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게 뭔소리..."건설 노조 채용조건, 키 180㎝, 무술 유단자 우대"


키 180㎝, 무술 유단자 우대… 이게 건설 노조 채용조건


노조원 급증했는데 건설 일감 줄어 민노총·한노총, 일감 놓고 싸움

채용공고에 체격·무술 스펙 등장… 쇠파이프 휘두르며 집단 난투극

그간 물리력 동원했던 민노총마저 "미치광이 행동" 상대 노조 비난


'키 180㎝ 이상, 무술 유단자 우대'.


최근 인터넷에 이런 채용 공고가 떴다가 사라졌다. 게시자는 경호업체도 폭력조직도 아닌 어느 건설노조. 노조에 체격·무술 스펙이 필요한 이유가 다 있다. 올해 들어서 서울·인천·광주·성남 등 전국에서 건설노조 간 집단 난투극이 모두 여덟 차례 벌어졌다. 여덟 차례는 알려진 것만 따진 수치다. 그중 쇠파이프·망치 등 흉기가 동원되고 골절 등 부상자가 발생한 것도 여러 차례.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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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매번 똑같다. 제한된 건설 일자리에 서로 자기네 조합원을 밀어넣겠다고 벌이는 싸움이다. 한노총 건설산업노조 육길수 사무처장은 "민노총이 막대한 인원수를 바탕으로 건설 현장을 장악하고 '우리 노조원만 쓰라'고 엄포를 놓으면, 다른 노조들이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로 이어지는 양상이 전국에서 반복된다"고 말했다.


원인은 구조적이다. 건설 부문 노조원은 급증하는데 건설 일자리는 급감했다. 그 결과 노조 간 일자리 쟁탈전 양상이 조폭 간 세력다툼 수준으로 치닫는 것이다.


급기야 이달 초 국내 최대 건설 노조인 민노총 건설노조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미치광이 행동"이라고 상대 노조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건설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민노총은 그동안 높은 임금을 받는 자기네 노조원을 고용하라고 물리력까지 동원해 건설사를 압박해왔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받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원들이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공사장 입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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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노조원은 급증하고 있다. 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조합원 수는 2016년 7만8198명에서 2018년 14만938명으로 2년 새 배(倍)가 됐다. 여기에 한노총 산하 등에 신생 군소(群小) 건설노조도 잇달아 생겨났다. 경찰 관계자는 "2016년까지만 해도 군소 노조는 5~6개로 추산됐지만, 최근에는 전국 15~16개로 추산된다"며 "규모가 적은 노조일수록 행동이 더 거친 면이 있다"고 했다.


노조 입장에서 '먹여살릴 식구'는 크게 늘었는데, '먹을거리'는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시작된 건설 경기 침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파트 등 전국 주거용 건축물 착공 면적은 2015년 약 6816만㎡에서 작년 3335만㎡로 반 토막이 났다.


그 결과가 집단 난투극이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 중흥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빨간 두건' 40명과 '빨간 모자' 30명이 패싸움을 벌였다. 두건은 민노총 산하 건설산업연맹 조합원, 모자는 한노총 산하 연합노련 조합원이었다. 이들은 서로를 "똥파리 ××들" "개××들"이라고 불렀고, 패싸움 끝에 빨간 두건 1명은 다리가 부러졌다.




이런 싸움은 이달 들어 일주일이 멀다하고 벌어진다. 20일에는 인천에서 민노총과 한노총이 충돌해 12명이 다쳤고, 6일에는 충남 공주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한노총 차량을 쇠파이프로 때려부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노조가 나눠먹는 일자리와 임금은 건설사에서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 못해도 내보내지 못하고, 임금은 10~20% 더 줘야 하는 노조원을 쓰고 싶지 않지만, 무력하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성 건설노조는 막대한 조합원 수를 바탕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여러 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을 결정한다. 건설사는 공사 기간이 증가할수록 건설 장비 임차비 등 건설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간부는 "민노총 간부가 찾아와 '큰 칼 맞을래 작은 칼 맞을래'라고 말한 적도 있다"며 "군소 노조원을 받아주고 민노총 보복을 받을 것인지, 군소 노조원을 받지 않고 그들에게 보복받을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란 얘기"라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노조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작년 7월 '채용절차법'을 개정했다. 채용에 관한 부당한 압력, 강요를 행사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 최근까지 과태료를 낸 노조는 전무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의 행위가 '불법'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대부분 집회·시위가 정상 신고된 채 진행되기 때문에 불법행위 현장을 잡아내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원우식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3/20200423000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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