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대통령'이라 불리우는 '승효상'..."건축계 그의 평가는?"


국토부 선정 '공공건축가' 뒷말 무성…인맥 나눠먹기 전락 논란


국립도시건축박물관에 중앙부처 최초로 도입

현 국가건축정책위원 위촉…승효상 위원장과 인맥 눈길

오랜 문하 거쳐 승 위원장 심사위원때 수상 경력도

국토부,공모 안해…신진건축사 배제 원칙도 문제


2020-01-20


   국토교통부가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짓는 국립박물관에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민간전문가인 '공공건축가'를 위촉한 가운데 뒷말이 무성하다. 문재인 대통령 고교 동창으로, 현 정부 들어 관련 업계에서 '건축대통령'으로 불리는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일각에선 공공건축가 제도가 인맥을 통한 자리나눠먹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개관하는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 12월20일 중앙부처 최초로 공공건축가가 위촉됐다. 위촉된 J씨는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상,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젊은 건축사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J건축사는 국건위 최연소 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국가기록박물관·디자인박물관·어린이박물관·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등과 함께 세종시 문화시설용지내 국립박물관단지에 들어설 도시건축박물관은 1만7174㎡ 대지에 전체바닥면적 1만7050㎡ 규모로 지어진다. 도시·건축 모형 전시·체험, 자료 수집·보존, 학술행사, 체험교육 등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총사업비는 1418억원으로, 국립박물관단지 전체 사업비 4287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J건축사는 완공때까지 도시건축박물관 건립과 전시부문 설계, 시공, 운영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검토와 자문을 할 계획이다.


 

세종시 박물관단지 위치도.ⓒ연합뉴스


건설분야의 한 전문가는 공공건축가의 장점에 대해 "공공건축물의 수준을 높이고 신진건축가가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줄 수 있다"면서 "반면 설계과정에서 특정업체와의 유착으로 비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사전에 막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중앙부처로는 처음으로 공공건축가를 위촉하면서 선정과정을 주먹구구로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위촉된 J건축사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인 국건위 현역위원인데다 승효상 위원장과도 무관치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관가의 한 소식통은 "대형국책사업과 관련해 (J씨가) 쟁쟁한 건축가들을 제치고 공공건축가로 선정된 배경에 승 위원장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J건축사 이력을 보면 2008년 자신의 건축사사무소를 열기 전 승 위원장의 건축사사무소인 '이로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승 위원장이 자신의 사무소에서 일했던 사람을 국책사업을 좌지우지하는 외부전문가로 밀어붙였다는게 업계의 불편한 시각이라는 것이다.


승 위원장은 부총리급으로 설립된 국건위 제5기 위원장으로, 업계에선 현 정부 들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창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의 공간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한 건축가는 "승효상씨는 공공건축가를 제안한 사람으로 현 정부 들어선 업계에서 건축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도시건축박물관 공공건축가 지정과 관련해선 "(국토부) 공무원이 공공건축가를 직접 추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정한 인맥을 통해 사업을 따고 활동하는 그들만의 집단이 있다"고 귀띔했다. 건축업계에선 이를 소위 공공건축 사단이라고 부른다. 서울대 건축학과 등 특정 학연이나 인맥으로 연결돼 관계가 돈독하고 여기에 소속되지 않으면 공공건축 부문에서 진입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J건축사는 자신의 건축사무소 공동대표인 남편을 이로재에서 동료로 만나는 등 승 위원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J건축사와 승 위원장의 인맥은 국토부가 밝힌 J건축사 수상경력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J건축사는 2012·2015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각각 받았다. 승 위원장은 2015년 서울시 건축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이 확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랜 친구로 알려진 승 위원장은 당시 서울시가 공공건축물 수준을 높이고 신진건축가를 발굴·양성하려고 도입한 제1대 총괄건축가였다.


J건축사가 받은 2011년 문체부 젊은 건축사상도 들여다보면 한 다리 건너 승 위원장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는 설명이다. 문체부 설명으로는 당시 심사위원은 김인철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총 5명이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온 L건축가도 심사위원 명단에 있었다. L건축가는 제3대 서울시 총괄건축가인 K건축가와 함께 승 위원장 라인으로 알려졌다. L건축가는 지난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국내총감독을 맡았는데 당시 행사 운영위원장이 승 위원장이었다. 행사 전시기획자중 현장 프로젝트 담당자는 J건축사 남편이 맡았다. 승 위원장을 중심으로 학연·인맥으로 얽혀있는 셈이다.


J건축사가 현역 국건위 위원인 것도 논란거리다. 엄밀히 말해 공공건축가 제도는 국건위 사무가 아니다. 기본적인 공공건축가 지정 현황 자료도 없다. 다만 국건위는 건축기본법시행령 제21조(민간전문가 참여)에 건축사·기술사·교수를 민간전문가로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다. 일각에선 국건위가 현업부서가 아닌데도 국책사업 공공건축가로 현역위원을 추천한 것은 자가발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에대해 국건위의 한 관계자는 "도시건축박물관 공공건축가 선정과정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국건위에 민간전문가 추천 기능이 있다"고만 했다.




일각에선 한국 건축계의 좌장격인 승 위원장이 후배를 키우는 것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재능을 보고 순수하게 추천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배에게 문이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과 문까지 데리고 가서 열어주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세종시의 한 건축가는 "공공건축가를 신청해도 아무나 선정되는 게 아니다"면서 "지방에 있는 건축사는 역량이 있어도 특정 인맥에 밀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부의 주먹구구식 보여주기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도시건축박물관 공공건축가 지정을 위해 새건축사협의회,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설을 담당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추천을 요청했다. 50여명 넘게 추천이 들어오자 국토부는 자체 논의를 통해 15명쯤으로 후보자를 추린 뒤 명단을 가지고 국건위에 가서 최종 후보자를 압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후보군을 줄인 뒤 국건위에 가서 얘기했다. (국건위에서) 후보대상자에게 공공건축가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 주기도 했다"며 "결정은 국토부가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건위가 최종 후보자를 골라줬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건설분야 한 책임연구원은 "승 위원장이 추천을 했다면 (국토부) 공무원들이 이를 반대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공건축가를 위촉하기 위해 공모를 할 때가 많다고 했다. 국토부는 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평가를 거쳐 고득점자를 위촉한 건 아니다"고 했다. 국토부는 관련 기관·단체에서 후보자 추천이 들어오자 내부 논의를 거쳐 신진건축사와 소위 명망 있는 인사를 먼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공공건축가가 자문위원회도 구성하고 국토부와 실무회의도 해야 하는데 초짜는 경험이 부족해서, 이름 있는 올드보이(OB)는 행정업무를 국토부가 떠안을 가능성이 커 피곤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국토부가 외부기관에 애초부터 중견 건축가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뉴데일리경제가 수소문한 결과 행복청에서 추천했던 인사 중에는 역사박물관장을 지낸 인사도 포함돼 있었다. 국토부 잣대로는 1순위 탈락자로 분류됐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국토부의 선별기준이 행정편의주의고,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설분야 한 책임연구원은 "명망 있는 분 중에도 권위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토부로선) 결과가 나오면 책임은 공무원이 져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건축가를 모시고 일해야 하는 게 싫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뉴데일리경제


 

승효상(1952~ )

경남고  서울대 졸

서울시 총괄건축가

부산시 건축고문





[기자수첩] '건축대통령' 승효상의 오만한 신년간담회


2019.01.28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28일 오후 간담회를 열었다. 행사제목은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였다.


행사장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승 위원장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세계 건축가들의 행사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로 승 위원장은 이 비엔날레의 운영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처럼 승 위원장은 서울시 총괄건축가(2014~2016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서울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2대 서울시 총괄건축가인 김영준씨와 현 3대 총괄건축가인 김승회씨가 모두 참석해 승 위원장의 위세를 짐작케 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사회자는 "승 위원장이 이 토크쇼를 자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긍정했다. 승 위원장은 "SNS를 자주하진 않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백가쟁명 현상이다. 한국 건축의 뭔가 지도부에 있는 사람을 향한 많은 공격적 어휘들이 등장한다. 그중에 틀린 사항들이 많고 물어보면 해결할 문제들이 꽤 있어서 언제 한번 모아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하고 항변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여느 정치인 못지않은 행보다.




사회자는 승 위원장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그를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에 비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성계라는 의미다. 사회자는 "아웃사이더 승효상과 문재인의 관계를 보면서 아웃사이더 정도전과 이성계를 생각해봤다"며 "조선조 당시처럼 지금 권력의 가장 강력한 지근거리에 건축가 승효상 위원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는 "대통령 지근에서 많은 고언과 정책을 수반하는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연결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조선왕조를 연 개국공신 정도전에 빗대는 다소 과한 평가에 승 위원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승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부산 경남고 동창이다.


사회자는 1월4일 보도된 뉴시스 기사 '서울총괄건축가 서울대 건축과 독식 논란…동문나눠먹기?'를 언급했다. 사회자는 "뉴시스에 보니까 총괄건축가가 패밀리경영을 하고 있다, 학연과 연고가 대물림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고 했다. 세간에 불거진 총괄건축가 학연 대물림 비판에 어떤 답을 갖고 있나"라고 물었다.




승 위원장은 "그 뉴스가 단발성으로 그친 것은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보면서 제가 '(서)울대' 출신임을 비로서 다시 깨달았다. 저는 대학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한 건축가다. 학연이 있으면 발전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학연을 떠난 건축가그룹을 형성한 게 4·3그룹이었고 한국건축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학연과 무관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승 위원장은 건축에는 장기집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총괄건축가는 2년 만에 그만둘 게 아니다. 건축프로젝트는 장기간 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최소한 5년을 하고 연임해 10년이 대부분이다. 이게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는 시장과 러닝메이트로 총괄건축가도 나온다.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앞선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이른바 토건세력에게 내줬던 '건축 권력'을 박원순 시장 부임 후 되찾은 만큼 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승 위원장은 한국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올랐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나는 왜 공공적인 일에 몸을 바쳐서 일할까. 저는 공공에 헌신한다는 위대한 사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태생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인간성의 완성은 밀실에 있을 때가 아니라 광장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투여할 때 이뤄진다'는 말을 인용하며 "공공에서 일하는 것은 제 인격과 인간성의 완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건축위원장을 하기 싫어서 도망갔다. 장관이 요청해도 몇번 고사했다. 그런데 후배들이 하라고 윽박질렀다. 당신이 가장 적임인데 이걸 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떠밀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았다고 하지만 승 위원장은 열심히 일한다. 승 위원장은 광역지자체장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모든 세계역사를 보면 모든 행정의 결과는 건축으로 나온다. 결국 건축은 행정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행정가들이 그렇지 않다. 건축에 관해 아주 단편적인 인식만 갖고 있다"며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만나 총괄건축가제도를 도입하라고 권유했는데 이미 법령을 만드는 곳도 있지만 미동도 안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


광화문광장 문제를 다룰 때도 승 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사회자가 '현 광화문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승 위원장의 과거 인터뷰 발언을 상기시키며 "이런 발언을 했던 분이 광화문광장 설계공모 심사위원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냐"고 묻자 승 위원장은 즉각 받아쳤다. 승 위원장은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붙이자는 것은 제가 주장했다. 그것이 받아들여져서 그 프레임을 놓고 공모작들이 제출된 것이다. 프레임 속에서 안에 있는 것을 하라고 (공모)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그의 작품이며 공모 당선자들은 인테리어를 하는 수준이다.




행사 말미에 한 건축가가 승 위원장의 위상을 짐작할 만한 질문을 했다. 이 건축가는 젊은 건축가들의 생활고 문제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승효상 건축가님이 건축에 있어서 대통령 같은 분이시다. 평소에 승 건축가님이 젊은 건축가와 소통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가 마련돼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 건축가는 나아가 대통령식의 기자회견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건축가는 "(행사 내내)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할 만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말하시고 있다. (젊은 건축가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축소하는 게 아닌가. 대통령께서 질문 받으시는 기회처럼 직접 소통하는 게 낫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승 위원장은 "서울시 (총괄건축가) 일을 할 때 젊은 건축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일을 많이 만들었고 많은 젊은 건축가들에게 주어지는 일이 많아졌다고 들었다"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것이다. 제가 서울시에서 했던 것처럼 할 것이고 점점 나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건축가 일자리 창출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승 위원장의 간담회가 마무리되자 '서울시 마을건축가' 제도를 소개하는 행사가 바로 이어졌다. 100명 가까운 건축가들이 이 제도를 경청했다. 서울시 마을건축가 주요역할은 ▲건축·공간환경 관련 주요 현안 사항 관련 자문 ▲집수리·마을활동가 등의 지역 활동에 대한 총괄 기획 ▲공공·민간사업의 코디네이터 역할 수행, 시범사업 추진 ▲현장 조사를 통한 마을 공공성지도 작성과 정책사업 발굴 ▲지역 공동체 개선과 건축문화진흥을 위한 시민인식도 제고 ▲기타 지역의 공간복지 향상 사업 지원 등이다. 승 위원장이 말했던 건축가 일자리 창출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행사장을 떠날 때까지 승 위원장은 '건축 대통령'이라는 칭송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daero@newsis.com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한국 건축계에 던지는 고언


김광현 서울대 교수, 신간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출간


2014-11-19


 "저는 어릴 때부터 건축을 사랑했거든요."

대학 면접장에서 건축학과 교수들이 흔히 듣게 되는 수험생의 대답 중 하나다.


영화 '건축학개론'·드라마 '신사의 품격' 등에서 보이는 건축가의 모습은 쿨하고 멋있다. 건축계 일각에서는 대중문화 속 이미지 덕분에 건축가에 대한 인기가 오른다고 좋아한다.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한국 건축계에 던지는 고언

432쪽. 2만8천원.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신간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에서 이런 수험생이나 기성 건축가 모두 "건축을 개인적, 낭만적으로 이해하지 현실적으로 도전해야 하는 실천적 학문으로 보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책에서 지난 40여 년간 한국 건축계를 몸소 겪으며 생각하고 가르치고 토론하며 형성한 건축 이론을 풀어놓았다.




김 교수는 서문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축과 사회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함께 해야 할 일이 건축가 개인과 그의 작품이라는 사적인 회로 속에 숨어버리고 있음을 너무 자주 본다"면서 "오늘의 건축가는 말로는 사회를 말하지만, 실은 사회에 복종한다는 의미인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날 선 독설과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 건축의 현실은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이며, 분파적이고, 이기적이다. 밖에 대해 이야기를 걸 줄 모르고, 심지어는 자신이 받아야 할 대가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못하는 지식집단. 그런데도 '통섭'이니 '경계를 넘어서'라고? 다 사치스러운 말이다. 이 좋은 말을 작품 설명에 쓰려고 하기보다, 현실에서 해결하시라."(196쪽)


"오늘의 건축은 어떤가? 공공건축물로 어떻게 공공성을 실현하는지 모르는 발주처, 공공성에 기대어 이를 미사여구 정도로 치장하는 건축가, 건축의 가치를 건축의 내적 언어 이외에는 말할 줄 모르는 폐쇄적 판단 방식, 칭찬도 건축가, 비난도 건축가인 건축가 일색의 건축계, (중략) 이 모든 것이 공공건축의 의미를 소비하고 빛바래게 하는 원인들이다."(319∼320쪽)




책에는 "제대로 숙성되지 못한 채 짧은 시간 동안" 덩치만 커버린 한국 건축계에 대한 반성과 향후 과제 등이 가감없이 담겼다.


김 교수는 '서울시 총괄 건축가' 승효상의 오랜 건축 철학이기도 한 '비움의 미학'에 대해서도 (승효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의 도시와 건축이 정말 필요로 하는 바를 회피하게 만든다"면서 "고요한 정황을 담은 비움의 건축이 우리에게 무슨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는가 곰곰이 반성해 보라"고 꼬집는다.


창간 48주년을 맞는 월간지 '공간(SPACE)'이 새롭게 선보이는 단행본 브랜드 '공간서가'(SPACE Books)의 첫 책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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