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키트루다`다. 이 제품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71억7100만달러(약 8조5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약이 듣는 반응률이 20~30%에 그친다는 점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단독 처방 대신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를 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면역 항암제와 함께 최근 급부상하는 4세대 항암제는 `대사 항암제`다. 대사 항암제는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대사 작용에 관여해 암세포에 공급되는 에너지 공급을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몸속에 있는 암세포가 성장하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차단해 근원적 소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상세포는 95%가 세포 내부 미토콘드리아에서 산소를 흡수해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3인산(ATP)을 만드는 반면, 암세포는 산소가 있음에도 ATP의 60%를 무산소로 생성해낸다. 이처럼 무산소로 에너지를 얻는 암세포의 대사 작용은 발견자인 독일 과학자 오토 바르부르크 이름을 따서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로 불린다. 암세포는 바르부르크 효과에 따라 주로 무산소대사를 하는데, 이를 통해 일반세포에 비해 젖산이 분해되지 않고 많이 분비된다. 암세포에서 넘쳐 나온 젖산이 다른 세포로 흘러들어가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젖산은 암세포 표면에 `MCT`라고 불리는 작은 통로를 통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반복하는데 일부 대사항암제는 MCT를 막아 암세포 내에 축적된 젖산으로 하여금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게 만들어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한다. 젖산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3-브로모피루베이트(3BP)`란 물질을 확보한 코스닥 업체 뉴지랩은 3BP를 MCT 통로로 집어넣은 뒤 암세포 안 효소들과 결합시켜 암세포 대사 기능을 망가뜨리는 대사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3BP를 활용한 방식을 개발한 고영희 박사는 "3BP가 암세포에 들어가 화학반응 일으키면서 효소가 기능을 못하도록 만들어 대사 활동 자체를 막는다"며 "암세포가 하는 무산소와 유산소 대사 작용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어 MCT가 있는 95%의 암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학계에서는 그동안 3BP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인체에 쓸 수 없다고 여겨왔지만 독성 발현을 막고 대사효소에 작용할 수 있게 하는 기전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출시돼 있는 대사 항암제는 미국 아지오스가 2017년 출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아이드하이파(Idhifa)`뿐이다. 최근에는 뉴지랩, 하임바이오 같은 국내 업체들도 적응증을 확대한 대사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사 항암제 단점은 암세포 대사 작용을 억제하려고 해도 암세포가 다른 방식으로 대사를 전개하면서 전이를 계속할 경우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암세포의 복잡한 대사 과정을 밝힐 수 있는 더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향후 5세대 항암제는 유전자 분석 기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세포 변이를 일으킬 만한 유전자를 찾아내 제거하는 방식이다. 최근 논란이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암 유발 유전자를 교정·치유하는 방식을 병용함으로써 인류를 암으로부터 궁극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를 정확히 판별한 뒤 사전에 위험 인자를 없앨 수 있는 기술 진보가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5년 832억달러(약 90조원)에서 2024년엔 239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개발 현황


유한·한미약품 등 표적·면역항암제 집중…뉴지랩, 대사항암제 내년 상반기 임상1상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항암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빼면 아직 완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발 중인 분야는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유한양행이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2016년 인수한 이뮨온시아는 지난 3월 면역관문억제제 `IMC-001`의 국내 임상1상을 마쳤다. IMC-001은 암세포 외부에 생겨나 면역세포 활동을 억제하는 `PD-L1`을 표적으로 삼은 항체 신약이다. 올 하반기 임상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표적 항암제 다수를 외국 제약사에 기술수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 폐암과 유방암에 쓰이는 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을 기술수출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에도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에 각종 고형암 적응증을 가진 `벨바라페닙`을 기술수출했다. 국내에서 임상1상을 마치고, 미국에서 2·3상을 준비하고 있다. 위암·유방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락솔`도 미국 제약사 아테넥스에 기술수출돼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 주사용 항암제를 간편히 먹을 수 있는 경구용 제제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메디칼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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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이 개발 중인 `CKD-516`은 대장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해 세포 괴사를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 치료제 물질이다. 지속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하는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혈관을 파괴하는 기전을 가진 경구용 항암제는 CKD-516이 유일하다"며 "기존 항암제보다 직접적인 치료 효과가 높고, 종양세포에 대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JW신약 자회사인 JW크레아젠은 면역 항암제 가운데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수지상세포에 항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기술(CTP)을 활용한 면역세포 치료제 `크레아박스(CreaVax)`다. 여러 파이프라인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간암 치료제 `크레아박스-HCC`다. 간 절제술을 받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3상을 하고 있다. 임상2상을 통해 크레아박스-HCC는 간암 재발 억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제약은 관계사 바이젠셀을 통해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희귀 난치성 질환과 혈액암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암 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를 골라내 배양한 뒤 환자 몸에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일종의 면역세포 치료제다. 2021년 임상2상을 끝내고 2023년 조건부 허가 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지랩은 1991년부터 17년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에서 핵심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미국에서 고디스커버리를 창업한 고영희 박사를 영입해 대사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명 3BP를 활용해 암세포 대사활동을 약화시켜 치료 효과를 거두는 새로운 기전을 도입해 내년 상반기 임상1상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신라젠의 `펙사벡`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말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역 항암제다.

 조만간 치료제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무용성 진행 평가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바이오시밀러 업체도 항암제 생산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이 만드는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각각 혈액암과 유방암에 특화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바이오 복제약으로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에 출시한 온트루잔트(유방암) 외에 최근 전이성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등에 쓰이는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SB8`이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허가를 앞두고 있다.

[김병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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